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유근/ 한국병원과 한마음병원 원장을 역임하시고 지역사회 각종 봉사단체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아라요양병원 원장으로 도내 노인들의 의료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하여 교통문화를 올바로 세우자고 주장하곤 한다. 그런데도 필자도 자주 어기게 되는 것들로, 차간거리 유지, 주차 및 횡단보도 앞에서의 교통법규 위반 등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교통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운전자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모든 차량들이 이런 것들을 법대로 지킨다면 아마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는 교통이 마비될 것이다. 오죽하면 시내버스가 노동쟁의의 한 형태로 준법투쟁이라는 것을 내세울 까! 버스들이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키면 교통이 마비되니, 이것이 투쟁의 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우선 교차로 통과 방법을 보면, 노란불이 켜져 있는데 정지선을 넘으면 신호위반이 되니 녹색불일 경우 노란불이 들어올 것을 예상하여 속도를 줄여야 한다. 빨간불이 들어왔는데도 반대 측 정지선을 넘지 못했다면 위반이 된다. 그리고 시속 60Km로 운행 중일 때 차간거리는 44미터를 유지해야 하니,(공주거리 17미터 + 제동거리 27미터) 연삼로인 경우 직진 차량들은 신호등 사이에 겨우 5대 정도의 차만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연삼로인 경우 신호등이 연동제로 되어 있는데, 이 규정대로 하면 신호등 한 번 켜질 때 통과할 수 있는 차량이 몇 대나 될까? 아마도 5~6대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 되면 연삼로가 거대한 주차장이 되고 말 것이다.

또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끼어들면 위반이 된다. 우리 제주시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에 끼어들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될까? 끼어든 차로 말미암아 차간거리가 확보되지 않았을 경우 그 간격을 유지하여 운행하면 위반이 되니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뒤차가 운행속도를 늦춰야 한다. 그리 되면 뒤차들이 연속 서행하게 된다.

요즈음 동-서광로에서는 3차로가 버스전용차선으로 운용되고 있는데 자가용차가 우회전을 할 경우 파란 실선에서는 진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파란 점선이 우회전하기 바로 전에 그려져 있어 거기에서 차선을 변경하려면 버스나 택시가 지날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 그리 되면 2차선에서 직진하던 차량들이 따라서 멈춰서야 한다.

주 정차 금지구역에서는 사람이 내려서는 안 된다. 동-서광로에서 주정차 금지구역과 버스전용구간인 파란 실선 구역을 제외하면 사람이 차에서 내릴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될까?

차선은 교차로에서는 변경해선 안 되며, 변경하고자 하는 지점에서 30미터 전방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 시청 옆에서 칼호텔 쪽으로 또는 아라초등학교 옆에서 성안교회 쪽으로 직진하려는 버스가 규정대로 차선을 변경할 수가 있을까? 직진을 기다리는 차들로 꽉 차 있는데, 3차선 버스 정류소에 있던 버스가 1차선으로 비집고 들어갈 틈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또 노란색을 칠한 어린이 통학차량이 서게 되면 그 옆 차로를 달리던 차량들도 서행하거나 정지하여야 한다. 그 수많은 어린이용 차가 설 때마다 옆 차로의 차량들이 서행하거나 정지하면 그렇지 않아도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시내의 교통이 출퇴근 시간에는 마비가 될 것이다.

제주시내에는 주차장이 몇 군데 없어서 주차장에 주차하려고 해도 주차할 곳이 없다. 그렇다보니 뒷골목에다 주차하게 되는데,도로가 좁아 소방차 진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소방차 진입이 가능하도록 주차해야 한다면, 아마도 제주시내에 주차하는 차량의 1/4은 주차할 곳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자가용을 사지 말자면 할 말이 없다.

필자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화북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삼양에서 걸어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차비를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때에 통학한다고 버스를 타고 다녔다가는 ‘집안 말아먹을 놈’이란 욕을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차비를 아끼려고 삼양에서 걸어왔다고 하면 ‘정신 나간 놈’이란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차이는 삼양에서 걸어오는데 필요한 시간 동안의 임금과 버스를 이용하는데 따른 비용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버스를 타느냐 자가용을 타느냐 하는 문제도, 물론 편리성도 있지만, 결국 버스를 타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그 시간이면 벌 수 있는 임금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시간에 쫓겨 자가용을 타는 사람에게 버스를 타라고 강권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우리들은 문제가 생기면 즉흥적으로 법을 만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무릇 법이란 국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언제나 실현 가능성과 부작용을 생각하며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해야 우리나라에는 오직 한 가지 죄, 즉 ‘걸린 죄’가 있을 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게 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은 결국 자동차 대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차고지증명제를 확대하고 버스를 타는 것이 자가용을 모는 것보다 편리하게 하여, 자가용의 수를 줄일 수 있도록 도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겠다. 그리고 도심 곳곳에 공용주차장을 더 많이 확보하여 불법주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곁들여야 하겠다. 우리 모두 좀 더 합리적이고 편리한 교통체제를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실천하도록 다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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