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오홍식/ 대한적십자사제주특별자치도지사 회장

며칠전 추분이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차가운 바람을 느낄 때면, 그 무더웠던 여름도 이제는 지나가는구나 하며 안도의 숨을 들이쉰다. 제주적십자사 회장직을 맡은 지도 어느덧 9개월이 지나간다. 예전 같으면 날이 무덥거나, 바람이 차가워짐을 느끼면 나의 건강과 가족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었으나, 이제는 적십자와 결연을 맺고 있는 취약계층 어르신들과 도민들 걱정에 스스로도 마음이 무거워지며 책임감을 느낀다.

한가위를 맞이하여 적십자 봉사원들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송편 나눔 봉사활동을 준비하고, 결연을 맺고 있는 가정에 희망풍차 물품과 밑반찬을 전달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 자리에 오기 전에는 가까이에 있었음에도 미처 알지 못했던 노란 조끼의 천사, 적십자 봉사원들의 손길이 마을마다 닿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 동안 제주적십자의 활동은 1949년 부녀봉사대의 활동을 시작으로, 각 마을마다 적십자 봉사회가 조직되어 길게는 50년이 넘게 꾸준한 봉사활동이 이루어져 왔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처럼, 적십자 봉사원님들은 그 따뜻한 활동을 널리 알리지 않으시고 묵묵히 봉사활동을 해오셨다. 시대가 바뀌고 인터넷, SNS 등 다양한 매체들이 등장하고 그 속에 다양한 봉사단체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는 동안에도 적십자 봉사원님들은 묵묵히 남을 위한 활동을 하고 계셨던 것이었다. 올1월 제주적십자사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이러한 뜻 깊은 활동을 함에도 많은 도민들이 그 내용을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 내 손으로 직접 SNS 활동을 하며 각종 매체에 봉사회 활동을 알리고 있는 중이다. 도민들이 정성으로 내어주신 적십자회비가 봉사원님들의 손길을 통해 취약계층을 위한 밑반찬으로 바뀌고, 필요한 생필품으로 바뀌어 그 분들에게 전달되고 있으며, 위기가정을 위한 생계비, 의료비로 지원되고 있음을 알리는 중이다.

작년 한해에만 제주적십자사는 복지사각지대 위기가정 60여명에게 1억여원 상당의 긴급지원을 실시하였으며, 교육청을 통해 난치병 어린이들에게 5천여만원의 치료비를 지원하였다. 올해도 적십자 봉사원님들은 취약계층 가구에 3,600회에 걸쳐 희망풍차 물품을 전달하고, 4,790가구에 밑반찬 전달을 실시하였으며, 다문화가정 전통혼례 개최, 어버이날 어르신 위안잔치, 오이소박이 및 마농지 지원 사업과 제주바다를 뒤덮은 괭생이 모자반과 파래 수거활동을 실시하는 등 그 어느 해보다 바쁜 한해를 보내고 있다.

근래에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와 각종 재난상황에 대한 지원 요청이 적십자사로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그것은 생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널리 구제하고 고루 사랑하라’는 고종 황제의 말씀을 몸소 실천하시는 제주도내 2,000여명의 봉사원님들로 구성된 적십자 봉사회가 열심히 발로 뛰어주고 있음의 반증이다. 작년 한해동안 적십자 봉사원님들을 통해 총 봉사시간 16만여시간, 금액으로 환산시 21억에 상당하는 봉사활동이 이루어졌다.

안타깝게도, 내수 경기가 부진한 탓일까, 근래 들어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사회적 경제적 불안감도 증폭되다보니 적십자 특별회비와 봉사에 참여하려는 봉사원의 수도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는 “적십자는 등불입니다. 이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입니다.” 라고 말했다. 봄, 가을이 짧아지며 삭풍이 불고 추운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철을 앞두고 많은 도민들이 노란조끼의 천사 적십자 봉사원님들을 기억해주시고, 응원해주신다면 봉사원님들 마음 속에 더욱 풍족한 한가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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