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봉은 제주도를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제주 특산품이다. 5월이 되고 한라봉 나무 가지마다 하얀 꽃이 피어 오르기 시작하면 한라봉의 한해 농사가 시작된다.

한 해 농사의 시작도 중요하지만 본격적인 농번기 전 허리 건강을 체크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일이 바빠지면 통증이 생겨도 치료할 시간이 없어 병을 점점 키우기 쉽다.

대표적인 농부 직업병으로 꼽히는 허리병이 척추관협착증이다.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눌러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는 오랜 기간 혹사당한 척추가 노화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켜 생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50대 이상 여성환자가 전체 진료환자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70대가 32.7%로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 29.2%, 50대 19.8% 순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오랫동안 허리를 구부리고 일하는 직업군에서 많이 발생한다. 허리를 숙이고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근육과 인대가 굳어지면서 척추관의 신경압박 증상이 악화된다.

주로 40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50세 이후 급증하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발병률이 높다. 농촌 어르신의 경우, 노화와 함께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증상은 허리에서 다리로 번지는 통증, 간헐적 하지파행증 등 다양한 신경이상 증상과 배뇨, 배변 장애 등으로 나타난다.

주로 허리를 구부릴 때보다 펼 때 통증이 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파행증은 걷는 도중 갑자기 다리가 아프고 저려 주저앉게 되는 증상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사라진다.

초기에는 허리와 엉덩이에 통증이 생기고, 오래 방치할수록 다리가 무거워지고 저리며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많이 저리고 힘이 빠진다.

척추관협착증은 노화가 원인이라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 평소 허리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 진행을 늦출 수는 있다.

평상시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리를 꼬고 앉거나, 양반다리로 오래 앉거나, 엎드려서 걸레질 하는 습관은 좋지 않다.

무거운 것을 나르거나 허리를 지나치게 움직이는 것도 척추에 무리가 가는 행동이다. 특히, 밭일처럼 오랜 시간 허리를 숙이는 습관이 가장 큰 원인인 만큼, 농업 종사자라면 척추 검진을 한번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료는 증상이 가벼운 경우 자세교정이나 근육강화운동, 스트레칭 등 보존적 치료를 한다. 낫는 과정을 살피며 신경성형술이나 신경차단술 등 비수술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수술은 2~3개월간 보존적 치료나 시술치료를 해보고,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고려한다.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주는 감압술, 척추 사이를 고정기기로 강화시키는 척추연성고정술이 대표적이다.

▲내시경 레이저 수술 모습
최근에는 미세현미경과 레이저를 이용한 수술법이 많이 이용된다. 피부절개를 최소화할 수 있고 수술시간이 1~2시간 정도로 짧으며 수술 정확도가 높다.

수술 다음날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기간이 짧고 정상조직이 최대한 보존되는 등 안정성이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제주 튼튼병원 박수영 명예병원장은 “나이가 많은 분, 특히 농사 등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는 직업에 종사한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조심해야 한다”며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므로 증상이 느껴진다면 빨리 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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