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봉 신임 강정마을회장(사진=제주투데이)

-마을회장 당선을 축하한다. 소감과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고맙다. 많이 기뻐하고 싶지만 어깨가 무겁다. 일단 공동체 파괴로 인한 아픔에 대한 보상, 후손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줘야 하는데 해군기지를 물려주게 되었다. 후손들에게 죄스럽다.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게 지금껏 겪어온 고통에 대해 도나 정부가 보상해주길 바란다. 뼛속 깊이 강정 주민이다. 귤 농사를 짓고 있다. 청년회 감사, 방범대 대장, 강정초등학교학부모 위원장 등의 활동을 해왔다.

 

-무거운 자리다. 10년을 싸워온 전임 회장들에 대해 평가한다면?

훌륭한 분들이다. 강정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해 싸워왔다. 훌륭하게 투쟁했다고 생각한다. 존중받아야 한다. 그 분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강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 분들을 배려하고 신경써야 한다. 그 분들을 배제해선 안 된다. 화합하는 차원에서 배려할 것이다.

 

-강정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모두 강정주민들이니 안고 가야 한다. 다만 운영회와 총회를 거치면서 마을과 반대위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감이 있는 주민들이 있다면 그 의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반대위 측 기조 변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군 기지 확장 억제와 감시 등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강정 주민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사면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명예회복과 사면 복권은 당연히 되어야 할 일이다. 경찰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인권침해 진상조사위가 출범했다. 강정마을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것이다. 과잉진압과 인권침해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당연히 마을회장으로서 나서야 한다.

 

-최근 해군기지에 미군 핵잠수함이 들어오며 큰 논란이 됐는데 어떤 입장인지?

청정 제주에 핵잠수함이 안 들어 왔으면 좋겠지만, 그런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저지할 수 있으면 좋은데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답답한 일이다.

 

-운영위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부회장도 한 자리가 공석인데 이미 고려하고 있는 주민이 있는지?

주민 간 화합과 소통이 최우선이다. 마을 운영위를 구성함에 있어서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했던 분, 찬성했던 분, 중립 입장을 취하셨던 분 등을 골고루 조화롭게 맞춰 나가고자 한다.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1월 마을 총회는 반드시 개최하는데 그 전에 구성해서 총회에 보고해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릴 단계가 아니다. 다만 되도록 빨리 운영위를 꾸리고자 한다.

 

-반대위와 평화활동가들이 마을의 상황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해왔기 때문에 강정마을이 전국에서 가장 관심이 큰 마을들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한 활동에 대한 생각은?

어려운 부분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운영위와 총회의 뜻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내 성향대로 무언가를 집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민들 의견을 따를 생각이다. 운영위, 총회의 의견이 중요하다. 마을 주민들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결정하는 사항들을 서로 존중했으면 한다. 앞으로도 강정마을의 기조가 많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방향을 조금 틀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는 해군 차량의 마을 내 진입 등을 금지해왔다. 앞으로 해군과 어떻게 관계를 가지게 될지 궁금하다.

이제는 공생 혹은 상생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군 작전이나 군 활동을 하는데 마을회 차원에서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역시 마을 주민들의 의견이 최우선이다. 운영위나 총회에서 그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면 그 뜻에 따라야 한다. 주민이 정 불편해 이의제기를 하면 주민 뜻에 따를 것이다.

 

-마을회와 반대위의 입장이 상충하는 경우도 있겠다.

어차피 해군기지는 완공돼버렸다. 그렇게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마을주민들이 고통 받은 만큼 보상을 받아야 할 때라는 입장이다. 반대위와 대화를 하면서 상생의 길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당연히 쉽지 않은 길이 될 거라 본다. 강정마을이 지원사업들을 추진함에 있어서 걸림돌이 없어야 한다. 주민들이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만족할 수 있도록 사업을 펼쳐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마을에서 살면서 해군기지로 인해 공동체가 파괴되고 형제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봤다. 이제 화합해야 할 때다. 내 임기 중에는 힘들 수도 있겠지만 다음 대에는 이뤄질 수 있도록 주민 화합을 위한 초석이 되고자 한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