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거의 모든 양돈농가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한림읍 가축분뇨 무단방출과 관련해 양돈장의 행정이 생산지원에서 규제강화로 방향을 틀었지만, 그 누구도 항의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제주 양돈농가 농장주들이 11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2017 축산농가 환경개선 교육을 듣고 있다.@제주투데이

제주특별자치도(도지사 원희룡, 이하 제주도)는 11일 제주웰컴센터 웰컴홀에서 '축산농가 환경개선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이날 오후에 열린 양돈농가 축산환경개선교육에는 296개 농가 중 거의 대부분의 농장주들이 참석해 교육장을 가득 채웠다.

"타성에 젖은 양돈가...혁신이 필요한 때"

이날 교육에서 먼저 김영선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장은 인사말에서 "제주 양돈사업이 도민과 전국민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내가 잘한다가 아니라 우리가 잘하자는 마음으로 임하지 못한 결과이니 지금이라도 똘똘 뭉쳐서 앞으로의 사태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우 양돈장 냄새저감 혁신위원장

이어서 김태우 양돈장 냄새저감 혁신위원장도 혁신위원회의 추진 활동사항과 향후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농가가 수입원이 좋다보니 타성에 젖어있어 변화와 혁신을 이루지 못했었다"며 자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우 위원장은 "돼지 2천두 이상의 농장에서는 액비 분뇨를 분리하는 관리 시스템과 1천톤 짜리 탱크가 반드시 정착돼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며 "단순히 첨가제만 뿌리는 방식으로는 냄새를 절대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양돈가들이 사육두수를 현재의 10%만 줄이고 액비처리를 철저하게 하면 질병도 줄이고 수익도 올리는 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다"는 대안책도 제시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금 여론과 행정이 향해 있는 비판이 너무 편파적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정직하게 일해온 농가까지 싸잡아서 '적폐'라는 표현으로 행정을 진행하고 있고 연일 언론화되고 있다"며 "욕먹을 일은 욕을 먹더라도 양돈인 전부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액비분뇨를 처리할 공간마저 부족해 골프장이나 경종농가 등에 적절하게 쓰여질 시스템이나 대안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행정지원이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더이상의 따뜻한 지원행정 없다"

이같은 의견과 달리 제주도의 입장은 엄중했다.

▲안동우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

안동우 정무부지사는 이날 인사말에서 "양돈산업이 노력해온 것은 인정하지만 (분뇨문제 관련해) 개선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도민이 용납하지 않아 행정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며 "지금까지 복받고 혜택 받으면서 농가를 일궜지만 양돈산업을 더이상 확장해 줄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안 부지사는 "행정에서 그동안 분뇨처리로 많은 지원을 해왔지만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규제행정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며 "농가들이 앞으로 좋은 계획을 가지고 힘써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서 제주도는 '양돈장 적폐청산 및 개선대책'을 전하면서 앞으로 바뀌게 되는 규제정책을 설명했다.

먼저 냄새민원의 주요 원인을 종부와 분만, 사육두수 확대 등 수익창출 경영에만 관심을 두고 악취저감과 분뇨처리 시설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양돈농가의 태도로 꼽았다.

따라서 제주도는 ▲가축분뇨실태조사 의무화 규정 신설, ▲가축분뇨 무단배출 행위시 경고없이 허가취소, ▲가축사육 제한지역 내 축사시설 허가대상 변경, ▲유랑계 설치 등 가축분뇨 양 확인제도 마련, ▲배축시설 운영기준 강화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 양돈농가 농장주들이 11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2017 축산농가 환경개선 교육을 듣고 있다.@제주투데이

축피아, 적폐농가 인식 강해...항의조차 못하는 양돈가

이날 발표를 맡은 강원명 제주도 축산과 축산환경담당 계장은 "양돈농가를 가면 축산공무원은 따뜻하게 맞아주고 단속공무원은 찬반신세라며 축피아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수익창출과 관련없이 제주도는 지원이 아닌 규제 강화로 가게 된다"고 밝혔다.

▲이우철 제주특별자치도 농축산식품국장

이우철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도 이날 교육에서 "앞으로 농가 바닥에 돼지똥 한덩이만 떨어져도 예전처럼 쓸어서 치우라고 말하지 않고 곧바로 확인서와 과태료가 날아올 것"이라며 "더이상 단속공무원을 문전박대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의심을 받지 않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악취 수치가 기준을 초과하면 그 농가는 결국 폐업하게 될 것"이라며 "나중에 몰랐다고 말해도 소용없으니 변경사항을 반드시 숙지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같은 제주도의 태도변화에도 이날 교육장에서는 별다른 항의가 나오지 않았다. 일부 농장주들이 분뇨액비를 살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줄 것과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분뇨혼합기준을 육지부와 맞춰달라는 건의사항 정도였다.

한편, 이날 한림읍 이장단협의회(회장 홍우철)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를방문하고 지역주민 3,200여명의 서명이 담긴 항의서를 전달하고 축산악취 및 폐수방류 근절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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