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이재(理財)에 밝다.

유태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상술에 능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본토를 제외한 전 세계 168개국에 흩어져 사는 화교(華僑)는 대략 6000만 명을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이들이 보유한 총 자산 규모는 3조90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전 세계 500대 부자 중 미국 다음으로 수가 많다는 게 화교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화교는 전체 인구의 4% 정도로 소수지만 전체 상권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태국 역시 화교가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다. 10대 재벌기업 중 6개가 화교 소유다.

이 같은 화교들의 돈벌이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경제 3대 축을 흔들고 있는 가장 강력한 경제 파워다.

중국은 이미 일본을 제치고 미국 다음의 ‘세계 제2 경제 대국’이 되었다. 외환보유고는 세계 1위다.

중국인의 상술을 빗대어 ‘비단장수 왕 서방’이라거나 중국계 투기자본을 ‘왕 서방 자본’이라고 일컫는 연유이기도 하다.

왜 ‘비단장수 왕 서방’인가. 중국에서는 ‘왕(王)’씨 성이 가장 많다.

‘리(李)’씨, ‘장(張)]씨와 함께 중국내 3대 씨족이다.

‘비단 장수’는 등짐을 지고 세계를 누빈다는 끈질긴 중국인 상술의 상징이다.

‘비단장수 왕 서방’은 이처럼 세계를 누비는 중국인들의 특출하고 독특한 장사 속을 겨냥한 또 다른 ‘중국 상술 이름’이다.

일각에서 중국인을 낮추어 부르는 ‘짱께’란 말도 화교들이 돈을 모아 쌓아 놓는 ‘큰 궤짝‘인 ‘장궤(長櫃)’에서 나왔다는 말도 있다.

이처럼 게걸스런 ‘왕 서방 자본’은 제주에서도 왕성한 식욕을 발휘하고 있다.

흔히 중국 기업가 정신의 구성요소로 이야기 되는 끈질긴 장사꾼 기질, 놀라운 환경 적응력과 도전정신은 중국인의 선천적 ‘경제동물 본능’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말했다는 실용주의적 경제정책 ‘흑묘백묘(黑描白描)론’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을 터이다.

중국은 이미 기원전 1천 년 전에 주판을 발명해 상용했었다.

자본주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지폐나 수표 어음 등도 서양보다 몇 백 년 앞서 사용했다.

‘중국인 상술의 DNA’가 이처럼 원초적 본능에서 형성된 것이 아닌가 여겨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재에 밝은 중국인들의 돈벌이 정신은 주고받는 새해 설 덕담(德談)에서도 드러난다.

‘꿍시피차이(恭禧發財)’, 예로부터 중국인들이 설 명절 때 주고받는 인사다. 우리말로는 “돈 많이 버시라”는 뜻이다.

최근 우리주변의 설 명절 덕담도 ‘돈’쪽으로 많이 흐르고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래 오래 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 등 복(福)을 빌어주던 설 명절 인사였다.

그런데 “돈 많이 버세요”, “부자 되세요”, ‘대박 나세요“ 등 돈에 관한 인사가 일반화 되고 있는 것이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경제적으로 어렵고 쪼들리는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돈’에만 얽매이다가 축복하고 빌어줘야 한 소중한 가치들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세태의 삭막함에 가슴이 서늘해 진다. 씁쓸하고 답답하다.

세뱃돈을 주는 관행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설이 되면 전통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자식에게 “돈을 많이 벌라”는 뜻으로 붉은 색 봉투에 약간의 돈을 넣어주는 풍습이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돈보다 체면(?)을 중히 여겼던 조선시대 사람들은 세배 온 아이들에게 떡이나 과일을 내 놨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생겼고 돈을 봉투에 넣어주되 ‘책값’ 또는 ‘붓값’ 등 어디에 쓸지 용도를 적어 건넸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돈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가르치는 지혜였다.

설날 아침 이재에 밝은 중국인들은 세배하는 아들에게 “돈을 벌라”고 축재(蓄財)를 가르쳤고, 한국의 어른들은 ‘돈 쓰는 지혜’를 가르친 것이다.

이에 대해 옳거니 그르거니 따질 수는 없다.

중국을 ‘경제 동물’이라고 손가락질 할 일도 아니고 ‘우리가 높은 수준의 문화 국민’이라고 우쭐 댈 일도 아니다.

시대상황에 따라 판단은 다를 수 있고 입장 역시 변할 수 있을 것이어서 그렇다.

다만 설날을 세뱃돈 받는 날로 길들여져 즐거워하는 고사리 손바닥에 얹혀 지는 것은 지폐의 색깔이나 무게만이 아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나누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과 인정이 함께 소복하게 쌓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밝고 행복해 졌으면 좋은 일이다. 설 연휴를 보내며 마음속 단편(斷片)을 엮어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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