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 위원회(이하 행개위)는 지난 29일 ‘제주도를 4개 행정시로 개편하고 각 시장을 직선제로 하는 방안’을 뼈대로 한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안을 내놨다.

현행 제주시와 서귀포시 2개 행정시를 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시·서제주시 등 4개 행정시로 행정권역을 재조정하는 방안이다.

행개위는 이를 원희룡지사에게 권고했다.

행개위는 이와 관련 ‘실현 가능성이 높고 현행 행정체제의 문제점을 충분히 개선하면서도 도민의 정치적 참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최선의 대안’이라 했다.

정말 그런가?. 이를 비판하는 쪽의 시각은 한마디로 “아니오”다.

저녁자리 사적 만남의 담론을 공론화 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관계없이 행개위 활동에 대한 비판은 쓰고 매웠다.

이글은 그들의 쓴 소리를 요약하고 정리한 것이다.

먼저 행개위 권고안은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실효성도 없고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용역비로 1억원을 쏟아 붓고 허수아비 행정시장을 만들려는 안일 뿐”이라는 시각은 독했다.

논리는 이렇다. 시장을 시민이 직접 뽑았다고 해도 행정시는 법인격(法人格)이 아니다.

자치권이 인정되지 않는 그냥 읍면동 같은 도 산하 행정기관일 뿐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자치의무나 자치권이 인정된다는 것은 지역주민이 단체장을 선출하고 지방의회 의원을 뽑아 지방의회 구성을 의미 하는 것이다.

지방의회나 단체장이 조례나 규칙을 제정하고 예산편성권,인사권, 예산심의권 등 법령이 정한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자치사무를 처리 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시장은 설령 직선제로 선출된다고 해도 자치권이 없는 ‘허수아비’일 수밖에 없다.

행정주체가 될 수 없어서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도의 조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직선행정시장은 그러기에 아무의미가 없는 것이다.

굳이 따진다면 4년 임기 보장이 고작이다.

그리고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시기적으로도 적절치가 않다.

내년 전국지방선거가 1년도 안 남았다. 그러기에 ‘정치적 꼼수’로 비쳐 질수도 있다.

사실 이뤄질 수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 공약으로 선거에서 재미를 보았던 경우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체제 개편은 법 개정과 연동되어 있다. 하고 싶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헌법 개정을 통한 지방분권 강화를 공약했다. 제주특별법 전면 개정도 약속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방향을 무시한 행개위의 독자적 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은 그래서 무의미하고 무모하기 짝이 없다.

이는 행개위 권고안이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고 실현가능성도 없는 ‘허명의 문서’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행개위의 활동은 독자성을 잃어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도당국의 정책 방향에 짜 맞추려는 ‘바람잡이’나 ‘거수기 인상’을 지울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행정의 꼭두각시’라는 손가락질도 없지 않았다.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년 전, 당시 행개위는 4개 시군기초자치단체를 유지하고 개선하는 ‘점진안’과 4개 기초자치단체 폐지와 도 단일광역단체와 통합 행정시를 두는 ‘혁신안’을 제안했었다.

이 두 안은 2005년 7월 27일 도민 투표에 부쳐졌다.

투표결과 도 전체적으로는 ‘혁신안’ 찬성이 많았지만 서귀포시와 남제주군 주민들은 기초자치단체 유지를 골자로 한 ‘점진안’ 찬성이 많았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인 도내 4개 시군자치단체 폐지와 단일 도광역 자치단체로 개편하는 이른바 ‘혁신안’을 제시할 때도 예의 행개위 역할은 컸다.

“제주도를 자치입법·자치재정·자치 조직 및 인사 등 자치행정 전 분야에 걸쳐 파격적 자치권을 갖는 ’자치파라다이스‘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방침이었다.

행정의 효율성 제고와 행정비용 절감, 효과적 제주국제자유도시와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이라는 명분을 내 세웠다.

거기에 행개위가 북치고 장구를 쳤던 것이다.

결과는 어떤가. 제주도가 자치파라다이스로 피어났는가.

되레 행정의 비효율성,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만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4개 시군기초자치단체만 폐지돼 제주지역 지방자치나 자치민주주의가 크게 후퇴되어 버렸다.

기형적 통합 행정시는 행정계층구조 개편이 낳은 기형적 유물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개의 기형적 행정시도 모자라 네 개의 행정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머리하나에 네 개의 꼬리가 달린 행정구조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자치권도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엄청난 국민의 혈세가 낭비 될 수밖에 없다.

또 4개 행정시와 시장 직선제 권고안은 주민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시청사 유치를 위한 각 지역별 유치경쟁은 걷잡을 수 없는 지역공동체 붕괴의 화약고로 작용 할 지도 모른다.

이처럼 현실성도 효율성도 시기적으로도 적당하지 않은 갈등과 분열구조의 ‘4개 행정시와 행정시장 직선제’ 권고안을 ‘최선의 대안’이라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행개위 논리대로 실현가능성이 높고 행정체제의 문제점 개선과 주민 참정권 보장 등 정치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면 ‘권고안’ 수준이 아니라 4개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다.

그것이 지방분권 강화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 정책방향과도 부합한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높다.

행개위 권고안을 백지화 시키고 4개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위한 진정한 행정체제 개편이 요구되는 이유다.

행정체제 개편을 위해 쏟아 부은 1억원 규모의 국민혈세가 아깝고 분하다.

행개위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바탕인 ‘4개 기초자치단체 폐지’의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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