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녹색당 2018년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및 제주도의원 예비후보로 모두 4명이 출마한다. 지난 15일 제주녹색당 당원 고권일, 고은영, 김기홍, 오수경(가나다 순) 네 사람이 제주녹색당의 제주도지사 및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예비후보로 나섰다.

제주녹색당 예비후보들은 난개발에 시달리는 제주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후보로 나서는 포부가 담긴 출마의 변을 제주녹색당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다. 제주녹색당의 내년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자연 보호와 평등, 다양성 존중 등을 주요 의제로 삼는 제주녹색당 특유의 색깔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녹색당이 꿈꾸는 성소수자, 장애인, 농민, 어린이, 동물 등이 모두 행복한 사회. (출처=제주녹색당 페이스북, 그림=이송)

고권일 예비후보(강정해군기지반대대책위 위원장)은 출마의 변을 통해 강정마을이 “국가가 주도한 사업으로 바다가 황폐해지고 마을공동체가 깨어지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러한 아픔이 반성의 계기가 되어 개발전횡이 재발되지 말아야 하는데, 거꾸로 제주도 곳곳에서 관광인프라 구축사업이나 국가적 프로젝트를 빌미로 더욱 확대되어 가고 있는 모양새”라고 제주의 현재를 진단했다.

고권일 예비후보는 “도민들의 인식이 개발과 경제적 발전 중심에서 환경보전과 공존, 삶의 질 향상으로 더디기는 하지만 조금씩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문제는 이를 정치의 장에서 제대로 이끌고 중심적 화두로 다루어 낼 정치세력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권일 예비후보는 녹색당이 “에너지 정의, 자연친화적 식량의 권리, 환경과의 공존, 성평등과 성소수자 권리 옹호, 평화를 기반으로 한 안보, 평등한 복지, 풀뿌리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가장 소중한 가치들이 메카시즘으로 호도되는 정치환경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당”이라며 “녹색당만이 유일하게 개발이 아닌 보존의 가치를 참여와 소통을 통해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정치집단”이라고 강조했다.

고권일 예비후보는 “제주해군기지에 이어 성산 제2공항 역시 지역주민의 의사를 무참히 짓밟으며 진행되고 있고, 더구나 공군기지로 추진되고 있는 정황이 분명한 상태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일이라도 하려고 마음먹고 있기에 저에게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활용하겠다는 소명의식이 싹트게 되었다”면서 “소중한 녹색당원들이 그러한 공격에서 꿋꿋하게 그 가치를 지켜내고 지평을 넓히려면 그러한 싸움에 조금이라도 경험을 쌓은 사람이 가장 앞에 서서 방패막이 되어주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제주녹색당의 현수막. 제주녹색당은 제주 지역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사진=제주녹색당 페이스북 페이지)

고은영 예비후보(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는 출마의 변을 통해 제주 사회에 만연한 노동 현장의 구조적 폭력 및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 지적했다. “노동 현장에서 제주의 현실을 처음 맞닥뜨렸습니다. 청년 노동자를 경시하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텃밭 하나 가꿀 시간이 없었고 월급을 아무리 모아도 연세가 버거웠습니다. 비혼 여성임을 알면서 결혼을 종용하는 직장 내 성차별과 남녀 임금 격차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제 경험이 최악은 아니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제주 청소년과 청년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고은영 예비후보는 “매일매일 제 것을 잃어가는 제주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봤습니다. 제주 사회의 주체인 도민, 뭇 생명들은 양적 관광정책에 밀려 언제나 후순위이고, 지역의 토건세력과 정치인들은 외부대자본에 제주를 팔아치우고 있었습니다. 중앙집권적 국가 권력은 ‘특별자치도'라는 미명 아래 난개발과 후진적 정치 상황은 눈 감으면서도, 제주를 군사기지로 만들며 65만 도민을 국가 주체에서 배제하고 있었습니다.”라고 제주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고은영 예비후보는 “기성정당이 대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옆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하루빨리 실력 있는 정당이 되는 것이 옳았습니다. 어둡고 불평등한 성장을 넘어 도민의 삶을 위한 녹색정치를 하겠다고 자신 있게 선언해야 옳았습니다. 늦었지만 그 일을 제가 하겠습니다. 희망의 증거가 되겠습니다.”라고 지방선거에 나서는 포부를 밝혔다.

고은영 예비후보는 “탈성장과 생태주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나침반으로 삼고, 마을자치와 시민정치를 기반으로 진정한 제주특별자치도를 꾀하겠습니다. 그 안에 생활문화와 협동경제, 평생교육 공동체가 숲의 덩굴처럼 얽히는 건강한 궨당문화를 복원하겠습니다. 뭇 생명과 유무형의 자원은 보존하고 기본소득과 교육을 통해 사람을 개발하겠습니다.”라고 본인의 철학을 밝혔다.

