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계속 성장을 하는 기업들이 있다. 거기에는 남다른 성공 비결이 있을 터이다. 이 글은 20년 불황에도 연 10% 이상 성장한 52개 일본 기업을 스케치한 책을 읽은 소감이다. 정치학 공부한 사람이 직접 기업에 대해 글쓰기보다는 우연히 접하게 된 책 독후감을 통해, 이른바 제주에도 가능하리라 여겨지는 ‘불사조 기업’ 보고서를 기대해 보는 것도, 그 하나의 즐거움이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가 필자의 연구실로 자신의 저서 <불사조 기업> 책 10권을 보내왔다. 자신의 책을 가까운 지인에게 1권 보내는 경우는 비일비재하지만, 10권을 보내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래서 책을 받아보고 나서 재빨리 일독을 하고는, 독후감을 통해 책 홍보도 해 주고, 나머지 9권은 내 지인에게 1권씩 주는 것으로, 답례하기로 마음먹었다. 덧붙여 이 책의 출판 세미나에 참가하지도 못하기에 이렇게 지면으로 고마운 마음 전하고자 한다.

이 책은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저성장이 표준이 되고 있는 뉴노말 경제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의 고성장을 기록해 온 52개 기업의 철학과 성공적인 경영 비밀의 일부를 정리해 보여주고 있다. 일본만이 아니라 한국 등 전 세계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만큼, 성공적인 대응을 보여준 일본 기업의 경험을 돌아보면서 5개의 성장 DNA 관점에서 각 기업의 몇가지 특징과 장점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기업가에게도 지침이 되길 바라는 실용적 의도를 갖고 쓴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잘 알고 싶으면, 통독을 하는 게 제일 좋다. 다만 여기서는 필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으로 느꼈던 몇가지 점을 나열하고자 한다. 이 책은 21세기 세상의 새로운 변화 흐름을 정리하는 데서 시작하고 있기에, 이 글도 논평이라기보다는 인상기로 진행될 것이다.

1. 이미 언론을 통해서 인공지능 시대라는 새로운 변혁기가 도래하고 있음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바다. 이 가운데 지난 10년간 유통 분야에서 최강인 월마트를 누르고 일약 월마트 시가총액의 2배를 달성한 아마존고 슈퍼마켓의 위업은 세상을 다시 보게 한다. ‘계산대 없는 스마트 매장’이 그 성공의 핵심이다. 스마트폰 장바구니가 계산대 앞에 줄서는 일을 없애버리는 편리는 환영이다. 문제는 로봇직원이 인간직원을 대체해 버린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무서운 세상이 오고 있다.

2. 도내의 소비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관광이 주가 되고 있는 제주 관광경제에게 주는 함의가 큰 것으로, 저자는 ‘외수를 적극적으로 내수화해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다. 여기서 외수란 제주를 찾는 방문객의 지갑을 의미한다. 현대적인 의료 접근성에서 세계 최고 점수를 받는 데서 출발하여 이른바 ‘의료관광’이 한 때 주목을 받은 바 있지만, 논의의 과열에 비해 진전과 성과는 크지 않은 듯싶다. 특히 제주 방문객이 지나치게 중국인으로 편중되면서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사드 배치로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이 최근 다시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교차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제주에서 외수의 내수화를 단순히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스마트하게’ 하는 전략을 눈여겨 볼 것이다.

3. 한국에서도 1인 가구가 점증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이다. 2010년 1-2인 가구 비중이 4인 가구를 약 3% 비율로 앞서다가, 2016년에는 1인 가구가 가장 많게 되었다는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향후 기업 마켓팅이 어디를 타깃으로 할 지는 자명해 보인다. 20-30대 가구는 오락-문화 분야의 소비에 그리고 60세 이상 1인 가구는 의료 등 복지 지출에 증가를 보인다면, 특히 청년 창업가들은 이러한 추세를 십분 반영하는 쪽으로 가야할 것 같다.

4. 100세 시대라고 한다. 건강관리를 잘하면, 지금까지의 80세 수명 시대가 가고, 90세는 보통이고 잘 하면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대학 마치고 일자리 구해 살다가 60세 전후해서 은퇴하던 지난날과는 달리 70-80세에 은퇴하고 90-100세까지 사는 라이프 사이클에서의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보다는 정부에 더 많은 과제를 주고 있고, 특히 평생 교육 강화가 중요시될 전망이다. 앞으로는 2개나 3개의 일을 하다가 은퇴하는 그런 세상이기에, 그에 맞춰 교육훈련-창업-봉사 분야 컨설팅이 중시될 것 같아 보인다.

5. 인터넷쇼핑에서 모바일쇼핑으로의 변화도 대세이다. 언제든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타 구매자의 댓글이나 구매 평가를 보면서 신속하게 구매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모바일 검색이 쇼핑이 핵심으로 자리하고, 소비자 코뮤니티나 스토리 유통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브랜드 충성심이 약해지는 동시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구매의 핵심적 고려사항으로 변화해 가는 추세이다. 기업에게는 진정성과 실력 그리고 사회적 가치 실현이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점점 더 소비자들의 협업적-공유적 판단과 선택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세상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21세기 변화하는 기술과 소비자, 시장 트렌드에 맞춰 52개 일본 기업이 불황 속에서도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제주 기업에 대해서도 제주상공회의소가 이런 흐름과 모습을 담아내는 작업을 하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 시사를 얻어 시대적 트렌드와 제주에 특수한 미래 변화 흐름을 담아내면서, 제주의 기업가들에게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정리해 보는 것도 제주가 살 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52개 성공 기업 가운데 28개가 도쿄나 오사카, 나고야와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 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정 지역에 거점을 두는 지역밀착 경영이 바로 그것이다. 제주 지역에서 출점하여 시장을 장악한 토대 위에서 전국적으로 그리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기업은 왜 없는지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강조를 하고 있는 뉴노말 시대의 5가지 성장엔진에 대한 느낌 한-두 가지를 전하면 다음과 같다. 고객친밀성, 사회적 친화력, 전문성, 직원 결속력, 그리고 역발상 등 어느 것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고, 또 굳이 모르는 바도 아니다. 문제는 실제로 현장에서 이를 어떻게 적용-운용해 나가느냐일 것이다. 점점 더 시간제와 비정규직화가 대세로 되어 가는 세상이라서 그런지, 필자에게는 매출액 경상이익이 4%를 넘으면 시간제 종업원에게도 결산 상여금을 주었다는 야오코(주)와 전종업원의 정규직화를 고수하고 있는 유나이텟도아로즈(주)의 성공 비밀이 가장 가슴에 다가왔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