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낙석구간 우회도로 빗물 배수로 공사현장.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이름을 올린 사계 용머리해안에서 화순으로 이어지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빠르게 망가지고 있다.

서귀포시는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과 황우치해변 사이에 길이 900미터, 너비 10.5미터의 157억의 예산을 들여 2014년 12월에 시작해 2018년 12월에 준공할 계획으로 산방산 낙석구간 우회도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투데이>는 17일 낙석구간 우회도로 빗물 배수로를 황우치해변 방향으로 시공하고 있는 현장을 확인했다. 현재 황우치해변 한 가운데 배수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1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는 도로지만 폭우에 대비한 2식의 침사지까지 공사 마무리 된 상태다. 자연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는 도로 공사에 폭우에 대비한 침사지 2개소가 들어섰다.

시공사 측 관계자는 추후 배수로 공사 과정에 대해 “전석을 쌓고 레미콘으로 보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적으로는 창백한 피복석으로 마감하게 된다. 이에 따라 배수로 공사로 인해 내년 말부터는 사계용머리해안에서 황우치해변을 바라볼 때 사구를 뚫고 나온 석재 배수 시설물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됐다.

황우치해변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황우치해변의 모래 언덕 유실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회도로 시공사 측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최근 1년 반 사이 황우치해변의 모래 언덕은 3미터가량 더 침식됐다. 모래 언덕이 쓸려나가며 그 위에 자라던 소나무들도 다수 유실되었다.

화순항 방파제로 인해 물살이 바뀌며 황우치해변의 모래가 유실되고 지반이 드러나면서도 당국은 급히 잠제(수중 방파제)들을 설치했으나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결국 예산만 낭비한 꼴이다.

백사장의 모래가 유실돼 지반이 드러난 황우치해안. 멀리 용머리해안이 보인다.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이에 대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경제적 장밋빛 전망으로 시작한 대규모 토목 사업들이 제주 자연을 망가뜨릴 뿐만 아니라 2차 환경훼손을 유발하며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래 언덕 유실에 속수무책이기 때문에 황우치해변 일대에 축대를 쌓고 마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산방산 일대 풍광을 아끼는 이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화순 마을의 한 주민은 "화순항 방파제만으로도 주변 환경과 해녀들의 피해가 이렇게 심각한데 지금 공사중인 해경부두 때문에 또 어떤 피해를 입게 될 지 상상하기 어렵다"며 안타까워했다.

황우치 해변으로 향하는 산방산 낙석구간 우회도로 빗물 배수로 공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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