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춘(54) 제주발전연구원장 예정자가 고도근시로 병역 면제를 받아 병역 기피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그의 두 딸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청문회를 주관한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에 사과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존중한다"는 내용의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해 원희룡 제주지사가 강 예정자를 제주발전연구원장으로 임명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8일 강 예정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열어 이런 점을 거론하며 그의 국가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황국 의원은 강 예정자가 고도근시를 이유로 군 복무를 면제받은 것에 대해 "고위 공직자 가운데 고도근시로 군 면제를 받고 운전면허는 통과하는 일이 많다"며 병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봉 의원도 "축구가 취미라는데 고도근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군대를 회피하려는 가운데 시력이 문제 된 것은 아니냐"며 "자녀 국적 이탈 문제, 군대 문제 등 국가관이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따졌다.

김 의원은 또 "미국에서 태어난 두 딸이 이중국적자로 한국에 들어와 초, 중, 고교를 다닌 뒤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며 "자녀가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희현 의원은 강 예정자의 두 딸이 국적 이탈로 미국 국적인이 된 뒤에도 우리나라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으며 자녀 교육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영보 의원도 "학생들에게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해서 대한민국을 위해 역할을 하라'고 강조하는 대학교수가 자녀 둘 다 국적을 이탈토록 했다"며 "교육자로서, 고위공직자로서 그래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소신' 문제도 거론됐다.

김희현 의원이 "경제 전문가로서 경제 분야만 놓고 볼 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순위를 매겨보라"고 질문하자 강 예정자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특강에서는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공동 1위, 김영삼 대통령 2위, 박정희 대통령 4위였는데 왜 소신이 달라졌느냐. 박근혜 정부니까 박정희 대통령이 1위인 거냐"며 소신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발전연구원이 정책 책임자의 입맛에 맞는 용역 결과를 내놓으면 제주도가 망한다. 원장이 소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학 의원도 "우근민 도정 당시 트램(노면전차)에 대해 용역을 통해 어떻게든 논리적 근거를 만들어 추진하려 했는데, 만일 시행됐다면 시민의 손해배상 청구로까지 이어지는 용인 경전철 사례를 반복했을 것"이라며 "연구기관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예정자는 병역 회피 의혹에 대해서는 "도민과 국민에 죄송하다"며 "만약 제게 선택을 하라고 하면 군 복무를 선택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두 딸의 국적 문제에 대해서는 "죄송하다. 딸들에게 성인이 되면 국적을 결정하라고 했고 선택을 존중했다"며 "앞으로도 국적은 미국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국적 이탈 후에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국적 이탈되면 자동으로 건강보험 자격이 상실되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발전연구원의 '복사판' 용역 논란에 대해서는 "다신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자체적인 계획을 세워 내부적으로 단계를 밟으며 연구 결과에 대해 검증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팀을 통해서도 결과에 대해 검증, 심의하겠다"고 쇄신 방안을 내놨다.

강 예정자는 "도민과 후손의 삶의 질 향상에 미력하나마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제주발전연구원장에 지원했다"며 "발전연구원이 도정과 협력과 견제의 관계를 정립해 제주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도정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자치위는 "고위공직자로서 국가관과 도덕성 등에 부족함이 있다고 판단되지만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에 사과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존중한다"며 "제주발전연구원을 제주 미래 발전의 싱크탱크로 환골탈태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의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강 예정자는 동양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감사원 감사연구원 사회행정평가연구팀장, 제주대 관광과경영경제연구소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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