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행객들이 제주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이유는 신선함과 자유다. 위의 사진은 글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자료사진 제주투데이

게스트하우스는 제주도를 찾는 젊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받는 곳이다.

제주 올레길이 대학생들과 30대 청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도 게스트하우스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했다.

원래 게스트하우스는 유럽 배낭족들 사이에서 알려져있던 숙박시설이다. 물가가 비싼 유럽에서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는 젊은 층들에게 마른 하늘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해왔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개념을 벤치마킹하여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든 것이 지금의 게스트하우스다. 

제주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평소에는 만나기 어려운 전국의 또래들과 어울릴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도 대학생 시절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서 제주도를 여행했고, 처음보는 또래들과 감귤을 나눠먹으면서 함께 올레길을 걸었던 시간을 기억한다. 또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마련하는 바베큐 파티에서 10여명의 사람들과 만나 친해지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일본이나 중국, 인도에서 온 여행객들도 있었으며, 그들과 함께 연락처나 이메일 주소를 나누면서 친분을 쌓기도 했다.

▲제주여행은 여전히 국내 관광객들에게 신선함과 자유, 청정함을 주는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자료사진 제주투데이

게스트하우스는 외국 배낭여행을 해야지만 느낄 수 있었던, '낯선 곳으로의 여행'과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창구역할을 했다. 

하루에 2~3만원이면 묶을 수 있고 더러는 아침을 챙겨주기도 한다. 또한 부엌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어서 간단하게 요리해먹을 수도 있으며, 책방이나 카페, DVD룸을 제공하기도 한다. 1만원만 내면 숙소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술도 먹으면서 친분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젊은층들은 제주도를 낭만과 매력의 장소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런 자유에는 항상 그림자가 숨어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만나다보니 범죄에 노출되기 쉽고, 게스트하우스와 이용객 간의 갈등도 발생한다. 

제주도의 공기와 풍경이 좋아 수달동안 머물려는 젊은이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숙식과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최저임금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성추행 사건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곤 한다.

이번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과 같은 끔찍한 일도 어찌보면 게스트하우스 문화가 가진 그림자이자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최근에 발생한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은 제주 젊은층의 관광에 큰 치명타를 줄 것으로 보인다. 도와 경찰도 게스트하우스의 단속을 높여나가고 있다.@자료사진 제주특별자치도자치경찰단

문제는 앞으로다. 현재 제주도내에서는 게스트하우스 내에서의 음주를 무조건적으로 막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젊은이들에게 만남의 자유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즉, 제주도의 매력이 그만큼 축소될 수 있다는 것.

위법의 위험성과 안전문제, 관광의 묘미 사이에서 제주도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는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제주도를 찾는 국내 관광객은 급증했고 게스트하우스도 크게 늘었지만, 이에 대비한 대책은 부실했다.

게스트하우스 문화에 대한 변화는 필요하다. 부실한 안전 및 노동환경, 비위생으로 제주 여행의 묘미가 점차 쇠퇴하고 있다. 지저분해지고 식상해져 더이상 찾지 않는 올레길 패스포트 스탬프함만큼이나 게스트하우스도 점차 식상함과 진부함이 묻어나고 있다.

젊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움과 자유다. 이번 게스트하우스 사태에 대한 대책이 경찰과 도청만으로 풀어간다면 젊은이들이 제주도를 찾아야 할 이유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관광객과 도민, 관광산업을 이끌어가는 당사자들이 함께 논의해서 풀어야 할 숙제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