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사는 제주사름(대표 박찬식)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회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화로 보는 제주의 현실’ 월례기획을 진행했다. 매년 초에 제주문화의 심층을 탐구하는 기획의 일환이다.
이날 강연은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한진오 특별연구원이 오랜 시간 제주에서 이뤄져온 ‘굿’에 대해 단순한 학문적 접근이 아닌 제주사람들의 시선으로 설명, 눈길을 끌었다.
한 연구원은 “신화의 본질은 현실의 고통과 염원에서 비롯된 가장 사실적인 기도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종교적 의례와 분리된 문자 텍스트만으로는 그 의미를 알기 어렵다면서 “신화라는 용어도 원래 우리나라에는 없는 말이고, 제석본풀이, 바리데기본풀이, 당곰아기본풀이 등 전통적으로 ‘본풀이’라고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연구원은 “특히나 제주의 본풀이는 의례(굿)을 통해 구현되고 전승돼 왔고 제주의 창조설화인 천지왕본풀이의 설문대할망설화의 지형창조설화 등처럼 상당수가 전설이나 민담류로 전해오면서 제주 내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한 연구원은 “이집트의 신 ‘월우 아파스’와 제주도입춘굿의 ‘목우 낭쉐’의 유사성이나 독일 유명자동차회사의 로고인 사자인간신상은 독일의 울름동굴의 사자인간 신상을 본따 만든 것을 보면 개발독재시대를 거치며 무속이 저급한 것으로 취해지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연구원은 “제2공항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온평리 본향당의 포제굿이나 영등굿, 해군기지로 없어진 구럼비 등은 모두 소중한 제주의 영성이 깃든 제주사람들의 역사”라며 “시대가 변하면서 마을당이나 제주의 굿이 점차 사라지겠지만, 현대의 ‘물질적 탐욕’이 어떻게 제주를 바꿔놓는지는 매우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이날 열띤 분위기 속에 강연에 몰입했던 많은 참석자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알지 못한 영역이었다면서 늦게나마 제주문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신화와 굿, 당 등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육시사는 제주사름 박찬식 대표는 앞으로도 ‘제주다운’ 것을 찾아 나가는 문화탐방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2월에는 “김석범의 <화산도>, 문제지향적 공간의 정치적 상상”을 주제로 한 고명철 교수(광운대)의 강의와 더불어 내년 제주 4.3항쟁 70주년을 어떻게 준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토론을 갖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