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제10차 촛불집회를 맞이한 제주시민들은 이날 축제 같은 집회를 즐기고 외침을 멈추지 않았다. @변상희 기자

제주의 촛불집회가 24일 10번째를 맞았다. 주최측 추산 누적인원은 총 3만9300명. 촛불의 뜨거운 함성은 제주를 에워쌌고 청와대로 직행했다. 어느 때보다 뜨거운 제주의 겨울. 그 겨울의 깊이 안에 시민들이 있었다.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하야 크리스마스’를 맞은 제주시민들은 축제 같은 집회를 즐겼고, 외침을 멈추지 않았다. 이날 참여인원은 2500명. 시민들에게도 특별한 날이지만, 10월 29일 첫 집회를 시작한 이후 매주 주말을 반납하고 집회를 준비해온 주최진들에게도 의미가 남달랐다.

최장기간, 최다인원의 집회를 준비하는 그들의 24일 제10차 촛불집회. 그 의미를 물었다.

-다음은 24일 집회 현장서 만난 박외순 공동집행위원장(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과의 일문 일답

24일 촛불집회서 만난 박외순 공동집행위원장(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 이날 집회에도 집회 기획을 맡은 9명과 실무진 40여명은 자리를 지키고 시민들을 도왔다. @변상희 기자

△누적인원 4만명, 10차의 촛불집회. 처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집회를 시작하면서 예상했었나

최순실의 태블릿 PC 보도가 터지기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일이 보도되고 나서, 시작된 집회에서 한 회 한 회 갈수록 불어나는 시민들의 참여를 보며, 그동안 움직이진 않았지만 언제든 참여의지를 갖고 있는 국민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하나의 이슈를 향한 하나의 움직임이었다.

△어느덧 10번째다. 집회를 준비하는 실무진들에겐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집회가 장기화 되면서 고민이 적지 않았다. 그 중 가장 큰 고민은 도민들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였다. 준비입장에선 늘 아이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시국에선 박근혜 하야만으로도 도민들의 참여가 이어진다. 이제 우리의 고민은, 촛불을 촛불에 멈추지 않고 사회에 어떻게 반영하느냐다. 그런 차원에서 1월 중순부턴 시민대토론회를 시작할 계획이다.

△첫 집회 장소는 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시작했다. 장소가 협소해 ‘광장’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도 컸다.

뭐든 예상할 수 없었다. 초반은 어울림마당에서 진행했지만, 도민들이 몰리면서 협소한 장소때문에 중간 집회 때부터 차도로 나갔다. 하지만 서울과 달리 이곳은 우회도로가 없어서 이또한 한계였다. 광장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도 있었지만, 접근성, 용이성 등을 생각해볼 때 현재로선 제주시청 일대를 대체할 곳은 없다고 본다.

△촛불모금도 있었다. 운영자금의 어려움은 없었나.

넉넉하진 않지만 단체와 개인의 후원이 이어졌다. 지난 7차 집회때 1만명이 참여했을 때 모금액이 800여만원이 될 정도였다. 지난주에도 참여인원이 2500명 규모였지만 180만원가량 모금됐다. 후원계좌도 열어둬서 꾸준한 후원이 있다. 집회 실무진으로써, 시민들의 이런 후원도 큰 도움이 된다.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제10차 촛불집회를 맞이한 제주시민들은 이날 축제 같은 집회를 즐기고 외침을 멈추지 않았다. @변상희 기자

△인구 규모 대비 제주지역 참여시민이 결코 적지 않았다. 제주만의 촛불 의미를 풀어본다면?

제주의 어떤 전통이다. 한 권력에 집중해 움직이지 않는, 개방된 성향이면서 움직여야 할 땐 주저 없이 움직이는 지역의 특성이다. 특히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모습엔 역사적으로 제주는 늘 가만있지 않았었다. 5.10 단독선거를 반대한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고, 광우병때도 촛불의 규모가 적지 않았다. 언제나 가만있지 않은 제주의 민심이 촛불을 이어가는 원동력이라 본다.

△여러 단체와 개인의 재능기부도 촛불집회를 이끌었다.

초반 집회는 민중총궐기 제주위원회가 이끌다 5차부터 제주지역 104개 단체가 함께한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이 주최가 됐다. 참여단체와 여러 예술가들의 재능기부도 촛불을 키운 큰 원동력이 됐다. 그들은 재능기부 형태로 움직여줬고, 현재 무대나 음향 정도를 실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촛불집회의 큰 주춧돌이다.

집회 주최측은 매주 토요일 주말을 반납하는 게 10번이 누적되면서, 개인의 피로도는 당연히 있다면서도 촛불은 계속돼야 한다는 공동의 의식으로 힘을 잃지 않고 있다. @변상희 기자

△집회 규모가 커지면서 단체가 그동안 널리 퍼뜨리지 못했던 이슈 공유화에 대한 고민도 있었겠다.

사실 집회를 이끌며 조심하고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진보적 목소리를 더하는 것이다. 현재 이 촛불집회가 이어온 건 단 하나의 이슈, 박근혜 정권 퇴진과 부역자 처벌, 정의 사회 구현이다. 시민들의 요구는 한 결로 하나의 목적에 집중돼 있다. 그 안에 사회의 다른 부조리를 더하고 공유하고 알리려는 것은, 지금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10번의 주말 반납. 촛불 실무진들의 피로도도 높을텐데.

기획은 9명, 실무진은 3-40명 정도다. 매주 토요일 주말을 반납하는 게 10번이 누적되면서, 개인의 피로도는 당연히 있다. 하지만 촛불은 계속돼야 한다는 공동의 의식으로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촛불은 언제까지?

힘들어도 촛불은 계속 가야 한다. 박근혜가 내려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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