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철마다 진화를 거듭하며 등장하는 각종 형태의 유세 차량들.

선거의 꽃은 유세(遊說)다.
정당의 공천을 받았거나, 무소속으로 나선 6.4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자신을 알리는 거리유세로 바쁘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은 공식 선거운동 첫 주말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동안 세월호사건 때문에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지 못했다. 하지만 유권자들도 곳곳에서 표를 얻기 위해 사자후를 토하는 후보들의 유세를 지켜보며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유세는 단지 오늘날의 선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대 중국에서 고급 관료로 가는 등용문이 바로 유세였다. 과거(科擧) 제도가 정착되기 이전에 나름대로 국가를 다스려나갈 계책을 깨달았다고 여긴 이들은 제후국을 돌아다니며 왕이나 권력자를 만나 유세를 하고 선택을 기다렸다. 강력한 법치를 주장한 한비자, 합종연횡책의 소진과 장의 등도 유세를 통해 높은 벼슬을 얻었다.

고대의 유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인류의 성현으로 추앙받는 공자다. 공자는 50이 넘어서 유세 길에 올라 거의 10여 년 동안 제후국을 전전하며 천하를 주유했다. 그러나 순진했던 공자는 고생만 하고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한다.

공자가 왕들을 만나 설파한 것은 주로 인의예지와 도덕이었다. 당시 왕들은 전쟁에서 이길 방도나 부국강병이 주된 관심사였지만 공자는 이를 꿰뚫어 보지 못했다. 공자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백성과 국가를 다스리고 인간 본연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유세했지만, 실리를 우선하는 왕들에게는 영 입맛이 맞지 않았을 것이다.

▲ 6.4 지방선거 유세현장 모습들.

유세풍경도 세월 따라 많이 변했다.
유세전(遊說戰)이라 불릴 만큼 넓은 유세장에 많은 유세객들을 동원하고 세를 과시했던 게 과거 모습이다.

하지만 요즘은 규모는 작지만 최첨단멀티미디어 차량을 동원한 기동력 있는 유세가 대세다.

작게는 1톤, 크게는 5톤 트럭을 개조해서 유세차량을 만든다. 연단과 음향, LED영상장비까지 갖춘 차량이다. 여기에 재미있고 기발한 로고송과 영상물,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율동팀과 찬조연설자등이 함께 하면서 유권자들의 마음과 표를 잡는다.

또한 도지사와 교육감후보들은 대형 유세차량, 도의원 후보들은 수시로 좁은 골목을 돌아다닐 수 있는 작은 유세차량을 선호한다. 물론 선거비용의 제한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준비한 후보자들이 어떻게 하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후보들은 대부분 유세 내용을 지역발전, 일자리 창출, 복지 증대, 경제 활성화, 지역현안 해결로 채운다. 가끔은 지킬 수 없는 공약으로 대부분을 채우는 후보자들도 있다.

후보들의 유세를 지켜보는 유권자 가운데 과연 얼마나 공감할지는 알 수 없다. 현실을 도외시한 공자의 유세가 왕들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듯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후보들의 유세는 단지 표를 구하는 읍소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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