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이겼다. 국민이 이겼다."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밝혀진 뒤 19차례 분노의 촛불을 넘어 환희의 촛불이 처음 타올랐다. 긴 싸움,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그 날을 맞아 제주의 시민들은 겨우내 싸웠던 그 광장에 다시 모였다.
박근혜정권퇴진제주행동이 주최한 제주촛불축제가 10일 오후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축하하는 축제로, 주최측 추산 500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시민들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어느때보다 큰 목소리로 "우리가 해냈다."고 소리쳤다.
김남훈 사회자는 "오늘의 결과는 여러분이 이룩해낸 일"이라며 "서로 자축하며 오늘의 축제를 즐기자."고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진 자유발언에서도 시민들은 "가슴이 벅차다."며 "오늘 이 자리는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순이 회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은 "촛불이 지나온 날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와 입춘, 정월대보름들을 거쳐왔더라."면서 "그러니 당연히 박근혜의 탄핵이 인용되고 진짜 잔치가 열릴 줄 알았다."고 감회를 전했다.
이어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다."면서 "2015년 총궐기때 사경을 헤매다 돌아가신 백남기 어르신, 꽃다운 삼백여명의 아이들이 생각난다."며 "이 기회에 정확히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선에 휘둘리지 말고 오랜 시간 우리가 광장에 녹여낸 이야기를 요구해야 한다."면서 "끝까지 목소리를 내고, 끝까지 공정한 사회를 위해 싸우자."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언에서도 시민들은 "박근혜를 구속해야 한다."고 소리쳤고, 자유발언에 나선 한 시민은 "박근혜는 당장 청와대에서 나와 감방으로 가야 한다."며 "이제 적폐 청산을 시작하자"고 촛불이 남긴 과제를 강조했다.
촛불축제는 시민들의 자유발언과 공연 등으로 채워졌다. 대통령 파면을 축하하는 의미로 노무현재단제주위원회와 전교조제주지부 등에서는 이날 시민들에게 잔치 떡을 돌리기도 했다.
한편 박근혜정권퇴진제주행동은 11일 오후 6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서 제20차 촛불집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