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관광안내 등 각종 제주안내의 첫머리는 언제나 “척박한 땅 제주도는…”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척박성 담론’이 개발주의 담론의 전제이자 토대로 활용된 과장과 허구의 산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제주대 사회학과 김석준 교수는 최근 『탐라문화』에 발표한 ‘제주도 ’척박성 담론‘의 재검토」에서 기존의 척박성 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제주도의 척박성 담론이 1960년대 이후 지속된 제주개발 논리의 전제이자 토대로 작용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척박한 섬 제주는 사실이 아니라 어떤 역사적 필요에 의해 구성되고 재구성되어 온 하나의 허구적 신화”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업중심의 사고관에서 비롯된 제주 환경을 척박하다고 말하는 것을 일종의 낙인이자 단순논법이라고 꼬집으면서 “이는 전통적 논농사중심 사회의 인식틀이 직간접적으로 현재까지도 유효하게 작동하면서 빚어내는 일종의 스테레오 타이핑이자 편견”일 수도 있다고 되물었다.

김 교수가 이 논문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 의식은 제주의 자연 환경에 대한 그간의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오히려 그동안 제주사회가 제주가 지니고 있었던 풍요의 산물을 외면한 것은 아니었는가를 따져묻는데까지 이른다. 즉 척박성 담론이 과거 식민지를 지배했던 제국의 식민 지배 방식에서 빚어낸 지배-종속 관계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중앙과 변방의 정치적 주종적 관계를 유지해야 이득을 볼 수 있는 변방의 유력자들이 이를 내면화한 종합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척박성 담론이 정치경제학적 배경에서 형성되었으며 그러한 담론이 형성되게 된 계기를 “독립적인 탐라국에서 반도의 왕조나 정치세력에 변방의 섬으로 복속되면서부터 척박한 섬이라는 정체성을 부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제주=척박한 땅‘이라고 여겨왔던 일반론적 인식이 가공의 산물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구성과 다른 문제의식을 지닌다. 이는 제주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문제제기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그러면서 김 교수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에코토피아 제주를 복원하는 기획”이 필요하다면서 척박성 담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발주의 담론을 넘어서는 “풍요의 담론에 의한 새로운 생태주의의 패러다임”의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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