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유근/ 한국병원과 한마음병원 원장을 역임하시고 지역사회 각종 봉사단체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아라요양병원 원장으로 도내 노인들의 의료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얼마 전에 일본 잡지에 “한국인들은 거짓말을 숨 쉬 듯한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는 얘기를 듣고 울컥한 적이 있다. 아무리 과장 섞인 표현이라 하더라도 “숨 쉬 듯”이라니, 대놓고 혐한감정을 부추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밥 먹 듯’이라면 할 말이 없겠다는 자괴지심(自愧之心)이 들었다. 말을 잘 못 하는 어린이라면 몰라도,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우리들은 거짓말부터 배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릇된 생각마저 하게 된다. 오죽하면 “거짓말도 잘하면 외삼촌보다 낫다”라는 속담까지 생겼을까!

병원에 있다 보면 거짓말하는 어머니들을 자주 보게 된다. X-선 촬영을 하러 영상의학과에 왔는데 아이가 무서워서 울면, 어머니들은 곧잘 아이들에게 “울면 주사 준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 말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엄마들은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가끔 그런 말이 들리면 엄마한테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됩니다” 하면, 대부분이 “언제 제가 거짓말을 했어요?” 하고 반문한다. 이게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또 집에서 받기 싫은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면 “엄마 없다고 해라”라고 아이에게 거짓말시킨다. 역시 거짓말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오래 전에 아들 녀석이 학교 간 집단 싸움에 연루된 적이 있었다. 당시 학교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다친 학생이 없다는 학교 측의 말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며칠 후에 상대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너의 아들도 연루되었다”고 해서 아들에게 물어보았으나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교감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역시 가담하지 않았다고 대답하여, 그 친구에게 “왜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고 있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정색을 하면서 화를 내는 것이었다.

며칠 후 경찰서에서 아들 녀석에게 출두통지서가 왔다. 경찰서에 가서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았더니, 상대 학교 학생 중에 한 명이 턱뼈가 부러졌고, 아들 녀석도 연루되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 아들에게 어찌된 일인지 묻자 선생님께서 “가담했다고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 가서 “어떻게 선생님께서 학생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시킬 수 있습니까?” 학고 선생님께 항의하였다. 마침 아들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때이고 학교가 신설 학교이다 보니 학교 명예를 생각해서 그랬다는 대답이셨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선생님이 학생에게 거짓말시키는 것은 옳지 못 합니다” 하고 나왔다. 다행히도 상대 학생 부모님께서 넓으신 아량으로 용서해 주셔서 무사히 수습이 되었으나, 이 일은 두고두고 그 사실을 알려주었던 친구에게 미안한 일이 되고 말았다.

며칠 전에 법조인 부부가 미국령 괌에서 6살 아들과 1살 된 딸을 차에 방치한 채 물건을 사러 갔다가 경찰에 체포된 일이 있었다. 필자같이 법에 문외한이 보기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되지만, 미국에서는 손자의 고추를 만지든가 차에 어린이만 두고 내리는 것이 범죄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어찌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그런 실수를 하였는지 안타깝다.

더욱 부끄러운 일은 이 판사 부부가 순간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마트에서 3분만 이었다고 거짓말을 하였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45분 동안 자리를 비웠다는 게 현지 보도이다. 이렇듯 법관마저 이처럼 순간의 모면을 위해서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판국에, 외국 언론이 “한국인은 숨 쉬듯이 거짓말을 한다”라는 기사를 써도 비난할 수 있겠나 하는 자괴감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이제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이런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여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