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70주년을 앞두고 4.3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제주와 중앙의 언론인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

▲지난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주 4.3 사건 올바른 인식 정착 및 역사적 정립을 위한 지방.중앙언론 토론회'가 열렸다.@사진제공 제주인터넷신문기자협회

제주 4.3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위해  제주와 중앙언론이 함께 모인 가운데 '제주 4.3 사건 올바른 인식 정착 및 역사적 정립을 위한 지방.중앙언론 토론회'가 지난 24일 오후 3시 30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한국평화연구학회(회장 이수석)와 제주연구원(원장 강기춘)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제주연구원과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회장 이승록 제주의소리 부장)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제주 4.3의 역사적 사실을 재조명해 올바른 인식 기반 아래, 4.3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필요한 지방·중앙언론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는 왜 제주에 초토화작전을 펼쳤나

이날 기조발제에서는 양조훈 4·3평화교육위원회 위원장이 ‘70주년을 맞는 제주4·3의 전국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1980년대 제민일보에서 4·3취재반장을 맡기도 했던 양조훈 위원장은 “제주 4·3의 힘은 그 당시 참혹한 진실에서 나온다”며 “4·3이 제주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전국화‧세계화 되기 위해서는 중앙언론의 심층적인 보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양조훈 4·3평화교육위원회 위원장이 ‘70주년을 맞는 제주4·3의 전국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 제주인터넷신문기자협회

이날 양 위원장은 서두에서 “4·3은 분단과 냉전의 모순에서 민중이 저항하고 수난을 겪었던 하나의 얼굴과 진상규명과 명예회복부터 평화와 인권, 통일,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해나간 또 하나의 얼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양 위원장은 1947년 3‧1절 경찰발포사건부터 이어진 4·3의 진행과정을 설명했다. 특히 양 위원장은 1948년 5‧10 남한만 단독선거 시기 전국 200개 선거구 중 제주 2개 선거구만 무효처리됐으며, 미군정이 심혈을 기울였던 6‧23 재선거마저 무산됐던 점을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선거를 보이콧하자 미군사령관들이 분개했고, 섬 주민들을 청소하는 작전을 착수했다’는 미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이 같은 내용은 4·3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짚었다. 

양 위원장은 해안선 5km 이외의 지역을 초토화했던 작전에 대해 “국제법상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에서 4·3을 왜 감추려 해왔는지 그 이유가 여기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언론의 원로들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참관하고 있다.@사진제공 제주인터넷신문기자협회

“70주년은 희생자들에게 마지막 기회, 그 절박감 언론이 담아야”

이후 양조훈 위원장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투쟁했던 역사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양 위원장은 “광주 5‧18위원회 측에서 제주 4·3에서 정부보고서가 작성된 점과 대통령의 공식사과,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화해와 상생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부러워한다”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점도 많지만 그동안 해왔던 점들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10년 주기의 대대적인 기념식을 생각하면 이미 나이가 80~90대에 이른 희생자나 유족들에게 이번 4·3 70주년은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이 있다”며 “4·3의 전국화와 세계화로 특별법 개정과 추가적인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법으로 다른 것보다 언론매체의 역할을 양 위원장은 주문했다.

▲양조훈 4·3평화교육위원회 위원장이 ‘70주년을 맞는 제주4·3의 전국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 제주인터넷신문기자협회

올해 코리아리서치에서 4·3 진상을 알리기 위한 적정한 방법을 묻는 질문에 전국민의 51.4%가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를 압도적으로 꼽았기 때문이다.

특히 양민 300여명이 살해됐던 노근리양민학살사건이 1999년 AP통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4·3사건보다 인지도가 높다는 점을 양 위원장은 꼬집었다. 피해규모만 봐도 몇백배에 이르는 4·3이 노근리사건보다 인지도가 낮다는 것은 그동안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는 것.

