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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뮤지컬 만덕, 제주브랜드 작품 맞는가?강용준/ 극작가, 소설가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1.29 15:39
강용준/ 극작가, 소설가

제주시가 혈세 7억을 들여 만든 작품이라 하여 기대를 많이 했다.

그렇게 공공기관에서 하는 거액의 작품이 공모를 하지 않고 서울의 기획사와 수의 계약하여 만들어진 과정도 의문이 들고, 이를 말없이 승인해준 도의회는 무슨 연유인가?

초대권 배부 문제도 그렇다. 사전에 각종 단체를 통하여 공연관람 신청을 하라고 해서 두 군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제주문인협회를 통해 예약을 했는데 며칠 후 그건 무효고 시청에서 개인별로 초대권을 배부한다고 해서 문의했더니 하룻만에 표가 동이 났단다.

각종 사회단체들에게 선심 쓰듯 예약을 받고 보니 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이런 해프닝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 더 분개스러운 것은 1인 2매를 배부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개인이 열장이나 되는 초대권을 가지고 선심을 쓰고 있는 것이다.

자존심 상하지만 아쉬워서 사정을 하여 초대권을 얻고 1월 26일 첫 공연을 관람 했다.

김만덕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TV드라마로도 여러 번 방영되었고 동화나 소설, 연극 등으로도 여러 번 공연되었다.

먼저 프로그램을 보고 대행수라는 직책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과연 조선 시대 그것도 제주라는 섬에 그런 직책이 있었는지. 사전적으로는 조선 시대 육의전 의 각전을 총괄하던 직책이라 했는데 이는 당시의 제주의 상권 사정을 모르고 임의로 쓴 말인 것 같다.

더 기이한 것은 제주의 목사가 쓴 어휘들이다. 상인들을 상단, 상단원이라 했는데 이 말의 뜻을 찾아보니 이는 현재 컴퓨터 게임에서 쓰이는 어휘로 그들의 우두머리를 대행수라 하는 것도 알았다.

연기자들의 가창력이나 연기와 연출 부분은 차치하고 이 작품의 스토리 구조를 분석해보면 어설픈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대행수와 만덕과 경이라는 세 인물의 러브라인이 마뜩치 않다. 기녀일 때 대행수와의 만남이 그렇다 하더라도 기녀의 몸으로 상술을 발휘한다는 설정 자체도 그렇고 대행수가 떠나서야 경이라는 인물이 만덕을 사랑하는 노래를 부른다는 것도 어설프고,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임신한 기녀를 대신하여 만덕이 수청을 자원하는 것은 너무 억지다.

왜 그래야 하는가? 이타적인 만덕의 삶을, 그것을 희생정신이라고 표현 한 건가?

그렇게 여러 번 읍소를 해도 양인으로 신분을 바꾸어주지 않던 것을 기적에 다 적혀 있다는 한 마디로 양인이 될 수 있다는 설정도 당시의 자료나 상황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던 것 같다.

해신굿 장면에서 심방의 춤이나 의상, 음악, 비념도 엉터리다.

제주 심방은 두발로 뛰지 않는 다는 것이 통설이고, 심방의 의상이나 음악에서 제주 전통적인 것을 전혀 찾을 수 없다.

해신굿은 풍어와 뱃길의 무사 왕래를 위해 해신인 용왕에게 드리는 제사인데 일만팔천신을 등장시킨다든지 하는 것은 제주와 제주인의 정서를 전혀 모르고 쓴 것 같다.

또한 제주의 구휼미를 운반해 올 상인을 공개모집하는데 만덕이 여자라서 또 배가 없어서 안 된다는 장면에 기생들이 배를 구해 온다는 설정을 반전으로 삼는데 기생은 여자 아닌가? 동생 만재를 내세워 배를 사오면 안 되는가?

또 대행수가 떠나면서 땅에 떨어진 귤이 지천으로 깔렸다며 만덕에게 귤차를 만들어 팔라는 말을 하는데 이도 당시 상황을 모른 말이다. 조선 시대 귤은 진상품으로 나무도 일정한 장소에서 재배되었고 과실의 숫자를 세어서 부족하면 관리인이 벌을 받을 만큼 관청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었는데 떨어진 귤이 어디 널렸다는 말인가? 그래서 귤껍질로 차를 만들어서 팔겠다는 만덕의 대사에는 고소를 금치 못했다.

그리고 관리들의 농간으로 구휼미가 부족하여 매번 만덕이 죽을 써서 섬사람을 구제하였다거나, 가짜 물건인 줄 알면서도 속아서 사준다는 것도 비합리적이고, 해녀회 등 공급자들이 만덕이 제주사람이기 때문에 적극 지원한다는 설정도 제주인의 특성을 모르고 한 말이다.

오히려 한 푼이라도 더 주는 육지 상인에게 상품을 팔아 이문을 남기는 게 장사의 이치 아닌가?

결국 우려했던 대로 작품을 쓴 작가나 작곡가, 연출가가 제주적인 것을 모르고 작품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제주브랜드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애초 기획단계에서 잘못됐다. 

이 작품 연출가는 “김만덕이란 인물은 콘텐츠로서 극적으로 활용할 뚜렷한 정서나 결과가 확실한 편이 아니”라고 제작 발표회에서 말한 바 있지만 이는 연출가가 아니라 작가의 몫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부족함을 고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있는 사실만을 가지고도 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뚜렷한 정서와 결과를 드러낸 작품이 얼마든지 있다.

김만덕이라는 인물을 소재로 창작된 다른 작품들을 섭렵하지 못한 까닭이다.

이전에도 이런 경우는 여러 번 있었다.

2007년 뮤지컬 백록담을 만들 때 행정가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작곡가에게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거금을 주고 작품을 의뢰했다.

그때 설문대할망을 소재로 작품을 써달라고 했는데 설문대할망에 대하여 그들이 모르기 때문에 자료를 보내달라고 했다.

헌데 설화는 단편적인 것뿐이어서 작품을 쓸 수 없다고 해서 조정철과 홍윤애의 스토리로 바꿨지만 그 역시 제주도적인 색채는 없고 전국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러브스토리로 만들어버렸고, 음악 역시 제주의 소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하여 당시 예술가들에게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그 작품은 여러 번 수정을 거쳐 공연되었지만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개모집을 하지 않은 결과다.

장기적인 레퍼터리 형식의 제주브랜드 작품을 만들려면 극작이나 작곡, 주연 배우들은 제주예술인들을 내세워야 한다.

거액의 혈세를 쓰면서 제주예술인들의 기회를 빼앗아 버린 행정편의적이고 독선적 행태는 지탄을 받을 일이다.

그 정도의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도 그보다 나은 제주적인 작품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행정가들만 모르는 것 같다.

예술인들을 장려하고 미래를 지원해야할 행정가들은 더 이상 제주예술인들의 능력을 폄훼하거나 무시하지 말라.

*기고 내용은 제주투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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