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경자 한수리어촌계장.
'제주바다 지킴이' 해녀 홍경자씨가 50여년 동안 물질 속에서 체화(體化)된 공동체적 삶을 국회 공청회에서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제주 해녀·해녀문화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가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홍씨는 제주시 한림읍 한수리 어촌계장을 맡고 있다.

홍씨는 국회 길정우 의원(새누리당, 서울 양천 갑)과 제주도의회 의원 연구모임인 문화관광포럼(대표 이선화 의원)이 공동주관으로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주 해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공청회에서 자연과 조화로운 해녀의 삶을 이야기했다.

그녀의 얘기는 바다를 터전으로 사는 자신의 삶이자, 동료 해녀들의 삶, 그리고 제주 어머니의 삶 그 자체다.

홍씨는 상군 해녀인 어머니로부터 열 살도 되기 전부터 아기해녀로 '바다 밭'을 일궈왔다고 했다.

홍씨는 바다 역시 육지와 마찬가지로 철마다 종류가 다른 해산물을 얻을 수 있어 바닷속에도 사계절이 있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바닷속의 사계절은 해녀들에게 있어 '희로애락의 해우소'인지도 모를 일이다. 바다는 그렇게 모든 것을 품어주는 넉넉함이 있다. 바다를 닮아선지 해녀들에게는 '넓음'이 있다.

홍씨는 해녀가 예로부터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았고, 그 삶의 방식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그 옛날 척박한 땅에서 일궈낼 수 있는 농산물이 적어 풍요로운 바다로 나가 물질하게 됐고, 그래서 해녀는 제주 자연환경의 일부"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홍씨는 "해녀는 물질을 하는 동안 눈은 떠 있지만 숨은 쉬지 않아야 하는 힘든 작업"이라며 "때로 목숨을 내놓은 어려운 물질을 할 때마다 남편과 자식들의 얼굴을 머릿속에 그리며, 그들을 위해 한 푼 이라도 벌기 위해 바다에 들어간다"고 해녀의 일상을 전달했다.

▲ 국회 길정우 의원(새누리당, 서울 양천 갑)과 제주도의회 의원 연구모임인 문화관광포럼(대표 이선화 의원)이 공동주관으로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주 해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공청회 모습.

제주의 자연환경으로 인해 제주해녀가 탄생했다고 홍씨는 강조했다.

홍씨는 "이 때문에 해녀들은 자연에 순응하는 것을 철칙으로 알고 물질을 한다"며 "작은 소라나 전복은 절대로 만지지 않고, 더 클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어 홍씨는 어장 공동관리 등 해녀공동체의 운영 실태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홍씨는 "바다 숲이 먼저 조성되길 기다리고, 해녀 스스로가 규격미달 해산물은 채취하지 않기로 약속한다"며 "해녀들이 공동으로 바다 주변 어장관리와 바닷속 환경보전에도 솔선한다"고 말했다.

홍씨는 "제주 해녀가 지속되는 것은 제주의 자연환경 보전을 의미한다"면서 "해녀의 생존은 문화이기 전에 삶 자체로 해석돼야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홍씨는 "우리가 선대 해녀로부터 풍성한 바다를 물려받았듯이 후배 해녀들에게 풍요로운 바다를 남겨주고 싶다"는 희망도 전했다.

홍씨는 "제주에서 해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아직까지 제주도의 자연환경이 제대로 보전돼 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청정제주 환경을 위해서는 제주해녀가 보전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홍씨는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수많은 외국 전문가들이 저의 해녀 이야기를 듣고 제주해녀의 가치를 인정했다"면서 "제주해녀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문화"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홍씨는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다면 제주해녀들은 큰 자부심을 갖고 생활할 것"이라며 "미래에도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듣고 싶다면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제주투데이>
 
<강한성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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