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결과 20%, 2심 15% 책임, 대법원은 카지노 책임을 어느 정도로 볼까?’

A씨가 카지노에서 수백억원을 탕진한 뒤 돈을 많이 잃도록 방조한 강원랜드 책임을 물어 잃은 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지 6년이 지났다.

당시 A씨는 300억원 넘게 잃은 돈 가운데 강원랜드의 규정 위반과 편법 행위 탓에 잃지 않아도 될 293억원을 돌려달라며 2006년 11월 29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강원랜드가 돈을 받고 대리 베팅을 해주는 병정을 소개해주고 하루 만에 출입해제를 시켜주는 등 불법 행위로 293억원을 부당하게 잃었다”며 “병정게임이 불법인지 몰랐으며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돼 소송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랜드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되자 강원랜드에서 거액을 탕진한 고객들은 재판진행과 판결에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상당수 전문가는 ‘달걀로 바위 치기’식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2년의 세월이 흐른 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부장판사 변현철)는 “강원랜드는 A씨에게 28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당시 재판부는 “강원랜드에서 소위 병정을 이용한 대리 베팅과 초과베팅 여부를 알면서도 묵인한 점이 인정된다”며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것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애초 청구 금액보다 낮은 142억원을 A씨의 손해액으로 산정했다. 강원랜드의 책임은 20%로 제한했다.

A씨의 소송을 대리했던 정해원 변호사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존경한다”며 “당연한 판결이지만 강원랜드의 20% 책임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강원랜드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강원랜드 VIP들이 정 변호사에게 유사 소송을 의뢰했고 정 변호사는 ‘강원랜드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또 당시 강원랜드 법무팀장을 맡았던 임헌길 변호사는 “재판부의 판결은 심사숙고 끝에 나온 것이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강원랜드의 책임은 전혀 없는데 20% 책임은 너무 무겁다”면서 역시 항소했다.

다시 2년의 세월이 흐른 2010년10월13일 서울고등법원 민사7부(부장판사 이한주)는 “강원랜드가 가족이 요청한 카지노 출입정지를 이튿날 철회하는 등 관련 규정을 어겼다”며 15% 책임을 강원랜드에 물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소기업 대표까지 지내는 등 도박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데도 사행심을 이기지 못하는 등 본인 잘못이 손해를 키운 주원인”이라며 1심보다 강원랜드 책임을 5% 경감시켰다.

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A씨는 “고등법원에서 1심보다 더 많은 책임을 물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낮아져 실망했다”면서 대법원에 상고했다.

A씨와 강원랜드는 2010년 11월 17일 대법원에 나란히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몇 차례 심리를 거치며 12월 현재까지 판결이 나오지 않아 강원랜드 책임공방은 해를 넘기게 됐다.

소송 당사자인 A씨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다가 진이 빠졌다”면서 “좋은 판결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지역 변호사들은 대법원의 카지노 관련 판결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대법원의 카지노 관련 판례는 처음 만들어지는 것이어서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법 판결은 1, 2심과 달리 정책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강원랜드의 한 관계자는 “대법 판결은 빨라야 내년 봄이 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어떤 식으로 판결이 나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강원랜드를 상대로 카지노에서 잃은 돈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은 A씨 외에도 6건이 추가되어 7건이다. 1심법원과 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은 2건으로 알려졌다.<뉴시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