양 위원장은 “촛불시민운동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만큼 이번 4·3 70주년은 4·3해결 도약의 중대한 계기가 돼야 한다”며 “일부 중앙언론은 그동안 침묵을 지켰는데, 오늘을 계기로 4.3의 진실규명과 정명(正名)을 위해 분발해 달라”고 당부했다.

“4·3정명을 찾아 백비에 이름을 새기는 일이 후배들의 몫”

이어진 지정 종합토론에는 홍석준 미디어제주 정치팀장과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부장, 박찬식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장, 고경민 제주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이 참여해 제주 4·3의 전국화를 위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홍석준 미디어제주 정치팀장

먼저 홍석준 팀장은 “가족이 몰살되거나 마을이 사라지기도 했을 정도의 일이 아직도 그저 ‘사건’으로 칭해지는 것에 후배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탐사보도나 연구논문에서 ‘항쟁’이라는 명칭이 나오고는 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족을 이룬 경우가 많아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도내의 한계점도 지적했다.

이에 홍 팀장은 지난 9월 18일 이호철 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한 김석범 선생의 이야기를 전했다. 김석범 선생은 아직까지 4·3평화공원 전시관에 누워있는 백비에 이름을 새겨 세우는 자리가 아니면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것. 

홍 팀장은 “4·3 70주년 광화문 광장에서 항쟁이라는 깃발이 나부끼고 항쟁으로 만들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정명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80주년까지 정명 작업을 넘기지 말고 이름 붙이는 작업을 본격 시작해야 한다”며 “제주언론에만 맡기지 말고 재경(중앙)언론도 전국으로 4.3에 대해 여론화 하는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편집부장

이어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부장은 “4·3에 대해서는 미국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미운동으로 가는 것보다는 미군정 학살의 책임을 규명하고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며 “먼저 NGO가 나서고, 제주도의회, 제주도, 국회, 중앙정부 순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 부장은 ""4.3관련 여론조사 결과도 있지만, 원인과 전개과정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제주도민과 출향민을 제외하면 극소수라고 본다"며 "지금부터라도 교과서에 비중있게 기록하고,  4.3 현장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도록 관광상품화 했으면 한다"며 적극적인 홍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4·3 못지않은 학살이 전국에서 자행됐던 점을 주지하면서, “현대사를 재조명하고 역사를 바로세우는 차원에서 4·3의 정명과 진상규명을 필두로 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공론화가 언론의 역할"

▲박찬식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장

박찬식 운영위원장도 "국민들과 함께하고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4‧3의 완전한 해결’을 이번 70주년에서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운영위원장은 "1999년 4‧3특별법 이후 진상조사까지 이뤄졌지만 배보상문제는 여전히 답보상태"라며 "수형자들의 명예회복과 청산과 치유가 이번 70주년의 중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4‧3 50주년 당시 MBC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제1회가 ‘4.3의 진실’이었고, 이것이 4‧3특별법을 제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내년에는 전 국민이 4.3에 대해 언제 일어났는지 적어도 한두번씩은 듣게 만드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당부했다.

▲고경민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마지막으로 고경민 연구위원도 “아무리 역사적으로 중대하고 왜곡이 깊다 하더라도, 바로잡으려는 힘과 자원, 동력이 없다면 역사 속에 묻혀버릴 수 밖에 없다”며 “제주도와 도민들이 가진 자원과 전국화를 통해 전국민들의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 연구위원은 “70주년을 맞아 새롭게 대두되는 전국화‧세계화‧보편화를 새로운 정치적 기회구조와 전 국민들의 힘이라는 자원동원을 통해 이룩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 특히 앞으로 메이저 언론사들이 4‧3에 대해 얼마나 호의적으로 다뤄주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제주인터넷기자협회 회원들과 중앙언론인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제주 4‧3의 내용과 그 의미를 되새기고, 앞으로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이어갔다.

▲이번 토론회에는 40여명의 제주와 중앙의 언론인들이 참석했다.@사진제공 제주인터넷신문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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