"10년간 따라다니던 '말죽거리 잔혹사' 꼬리표를 없애줬어요. 또 국제영화제에서 이런 큰 상이 최초이다 보니 대한민국 영화사에 길이길이 남을 것 같아요. 그 옆에는 제 이름도 있겠죠. 다행히 '피에타'의 수상으로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에타'(감독 김기덕)가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이정진(34)의 마음가짐은 이렇게 바뀌었다.

그만 변한 것이 아니다. 주변의 대접이 달라졌다. "불특정 다수의 축하가 많아졌다."

"주차해주는 분들, 식당에 계신 분들 모두가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신다. 이렇게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본 것은 처음이다. 보는 분들마다 축하해주신다. 사실 대한민국이 K팝, 한류 등 문화 쪽 이슈가 많아졌지만 아직도 연예뉴스는 안 보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8시 뉴스에 흘러나오니 문화 분야에 관심이 없는 분들까지 축하해주더라."

영화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이정진은 "처음에는 상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감독님께서는 기대했을지 모르겠지만 (조)민수 누나와 나는 파티에 초청돼 즐기려고 베니스로 갔다. 상 받았을 때 감독님이 말했듯 이 상은 대한민국이 받은 거다.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의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면 황금사자상은 없다. 이는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 힘들었던 로케이션 등 대한민국 촬영 여건을 고려한 상이라 더욱 값지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온통 환대뿐인 것은 아니었다. 이정진의 연기에 대한 평이 엇갈렸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사채업자 '강도' 연기를 대부분 호평했지만, 연기력에 한계가 느껴진다는 지적도 간혹 나왔다. "연기에 대한 호불호가 당연히 있을 거라고 본다.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는 없다. 냉정한 평가는 감수하는 편"이라고 받아들였다

"'피에타'를 끝으로 은퇴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나는 아직도 할 게 많다. 운동선수야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은퇴하면 멋지지만 배우는 아니다. 자의에 의해서는 아니지만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직업이다. 관객들에게 외면당하기 시작하면 내일이라도 떠나야하는 직업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이 있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자세다.

명실상부한 세계적 거장 김기덕(52) 감독과의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은 다들 안다. 적은 예산에 촬영기간도 짧을 뿐더러 배우들이 감정에 몰입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김 감독의 촬영 스타일은 이기적인 편"이라는 배우도 있다.

이정진은 "이해하려고 들면 촬영이 끝난다"며 웃었다. "2주 만에 12회차 촬영을 끝내야했다. 현장에서 서로 의지하고 믿고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그 시간 안에 찍는 게 불가능하다. 상업영화의 경우 2주는 손발을 맞추다가 끝날 시간이다. 그래서 뒤쪽에 에너지를 쏟고 앞에는 가벼운 장면을 찍지만 우리 영화는 전혀 아니었다. 거의 순서대로 찍었다"고 전했다.

"함께 작업하며 감독님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엔딩 장면만 봐도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촬영 여건이 아니어도 촬영을 이어간다"고 추어 올렸다.

황금사자상 수상이 통했나보다. '피에타'는 개봉 13일 만에 관객 42만명을 넘겼다. 대형배급사에 밀려 상영관이 300개도 채 안 되는 현실에서는 주목할 만한 성과다.

'피에타' 훈장을 가슴에 단 이정진의 시선은 다시 앞을 향하기 시작했다. "슬픈 얘기일 수 있는데,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이에요. 지금 들어오는 시나리오 중에 가장 잘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들이 많이 왔다고 생각했고 그 당시에는 무리수가 아니냐고 했던 것들이 지금 생각해보니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 준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좋은 작품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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