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 ‘이중섭 거리’
천재화가의 작품 거리 단장… 공방·카페도 속속 들어서

서귀표시 이중섭 거리

제주 서귀포에는 비운의 천재화가 이중섭 화백(1916~1956)을 기리는 ‘이중섭 거리’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서귀포시는 1996년 화가 이중섭이 거주했던 서귀동 일대를 ‘이중섭 거리’로 명명하고 문화·예술 거리로 조성해 왔다. 2002년 개관한 이중섭 미술관, 이중섭 공원이 들어서 있다. 최근에는 아기자기한 공방과 특색 있는 카페도 속속 들어섰다. 한국전쟁 때 서귀포에서 피란생활을 한 이 화백은 제주 풍광을 소재로 한 ‘서귀포의 환상’ ‘섶섬이 있는 풍경’ 등의 작품을 남겼다.

전남 순천시도 1936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동메달을 딴 남승룡(1912~2001)의 업적을 기리는 ‘남승룡 길’을 조성했다. 순천시 왕조동에 조성된 남승룡 길에서는 매년 가을 ‘순천 남승룡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이 구간을 달리면 동천 물길을 따라 펼쳐진 정원의 갈대가 인상적이어서 참가자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정호 경북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심의 골목길도 스토리를 가미하고 문화와 예술을 입히면 얼마든지 훌륭한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면서 “골목길 재탄생은 관광활성화는 물론 도시 경쟁력에도 한 몫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구 대봉동 ‘김광석 길’
곳곳에 벽화 생전 음악 흘러… 주말엔 4천 ~ 5천명 몰려

대구 김광석 길

‘검은밤의 가운데 서 있어/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어디로 가야 하나/어디에 있을까.’ 6일 오후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하 김광석 길). ‘영원한 가객’ 김광석(1964~1996)의 히트곡 ‘일어나’의 애잔한 선율이 가을 공기를 갈랐다. 평일인데도 골목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골목길(길이 350m×폭 3.5m)을 걷다 보면 그가 부른 노래만큼 다양한 작품들과 마주치게 된다. 골목길 한쪽 콘크리트 옹벽은 벽화(높이 4m)로 꾸며졌다. 그가 하모니카를 불며 기타 치는 장면, 이빨을 드러낸 채 환하게 웃는 모습이 거리 곳곳에 설치돼 있다.

김광석 길 입구에 들어서면 벤치에 앉아 기타를 치는 동상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히트곡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벽면은 그림과 노랫말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가로 10m의 벽면에 노부부가 두툼한 점퍼를 걸치고 난간에 기댄 채 바다를 응시하는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벽화에 새겨진 노랫말과 그림이 어우러지면서 노부부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김광석의 실제 키(164㎝) 높이로 조각된 동상은 관광객의 손때가 겹겹이 묻어 있다. 팬들은 사진촬영을 하며 고인이 된 김광석을 추억한다. ‘새장 속의 친구’를 테마로 한 벽면에는 새장 안에 갇혀있는 사람과 새장 밖에서 날고 있는 새가 관광객들을 사색에 잠기게 한다.

‘김광석 길’은 서울, 부산, 강원, 제주 등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찾는 대구의 명소가 됐다. 평일 1000~1200명, 주말에는 4000~5000명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 5일 수원에서 온 김미숙씨(54)는 “그의 음악을 들으면 추억이 되살아나고 삶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면서 “길을 걸으니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석 길은 대구 중구와 지역 작가들이 2011년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조성했다. 작가 20명이 벽화 사업에 뛰어들어 끼와 재능을 기부했다. 대구 출신인 김광석은 5살까지 이곳에서 살다 서울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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