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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현] 에스토니아의 전자영주권과 디지털 명예제주도민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2.15 07:22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미래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미러클’이 화제이다. 평창올림픽 차 방한한 칼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과의 인터뷰가 중앙일보에 실렸다. 에스토니아 얘기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제주의 미래와 관련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게 되었다.

1991년 독립 이후 20여년이 지나면서 에스토니아가 빈곤국에서 벗어나, 2016년 1인당 GDP가 1만 7,727달러가 될 정도로 중진국으로 나아가게 된 데에는, 에스토니아 판 ‘디지탈 혁신‘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15분이면 창업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매년 1만개의 기업이 창업되는 ’스타트업 강국‘이 되었다. 인구가 130만의 소국가라 디지털에 국가생존을 걸었던 게 성공을 거둔 것이겠지만, 거기에는 리더십과 국민들의 남모를 애환이 가득 실려 있을 터이다. 언젠가 그 눈물겨운 배후 스토리에도 접하게 되길 기대하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는 에스토니아가 추진한 ’전자영주권‘에 좀 더 주목하고자 한다.

에스토니아는 2014년 인터넷으로 받은 전자영주권으로 세계 어디에 거주하고 있든 에스토니아 사이버 영토 안에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인세를 제로 수준으로 하고, 주주이익 배당 시에만 20%의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어떻든 세계최대 인터넷전화기업인 스카이프라든가, 세계최대 개인간(P2P) 국제송금업체인 트랜스퍼와이즈, 세계최초 식료품배달 로봇제조업체인 스타십테크놀로지 등이 에스토니아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고 한다. 제주제자유도시가 배우고 응용해 나갈 바가 바로 에스토니아 식의 디지털 혁신을 통한 제주판 디지털 미러클인가 아닌가 싶다.

이름보다 ID를 먼저 주는 나라가 에스토니아다. 에스토니아처럼 제주도도 제주 거주민에게 뿐만 아니라 제주에 살지 않는 비거주민에게도 내국민-외국인 가리지 말고 원하기만 하면 디지털 아이디를 주면 좋겠다. 나아가 제주는 전기자동차 구입시 지원을 해 주는 것처럼 전자아이디를 받는 전자영주권자에게 휴대폰 구입 비용을 일부 지원해 주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제주도민 전자아이디를 적극 활용하라는 권유와 기대를 담아서.

전자영주권이 대세이기 시작하면, 특정인에게만 명예도민증을 주는 것은 옛날 것으로 될 듯하다. 왜냐하면 제주에 관심을 갖고 제주를 좋아하고 또는 제주를 통해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든지 제주 디지털 아이디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디지털 시대에는 엘리트주의에서 민주주의로의 변화가 필연이다. 누구나 사이버 상에서 제주 명예도민이 되도록 하는 데서 사람과 자본, 상품이 자유롭게 오가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가 가능할 것으로 볼 것이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전자영주권을 받기 위해서 100유로를 낸다고 하니, 제주는 10만원이면 될 듯하다. 아니 제주는 아예 무료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에스토니아의 경우 150여국에서 약 3만명이 전자영주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적어 보인다. 제주는 에스토니아 인구의 반밖에 안 되지만, 재외 제주도민을 합하면 근 에스토니아 인구 130만에 맞먹는다. 120만 도내외 제주도민에게 디지털 아이디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5천만 대한민국 국민과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의 외국인들에게 디지털 아이디를 개방하면, 거뜬하게 추가로 500만은 더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제주의 사이버 영토가 500만에서 항차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에 버금가게 1,500만이 된다면, 그만큼 제주 사이버 영토는 이를 활용하여 경제-문화 등의 활동을 벌이는 데 유용한 터가 될 것이다.

어차피 제주는 영토적 인구로는 다른 지역과 경쟁이 어렵다. 그러나 사이버 상의 비영토적 인구라면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성산 제2공항 짓자며 숱한 논쟁을 벌이면서 거금을 쓸게 아니라, 그 돈을 에스토니아보다 더 혁신적으로 제주 사이버 영토를 확충하고 관리해 나가는 데 쓰는 게, 더 미래지향적이고 유용해 보인다. 제주에 사람이 양적으로 많이 오도록 하는 것 못지않게 제주 사이버 영토를 통해 자본이 더 많이 들어오고 아이디어가 더 많이 오가는 그런 국제자유도시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차제에 제주명예도민을 대폭 확대해 나가기로 했으면 한다. 각 읍면별로도 사이버 상에 명예읍면동 주민제도를 두도록 하여, 읍면동 일선 현장에서 글로벌 수준의 디지털 명예도민과 함께 제주의 미래를 찾아나서는 세계시민 차원의 협치와 연대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상은 인공지능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더욱 과거와 같은 영토성과 주권성에 얽매이지 않고 사이버상의 비영토적 차원에서 인공지능과 함께 120만 제주 도내·외 도민들은 물론이고 제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과 제주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과 같이 손잡고 제주의 미래를 찾아나서야 할 때이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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