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영화제를 가봤지만 이런 영화제는 처음이다. 시민의 연대가 만들어낸 놀라운 축제!"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개막식에 초대된 국내외 감독들은 개막식 소감으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 여느 영화제에서는 볼 수 없는 시민들만의 힘으로 만들어낸 영화제는, 소소하지만 힘이 넘쳤다. 그 자연스러운 자유로움은 '평화'를 주제로 똘똘 뭉쳤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영화축제의 한 장을 거뜬히 장식했다.

이날 영화제 개막식에 참여한 임순례 감독(와이키키브라더스 등 작품 다수)과 기 다비디 감독(팔레스타인, 다섯대의 부서진 카메라 2011)을 만나 그들이 전하는 소감을 들어봤다.

△ 임순례 감독 "시민들의 연대란 이런 것이군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한 국내 대표 영화감독인 임순례 감독.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지난해에 듣고 과연 짧은 기간 안에 '국제'영화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싶었지만, 개막식에 참석해보니 시민들의 연대로 채워진 강정만의 영화제에 놀라워 했다. @변상희 기자

-개막식에 참여한 소감은?

보통 '국제'영화제는 몇 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불과 6개월만에 이렇게 준비가 되다니 놀랍다. 많은 영화제를 다녀봤는데, 평화를 염원하는 퍼포먼스 등 개막식을 보며 가슴이 뭉클한 것은 처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취지에 맞게 진행돼 인상적이다. 시민들의 연대란 이런 것이구나 느낀다.

-오늘 개막식은 원래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진행돼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영화인으로서 한마디 한다면?

부산국제영화제와 비슷한 상황이다.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든다. 평화란 세계인의 염원. 그것엔 어떤 이데올로기나 색이 있는 게 아닌데, 자꾸 색을 씌우려는 관의 행태는 미성숙한 태도로 보인다. 오히려 제주도가 사실은 해군기지로 인해서 많은 상처를 받았는데. 이번 기회에 다같이 모여서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을 시가 먼저 제공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시에서도 지원을 하고, 결국 이것이 한쪽 사람들만의 축제가 아닌. 제주도가 다같이 자랑스러운 행사로 키웠으면 한다.

기 다비디 감독 "다른 영화제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감동. 주민들의 참여가 인상적!"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2011)을 공동 연출한 기 다비디 감독. 팔레스타인의 한 마을의 땅이 이스라엘 군에 박탈된 이후 마을의 저항을 영화로 담아낸 그는, 강정의 해군기지 문제도 비슷하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를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보여주고, 이후 그 문제들이 차차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상희 기자

-개막식을 함께 한 소감은?

다른 국제영화제를 많이 다녀봤지만 이렇게 마을이 나서서 참여하고 만든 영화제는 처음이다. 한국도, 제주도도 처음인데, 이번에 참여하면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특히 오늘 오전 11시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열린 미사에 참여했는데 사람들이 비폭력으로 평화롭게 저항하는 모습은 내게 많은 상상력을 자극시켜줬다.

더불어 내 주위의 영화인들에게 에너지와 영감이 필요하다면 강정에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우리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다섯대의 부서진 카메라에 담긴 팔레스타인의 마을은 강정과 비슷해 보인다.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제주도민의 땅이 강제로 수용된 것이 내 영화의 소재와 비슷하다. 실제로 팔레스타인 올리브 농장 농민들이 이스라엘 군인들에 의해 강제로 수용되는 과정에 저항을 하면서 이 작품을 만들었고, 그 과정을 보여준 것인데. 팔레스타인에 세워지고 있는 분리장벽때문에 땅이 강제로 박탈되는 것과 강정주민들의 땅이 해군기지때문에 강제로 박탈되는 것과 유사점을 느낀다.

-애초 이 영화의 개막식이 열릴 예정이었던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관 거부에 대해 소식을 들어봤는가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부산시의 부당한 압력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 영화감독 100여명이 보이콧을 했는데, 나도 보이콧에 동참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봤다. 영화제가 열릴 때 정권에 맞지 않는 영화들은 상영되지 않은 적도 있다. 그때도 보이콧을 했지만 강정영화제도 그런 상황에 놓인 것은 안타깝다.

영화제에 많이 참가했는데, 강정영화제도 그렇고 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다. 그런데 그런 친절한 사람들이 뽑은 정치인들은 '적대적'이다. 인간의 본성인 친절함을 정치권에서도 드러났으면 좋겠다.

-영화제에 함께 한 시민들, 제주도민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이렇게 초대된 것은 정말 영광이다. 다만 바라는 것은 계속 영화제가 쭉 성장해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다가가는 영화제로 10년 이후에도 이어졌으면 한다. 10년 후 다시 초대되서 왔을 때 '또 왔군요, 반가워요' 인사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덧붙여 오늘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업사이드 다운'을 봤는데,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알 수 있었다. 강정의 영화제가 한국사회의 여러문제를 보여주는 장이 돼서 여러 문제가 차츰 해결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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