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등 하고 싶은 것이 마음껏 되었습니다. 편안히 생각할 수 있고 보는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자신감을 보이는 한편 "영화를 보고 겨울연가(후유노소나타)와 같다는 사람들도 있어서 난처해 하고 있습니다." 7월 7일 마이니치신문 석간에 실린 윤석호 감독의 인터뷰 기사였다.

일본 중앙지들은 매주 금요일 석간 신문에 영화 광고, 상영 극장 등을 소개하면서 화제작은 여러 면에 기사로 게재한다.

필자는 이 기사들을 좋아 하는데 "후유 소나 감독 첫 영화 작품 코코로니후쿠가제"라는 제목 속에 크게 실렸었다. (겨울 연가 감독 첫 영화 작품 <마음에 부는 바람:心に吹く風>) 

영화 속의 남녀 주인공의 사진과 윤 감독과 여주인공인 배우와 찍은 사진 두장이 기사와 함께 게재되었는데 숲 속에 나란히 앉은 남녀 주인공 사진이 퍽 인상적이었다.

"불륜이지만 웬일인지 긍정적으로 응원하고 싶은 매력이 있다." 16년만에 오디션에서 복귀한 히로인역의 사나다 마스미(39)의 코멘트도 기사를 읽은 독자들의 마음을 끌게 했다.

필자는 10일 마누라와 이 영화를 보러 상영 중인 테아틀우메다극장에 갔다. 조그마한 극장이지만 만원이고 몇 사람은 서서 보았다. 거의가 중년 여성으로서 겨울연가의 펜인 것 같았다. 

홋카이도 대지의 상징적인 후라노(富良野)와 비에이(美瑛)의 아름다운 배경을 무대로 펼쳐지는 첫 사랑의 상대와 우연의 재회가 이 영화의 스토리였다.  

비데오 어티스트 료스케(마시마 히데카즈.40)는 촬영차 친구가 있는 홋카이드를 방문한다. 운전하고 있던 트럭이 고장 나서 연락을 하려는데 숙소에서 휴대폰도 잊고 나왔었다.

주위에 인가라고는 전혀 없는 광활한 대지에서 전화를 빌려고 그는 한채 밖에 없는 집을 찾아갔다.  마당에는 남자의 하얀 와이셔쓰 등이 빨래줄에 눈부시게 나부끼고 있었다. 

인터폰 소리에 나온 그 집 여주인이 바로 고교 시절의 첫 사랑 애인 하루카(사나다 마스미)였다. 그녀 역시 첫 사랑이었는데 23년만의 재회였다.

우연의 빚은 충격적인 재회 속에 서로 서먹서먹한 관계가 고교시절의 회상 신들과 함께 23년의 공백을 희석 시키면서 새로운 사랑을 싹트게 한다.

즐거웠다면서 헤어지는 첫닐의 만남 속에 하루카에게 내일도 이 장소에서 기다린다는 료스케의 말은 그녀 마음을 망설임과 함께 설레게 한다.  

다음 날 묘목 가꾸기 봉사활동에 참가했던 하루카의 마음은 바람에 흔들리는 숲 속의 나무 잎새들처럼 흔들리고 소요를 이르킨다.

자연현상인 바람으로 인해 일어나는 나무들의 흔들림과 마음에 일어나는 망설임과 설레임, 갈등 등의 마음의 바람을 영상으로서 오버랩 시킨 윤 감독의 연출력은 뛰어났다.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봉사활동 도중에 료스케가 기다린다는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간 하루카는 다시 그의 촬영에 동행한다.

내일이면 홋카이도를 떠나야 한다는 료스케에게 시간이 있다면 안내할 곳이 있다는 하루카의 말에 그렇다면 밤을 같이 지새고 새벽에 가자고 그가 응하면서 요청한다.

하루카의 남편은 외국 출장 중이고 동거하는 시어머니는 아는 사람들과 만나기로 해서 하룻밤을 안 돌아오고 딸은 집을 나가서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하루카의 가정에 대해서 알고 료스케가 아직도 독신이라는 둘 사이에 다시 고교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애절함 속에 그가 머무는 숙소에서 밤을 보낸다.

다음 날 하루카가 안내한 곳은 "파란 연못"이었다. 투명한 "파란 연못"을 보면서 "아름다운 것은 덧없다."는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와 지속할 수 없는 아쉬움의 둘 사이를 하루카는 은유로서 심정을 토로한다.

이제 헤어질 때가 되었다. 공항으로 가다가 철로의 건널목에서 빨간 신호등으로 차를 세우고 기다리는데 하루카가 감정에 복받쳐서 차 밖으로 뛰쳐나갔다.

뒤를 따라 나간 료스케가 하루카를 처음으로 포옹한다. "같이 있고 싶다"는 료스케의 말에 결심을 하고 공항으로 같이 갔다. 그곳에서 외국에 출장 갔던 남편을 하루카는 우연히 만났다.

이렇게 마중까지 나와 준 마누라가 한없이 부럽다고 같이 출장 갔던 남편 동료의 말을 들으면서 료스케는 말없이 곁을 떠나는 하루카와 그들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그후, 하루카는 료스케와의 만남에 자극을 받고 꿈이었던 그림 작가가 되기 위해 전념하고 있을 때, 홋카이도에서 료스케 작품전을 열린다는 전시회 안내장을 받았다.

료스케 작품 전시회에서 하루카는 홋카이도에서 같이 촬영한 작품들을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고교 시절 언젠가 같이 보러 가자고 약속했던 오로라의 사진도 있었다.

하루카는 천천히 둘러보다가 료스케의 프로필 연보가 있었서 읽다가 깜짝 놀랐다. 마지막 줄에 "런던에서 급서"라는 글이 써 있었다.

하루카는 충격 속에 홋카이도에 있는 료스케의 친구로부터 료스케에 대한 말을 듣는다.  

각본까지 윤 석호 감독이 직접 담당했고 음악은 겨울 연가에서 같이 한 이지수가 맡았고 스탭은 모두 일본인이었다.

한달 동안에 촬영을 마쳤지만 그 전의 사전 답사도 치밀하게 했으며 인위적인 것을 극력 피해서 홋카이도의 자연을 그대로 표현하는데도 힘을 기울였다고 윤 감독은 말했다.

하루카의 한자는 춘향(春香)이었는데 절개로 유명한 춘향이라는 이름이 불륜의 위험선에 있었던 여주인공의 이름으로 택한 것은 감독의 숨은 재치일런지 모르겠지만 필자 혼자서 웃었다.

"바람"이라는 한국어 단어는 세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자연 현상의 바람과 인간이 원하고 바라는 기대를 거는 바람과 원인을 제공하는 바람이다.

세개의 의미가 모두 독립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좀더 파헤치면 세개의 의미는 모두 연관성을 갖고 있다.

무엇을 원하고 기대하는 바람이 지나쳐서 갈등과 상처를 입으면서 마음 고생을 하는 마음 속에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인간 관계를 어렵게 하는 예가 우리 사회에는 허다하다.   

한국에서는 불륜을 "남불내로"라는 새로운 사자성어로서 사용하고 있어 시민권을 얻고 있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를 축소 시킨 뜻이라고 한다. 

"마음에 부는 바람"은 불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안타깝고 애절하다. 첫 사랑의 감미롭고 아름다움을 어른들의 읽는 동화로 승화 시킨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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