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11개월 전인 지난해 1월11일 서울에는 눈이 내렸다. 5일 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으로 가는 길 역시 하얗게 덮였다.

영국의 팝스타 스팅(61)은 눈, 추위와 함께 그렇게 한국 팬들을 찾아왔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추위를 금세 녹여버리는 열정은 여전했다.

작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XIII-스팅 내한공연' 당시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편곡한 10번째 스튜디오 앨범 '심포니시티스(Symphonicities)'를 주축으로 현악 위주의 공연을 선보인 스팅은 이번 공연에서는 밴드중심의 무대를 펼쳤다.

'백 투 베이스 폴 투어(Back To Bass Fall Tour) 2012'라는 타이틀답게 기본으로 돌아간 공연이었다. 스팅의 본류인 록밴드 '더 폴리스' 시절의 곡이 이날 들려준 21곡 중 11곡에 이르렀을 만큼 지난 공연보다 확연히 밴드 음악의 색깔이 강했다.

폭설로 30분 순연된 공연에서 스팅은 '이프 아이 에버 루즈 마이 페이스 인 유(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 '에브리 리틀 싱 쉬 더즈 이즈 매직(Every Little Thing She Does Is Magic)' '잉글리시맨 인 뉴욕(Englishman In New York)'으로 포문을 열었다.

세 곡의 순서는 지난 공연과 같았다. 그러나 오케스트라를 걷어낸 만큼 사운드는 담백했다. 바이올린이 가세했으나 현악기의 우아한 기능보다는 각 곡의 멜로디를 드라마틱하게 만드는데 충실했다.

스팅은 '이프 아이 에버 루즈 마이 페이스 인 유'를 부른 뒤 6000여 팬들이 환호하자 한국어로 "고마워"라고 화답, 공연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데몰리션맨' '드리븐 티어스' '메시지 인 어 보틀' 등 폴리스 시절의 강렬하고 신나는 곡들은 팬들의 흥을 돋웠다.

'아이 헝 마이 헤드' '디 엔드 오브 더 게임' '필즈 오브 골드' 등 감미로움이 배인 곡들은 스팅의 허스키하고 묵직한 목소리와 함께 낭만적인 분위기를 선사했다. '디 엔드 오브 더 게임'을 부르기 전에는 작은 여우 인형을 꺼내 들었다. "한국어로 이것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영어로는 '폭스'다"고 말하며 수컷·암컷 여우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랑 노래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헤비 클라우드 노 레인(Heavy Cloud No Rain)' 때는 팬들에게 자신이 '헤비 클라우드'라고 외치면 '노 레인'이라고 답해달라고 주문했다.

1993년 발표한 '텐 서머너스 테일스(Ten Summoner's Tales)'에 수록된 곡으로 장 르노(64), 내털리 포트먼(31) 주연 영화 '레옹'에 삽입된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가 흘러나오자 특히 여성 팬들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스팅이 '데 두 두 두, 데 다 다 다'를 부를 때는 팬들이 후렴구의 '데 두 두 두, 다 다 다'를 따라하며 공연을 즐겼다.

이어 스팅의 음악적 동반자인 아르헨티나 기타리스트 도미니크 밀러(52)와 미국 드러머 비니 콜라이유타(56) 등이 모인 밴드의 잼 세션이 펼쳐졌다. 베이시스트이기도 한 스팅은 공연 내내 노래와 함께 들려준 베이스 연주보다 강렬하게 줄을 튕기고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연주실력을 뽐냈다.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인 '록산느(Roxanne)'에서는 녹슬지 않은 섹시함을 자랑하며 여성 팬들을 홀렸다.

아랍풍의 '디저트 로즈'가 첫번째 앙코르 곡으로 흘러나오자 좌석에 앉아 있던 팬들이 모두 일어났다. 미국의 힙합스타 숀 디디 콤스(43)가 퍼프 대디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당시 내놓은 '아윌 비 미싱 유'에 샘플링돼 더욱 유명해진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가 흘러나오자 모든 팬들은 덩실덩실 춤을 췄다.

두 번째 앙코르곡으로 폴리스 시절의 강렬한 록 사운드의 '넥스트 투 유', 3번째 앙코르 곡이자 마지막 곡인 '프래자일(Fragile)'로 2시간 가량 진행된 공연은 마무리됐다.

허스키하면서 섹시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예순이 넘으면 으레 찾아오는 노기가 스팅의 목소리에는 없었다. 요가와 채식 등으로 꾸준히 몸매를 관리하는 그답게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스팅은 과거 자신의 음악마저도 철저하게 다듬어내 들려줬다. 전설은 현재진행형이 었다. <뉴시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