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수지(30·서울 성북구)씨는 요즘 가을 모기와 전쟁을 치루느라 하루하루 잠을 설치기 일쑤다.

한여름에도 보기 힘들었던 모기들이 최근 들어 베란다, 화장실, 거실 할 것 없이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다.

이제 막 돌이 지난 간난아이까지 있다 보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이씨는 "어린 아이 때문에 모기약을 뿌릴 수도, 그렇다고 모기향을 피울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밤마다 모기와 숨바꼭질을 하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배우자 최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와도 모기 때문에 편히 쉬지 못할 때가 있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잠들기 전까지 모기 박멸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다.

모기 소리에 잠을 설친 탓에 하루 3, 4시간 자는 것이 일반적, 왕왕 밤을 꼬박 지새우기도 한다. 다음날 근무에 지장을 주는 악순환은 그렇게 반복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10월6일 기준으로 모기 누적개체수가 작년 동기간보다 42.2% 증가했다.

더욱이 찬 바람이 부는 10월말 인데도 모기 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이달 들어 첫째주보다 하순이 2배에서 많게는 3배 가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큰 기온차 탓이다. 아파트 정화조와 건물 지하실, 보일러실, 엘리베이터 계단 등에서 서식하는 모기들이 기온이 떨어지는 밤이면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하기 때문이다.

방역을 담당하는 각 자치구별 보건소는 3월부터 10월까지 주 1회 취약지역을 순회하며 방역소독을 하고 있지만 빗발치는 민원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자치구별로 하다 보니 편차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씨는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름부터 지금까지 방역 작업을 하는 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서울시나 구청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강남구는 지난해 화학살충제 대신 친환경제품인 은행잎 살충제를 개발했다. 은행잎 성분 중에는 살충·살균작용을 하는 플라보노이드' 등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구 관계자는 "강남구는 다른 구에 비해 숲이 많지 않은 점 등 지역적인 요인도 있지만 이 살충제로 인해 큰 효과를 봤다"며 "은행잎이 모기를 100% 가깝게 박멸한다. 모기 관련 민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지난 5월 광역 기동반을 동원해 지역 내 주택가 2만개소의 환기구를 모두 차단하고 살충제를 투여해 효과를 봤다.

민주통합당 성백진 시의원은 "모기가 다 번식한 후 잡으려는 것보다 유충때 박멸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오히려 모기가 보이지 않는 겨울철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모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구청의 방역작업과 더불어 시민 스스로 할 수 있는 주의 사항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방충망의 상태를 점검하고 집 안의 싱크대와 욕실 등의 하수구를 사용하지 않을 시 막아놓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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