김기홍 예비후보(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는 “성소수자가 지역 정치판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기 때문”에 지방선거 예비후보로 나섰다고 밝혔다. 김기홍 예비후보는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축제를 개최했다. 그는 차별과 편견의 시선을 무릅쓰고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며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제주도의 성소수자로 제주 현안에 대한 및 성소수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김기홍 예비후보는 “성소수자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언제든 하게 될 일이긴 했습니다. 다양한 차별과 혐오가 낳은 폭력에 노출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와 같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성소수자 당사자로 살며 공개하지도 않고 알려지지 않았을 때에도 전형적이지 않은 젠더표현 때문에 차별 받았습니다.”고 성소수자 처한 현실을 지적했다.

김기홍 예비후보는 “그 차별이 지역사회에서 저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차별받는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위치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로 나서게 된 계기를 밝혔다.

김기홍 예비후보는 “이전에는 내 존재 자체가 운동이니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소수자들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땅을 만드는 것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라며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연대를 당부했다.

오수경 예비후보(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는 출마의 변을 통해 “제주의 ‘안덕면 사계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은 제주시 이도이동에서 살고 있는 여성이며, 두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제주의 농민들이 처한 현실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

“제주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모험 혹은 도박의 다른 이름입니다. 돌들이 무수히 많은 밭에서 돌을 골라 땅을 일구고, 밭을 만들어 경작을 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년 밭의 임대료며, 인건비, 농약 등의 부대비용이 발생하고, 태풍이나 폭우가 내리면 그 해 농사는 망한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고, 농사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대출을 해야 했습니다. 농사가 잘되면 본전치기이고, 농사가 잘 안되면 빚더미에 앉게 됩니다. 이것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농업환경에서, 쉼 없는 노동과 빚의 굴레를 짊어진 우리 농민들의 모습입니다.”

오수경 예비후보는 “생명을 싹 틔워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의 현실은 초라합니다. 제주의 농가부채 비율이 전국 1위라고 합니다. 전국 평균의 2.4배라고 하더군요. 농사를 짓고 가정을 건사하기 위해 손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허리가 휘도록 노동한 결과가 이것인가, 황망했습니다.”라며 농민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오수경 예비후보는 이런 암울한 농촌 문제를 타개를 위한 방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했다. “저는 제주도의 농민들이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도의 농가인구는 1990년에 비해 7만719명인 43.1%가 감소하였고,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도시민들과의 빈부격차도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365일, 생명의 땅에서 노동해온 농민들이 더 가난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농민에게는 농민 기본소득이 지급되고, 청년에게는 청년 기본소득이 지급되도록 제주도부터 시험해볼 수 있습니다. 예산 누수가 없고, 실효성 높은 복지제도인 기본소득을 통해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고 싶습니다.”

오수경 예비후보는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성인지 교육’과 여성 정치인 배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가부장제를 나는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통해서도 지켜봤고, 어머니의 희생을 부당하다고 여기며 학습해왔던 것입니다. 이것은 어릴 때부터 학습된 성역할로 우리 사회는 남성과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을 양분하고 있었습니다. 유아기 때부터 성별의 다름이 성역할로 이어지지 않게, 양성평등의 정책으로 성인지 교육이 아주 대대(代代)로 필요함을 느꼈고, 이것은 이 시대의 우리가 여성과 어머님들께 보내는 위로이자 위안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루어져야만, 여성의 사회참여와 여성정치인을 배출하자는 것이 슬로건만이 아닌, 진짜 민주주의로의 출발이 될 것입니다.”

여성에게 떠안겨진 육아 문제를 경험한 오수경 예비후보는 “노동시간 단축만이 모든 사람에게 학습활동이나 취미생활, 연애나 시민활동 등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는 관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성이 가정에서 홀로 육아하고, 남성이 직장에서 홀로 일을 하는 분리된 사회가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같이 육아하고 같이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면서 “공동육아,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오수경 예비후보는 “대한민국 20대 국회의원의 평균 재산은 41억 원, 평균연령은 55.5세, 83%가 남성이라고 합니다. 이런 지표는 대한민국이 어떤 사회인지를 보여줍니다.”라면서 정치를 기득권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저는 아주 평범하고, 보통(혹은 보통 이하의)의 상식과 인지능력을 가진 이로서, 어쩌면 나라면 나의 가족과 이웃, 친구들을 대변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출마의 계기를 밝혔다.

한편, 제주녹색당은 2018년 제주도지사 및 제주도의원 예비후보 시민참여 투표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참여를 희망하는 도민은 20일까지 시민참여 투표인단에 등록(www.jejugreenvote.org)하면 된다. 2001년 12월31일 이전 출생자(만 16세 이상)인 제주도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시민참여 투표는 2017년 12월 31일부터 2018년 1월 4일까지 5일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최다 득표자는 제주도지사 후보로 나서며 나머지 3인은 제주도비례의원 후보가 된다. 2018년 1월 5일 제주도지사 후보 1명, 제주도비례의원 3인에 대한 후보자 확정 공고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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