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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가 만난 제주인] 예술을 나르는 인생 ‘양의숙 대표’제주인의 자긍심 찾기 43년째, 예나르 양의숙 대표
안인선 기자 | 승인 2016.06.05 11:45

지난 5월 2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제주도립무용단의 제주도 도제 70주년 및 특별자치도 시행 1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춤, 홍랑' 공연이 성황리에 끝났다.

이날 공연에는 원희룡 도지사를 비롯해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복희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등 1500여명이 관람했다.

‘춤, 홍랑’은 조선 정조시대 제주에 유배를 온 조정철과 제주여인 홍윤애(홍랑)의 절개와 사랑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창작 무용으로 제주의 독특한 소재와 색을 담아낸 예술작품이다.

'춤, 홍랑' 제주도립무용단 서울 공연(5월 21일)

많은 관람객들 속에 인기 방송 프로그램인 ‘TV쇼, 진품명품’에서 오랫동안 민속품 전문 감정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제주출신 양의숙(71세, 예나르 대표)씨도 지인들과 함께 자리했다.

서울 인사동에서 고미술 전문화랑 예나르를 운영하고 있는 양의숙 대표는 27세 때 대학원에서 공예미술을 전공하고 잠깐 대학 강의를 맡다가 자신이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찾던 중에 지금 하고 있는 고미술 분야에 뛰어든 것이다. 1946년생인 양 대표가 올해 나이 70이 넘었으니까 벌써 이 일을 한 지도 43년째다.

양 대표는 제주도립무용단의 ‘춤, 홍랑' 공연 내내 남 다른 감회에 젖어들었다.

주인공인 홍윤애의 슬프고 애절한 사랑이야기 중에 제주여인의 지조와 강인함에 감명을 받았고 또 하나는 자신이 8년 전에 어렵게 구해서 소장하고 있는 고서 ‘정헌처감록(靜軒處坎錄)’을 이 공연에 접목시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정헌처감록(조정철 지음)

이 책은 정조 때 제주에 유배 온 조정철이 남긴 제주기사이며, 문화재적 가치가 높고 현재 제주에는 번역본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연 이후 양 대표는 자신의 자식처럼 여기는 고서 ‘정헌처감록(靜軒處坎錄)’ 두 권을 제주도에 기증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3일, 양 대표는 직접 이 책을 들고 김만덕기념관 개관 1주년 기념식장을 찾아 원희룡 지사에게 전달했다.

'정헌처감록' 제주도에 기증(6월 3일)

기념식장에서 양 대표를 만났다. 첫 마디가 “홍윤애라는 제주여인의 지조와 강인함이 제주를 알릴 수 있는 훌륭한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소중하게 소장하고 있던 이 고서도 제주를 좀 더 잘 알릴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또한 “이 고서의 표지를 보면 잘 도침된 장지에 아름다운 문양판으로 제본을 떠서 옛날 원형이 잘 살아나고 또한 가치가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어느 도 문화재위원은 “이번에 양의숙 대표가 기증한 ‘정헌처감록’은 아주 귀중한 제주의 자료입니다. 이러한 자료들이 좀 더 수집이 되고 제주를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합니다”라고 의미를 부연했다.

양 대표가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은 비단 이번 일 만이 아니다. 지난 2006년에는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제주현대미술관에 ‘대원군 석난도'를 기증했는데 이 작품은 도내에는 처음 들어 온 고 미술품으로 가격도 상당히 높게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시 ‘무근성'에서 태어나 제주여고를 졸업한 양 대표는 수도여자사범대학(현 세종대) 의상계통 학과를 졸업하고 이후 홍익대 대학원에서 고미술을 전공한 후 경희대에서 잠깐 동안 강의를 맡기도 했다.

선장헌 (한경면 저지예술인마을)

양 대표가 요즘 고향인 제주를 자주 찾고 있다. 오랫동안 제주를 떠나 자신의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입지를 구축한 그가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문화예술 전문공간인 ‘선장헌'이란 전통한옥을 짓고 난 후에 고향에 무언가 뜻있는 일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오는 9월초에는 자신의 시누이인 건축가 김용미씨가 저지리에 새로 오픈하는 ‘스페이스 예나르 제주’란 예술전시 공간에서 자신의 소장품 40여점을 ‘고미술과 제주공예’란 주제로 전시회를 갖는다고 한다.

양의숙 예나르 대표

앞으로 양 대표에게 좀 더 제주적이면서도 의미를 더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양 대표가 부쩍 고민이 많아졌다. 그동안 남의 일은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줬지만 정작 자신의 일은 선뜻 나서지 못하겠다고 한다. 제대로 구색을 갖춘 공간에서 자신이 그동안 애써 모아온 소중한 소장품들을 잘 전시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감상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행복하고 즐거운 고민일 수도 있다.

끝으로 양 대표가 꿈꾸는 일들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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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선 기자  ains2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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