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교실. 덧셈과 뺄셈을 가르치는 시간이었다.

“1+2_+3+4+5의 합은 얼마냐”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한 어린이가 손을 번쩍 들고 일어섰다. “15입니다”. 당당하게 대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맞았어요, 참 잘 했어요” 선생님의 칭찬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어린이가 반박하듯 일어섰다.

“틀렸습니다. 답은 2·3·5 짓고 4삥 입니다”. 화투 도박의 한 종류인 ‘도리 짓고 땡’에서 인용한 대답이다.

선생님의 표정이 궁금하다.

남을 웃기려고 지어낸 우스갯소리지만 그냥 웃고 넘기기엔 뭔가 찜찜하고 씁쓸한 느낌이다.

‘4삥’이라고 말했던 어린이의 당돌함 속에는 그 어린이의 가정 분위기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의 부모중 적어도 한 쪽은 직업적 노름꾼이거나 노름 중독자일지도 모른다.

부모가 모두 도박에 미쳐 있을 수도 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의 산술(算術)은 당연히 도박적(?)일 수밖에 없을 터이다.

도박의 역사는 기원전 16세기경이라는 설이 있다. 이집트에서는 이때 ‘타우·세나트’라는 도박이 성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오랜 역사와 함께 도박의 종류와 방법도 다양하게 변천해 왔다.

제비뽑기나 주사위에서부터 투호·화투·골패·트럼프·마작·장기·바둑 등 소일거리의 유희가 지나쳐 중독성 도박으로 발전했다.

카지노의 슬롯머신 등 다양한 도박 기계도 등장했으며 복권 경마 경륜 처럼 공인된 도박도 많다.

그러나 도박은 그것이 갖고 있는 유희성보다는 깊이 빠져버릴 때 나타나는 타락성과 중독성에 더 큰 해악과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삼국사기(三國史記) 백제기(百濟記)에는 ‘백제 개로왕 때 고구려의 간첩승 도림(道琳)이 바둑을 좋아하는 왕에게 접근, 왕과 바둑을 두며 국사를 돌보지 않게 하여 나라를 망치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도박중독에 대한 경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도박보다 더 크고 위험한 것은 권력 중독이다. 도박에 취하면 신세를 망치거나 가정파탄의 개인사에 그치지만 권력에 취하면 국민을 토탄에 빠뜨리고 나라를 망치게 한다.

최근 권력에 취해 비틀거리는 장관후보자들의 과거 행태를 들으며 “이건 아니다” 싶어 하는 소리다.

오죽해야 시중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장관후보자가 되려면 ‘위장전입·논문표절·만취운전’은 기본”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겠는가.

여기에다 ‘거짓말과 변명’은 그들만의 자랑거리다.

이는 80%를 오르내리는 대통령 지지도에 대한 반역이다. 대통령 얼굴에 구정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 했다. 인사를 그르치면 만사를 그르친다는 경구다. 나라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민눈높이에 맞춰 겸손하고 깨끗한 개혁 정부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이 같은 ‘인사 오물’을 뒤집어 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증의 도마 위에서 연일 불거지는 각종 의혹의 장관후보자들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은 단호하고 빠를수록 좋다.

적어도 교육부총리·국방부장관·노동부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적 흠결은 이미 국민수용능력의 한계를 벗어나 버렸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국민검증의 도마 위에서 더 이상 만신창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권력에 취해 끝내 권력의 끈을 놓지 못하겠다면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수밖에 없다.

오물을 쓰고 가는 것보다 이를 털고 가는 것이 정치적 부담을 덜고 향후 5년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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