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예술인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스페이스 예나르 제주(관장 양재심)에서 아주 특별하고 이색적인 기획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 공예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자신의 고유한 조형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금속공예가 김승희 교수의 ‘금속으로 그린 풍경전’이다.

1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마련되는 이번 기획전시회는 금속으로 만든 그의 작품을 통해 잠재된 한국인의 감성과 민화적 소박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승희 국민대학교 명예교수, 장신구브랜드 ‘소연‘의 대표작가

우리나라 금속조형디자인의 선구자인 김승희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대 외국문물을 접할 기회가 어려웠던 시절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미술대학원에 유학을 갔다 온 후 우리나라 전통 금속 공예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976년 국민대학교에서 금속공예학과를 개설해 제자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재직해왔다.

현재 국민대학교 명예교수와 장신구브랜드 ‘소연‘의 대표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1980년대 초반에 작품활동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전통 식기를 디자인하여 생활 공예의 상업화는 물론, 순수 조형예술을 추구하며 예술장신구(Art Jewelry)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왔다.

금속공예가로 거듭난 건, 1970년대 미국 유학을 하면서다. "한국의 금속공예는 어때?"라는 질문을 받을때마다 제대로 된 답변하나 못하고 얼굴만 붉혔던 뼈아픈 기억때문이었다.

귀국후 한국 금속공예의 역사적 배경과 특징을 발견하면서 우리나라는 '금속공예의 나라'라고 정의했다.

"중국은 대나무를, 일본을 옻칠나무를 쓰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정조시대부터 금속수저를 사용한거 아세요?"

작가는 "외국인 친구들도 세계어느나라를 다녀도 금속수저를 쓰는 나라는 너희 나라밖에 없다고 하더라"며 금속공예가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처음부터 금속공예가는 아니었다. 1980년대 그는 상류층에게 인기있는 은수저, 반상기, 구절판 첫대등 우리나라 전통식기를 제작했었다. 공방도 생기고 경제적 여유가 생겼지만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1980년대 초반에 시작한 전통적 조형성의 ‘은기’는 청와대등 중요기관과 멋을 찾는 애호가들에게 인정받는 명품이 됐다. 그후 그는 금속공예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나름대로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한국에 처음으로 오브제를 작게 축소하여 브로치로 제작하고 선보였다. 1987년 당시 우리나라에서 브로치라고 하면 진주브로치 정도밖에 없었던 시절에 그의 작은 오브제 브로치는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멋쟁이들의 즐거운 수집품목이 되었다. 또한 당시 언론과 문화예술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문화예술계의 많은 인사들이 그의 작품전을 새롭게 평가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두 점의 작품을 수집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관람객을 압도하는 김승희의 「춤추는 모란」이라 작품과 만날 수 있다.

「춤추는 모란 2006」-철, 적동, 황동, 백동,폴리+안료 480*160cm

다섯 개의 힘찬 산봉우리와 대비되는 듯 춤추는 모란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주어 보는 사람에게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두 그루 소나무의 당당한 모습일 것이다.

「풍경 95-13 1995」-철, 적동, 황동, 순금 90*63cm

9점의 벽면작품, 6점의 오브제, 그간 개인전을 통하여 발표해온 장신구 26점, 제품장신구 78점등 김승희 금속공예 30년의 역사를 함축해 놓은 이번 전시회는 가장 한국적인 모티브들을 현대적 금속조형으로 표출하는 금속공예가 김승희의 작품 세계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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