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3시 제주아트센터 '지적장애인과 함께하는 백건우의 음악여행'

지난 11일 오후3시 제주아트센터에서 아주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프랑스 파리에 살면서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백건우(71)의 재능기부로 마련된 '지적장애인과와 함께하는 백건우의 음악여행'이다. 이날 공연은 평소 클래식 음악을 접하기 힘든 지적장애인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 특별히 300여명을 초대한 것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백건우는 이미 10살 때 한국 국립 오케스트라와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으로 첫 콘서트를 가졌고 지난 1972년 뉴욕의 링컨 센터에서 처음으로 라벨의 독주곡 전곡을 연주한 이후에 라벨의 뛰어난 해석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날 백건우가 피아노 앞에 앉아 바흐 프랑스 모음곡 5번을 열심히 연주하던 도중에 평소에 좀처럼 보기 힘든 작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적장애인 한 명이 돌연 무대 위로 성큼성큼 올라와 허리를 숙인 채 열연 중인 백건우 의자 옆에 서서 천연덕스레 두 손을 피아노 건반에 얹은 것이다.

연주회 도중 갑자기 무대에 올라온 지적장애인 관객에도 아랑곳 없이 열연중인 백건우

순간 객석은 작은 탄성과 함께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그러나 노장 백건우는 일말의 동요 없이 한 음 한 음 수놓으며 이 남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끄덕해 보였다.

연주가 끝난 후 만난 그는 이미 이런 상황을 염두에 뒀다고 했다. 그리고 “음악회가 아니었다면 아이와 같이 놀아주고 만나서 대화도 나눴다면 좋았을 텐데. 보통 음악회는 객석과 무대가 서로 다른 세상이지만 오늘은 안방 같이 하려고 피아노도 무대 아래에 내려놓고 연주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음악인으로서 음악회를 여는 것은 음악으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을 뜻한다”라고 강조했다.

연주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백건우

백건우는 현재 베토벤의 피아노 소타나 전곡 32곡으로 전국 도시를 순회하는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제10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을 주최하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로부터 지적장애인을 위한 공연을 제안 받고 제주도까지 날아왔다. 이날 공연에는 백건우의 아내인 배우 윤정희도 함께 했다.

음악회가 끝나는 내내 ‘백건우의 훌륭한 연주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그의 마음씨에서 나온다’라는 작지만 깊은 울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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