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구 상명석산 제주도 가축분뇨 유출사건으로 양돈가의 집중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십여년간 방치했던 문제들을 조사하기 버거운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윤권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장@자료사진 제주투데이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단장 나승권)은 20일 오전 제4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자치경찰단은 지난해 9월 도내 296개 양돈가에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이 조사를 토대로 추려진 49개 의심농가를 정밀조사해왔다.

그 결과 지난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5개월간 자치경찰단은 구속 5건, 형사입건 33건, 행정처분 통보 12건을 처리했다. 또한 자치경찰단은 49개 농가 외에도 도내 농가들을 다시금 조사하는 등 광범위한 수사를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치경찰단은 "여러 수사여건이 열악한 실정"이라며 수사 진척이 느린 이유를 밝혔다. 지난 1~3차 수사는 10월부터 12월까지 비교적 빠르게 이뤄졌지만 이번 4차 수사는 3개월 가까이 걸린 것. 이는 지난 겨울 혹한과 폭설로 인해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해졌고, 날씨가 풀린 2월 말에서야 수사가 다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돈농가들 중 수십년간 일해온 곳들이 많아 실제로 무단배출됐을 가축분뇨 양을 가늠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무단배출의 공소시효는 5년 이내여서 2013년 이전의 데이터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 게다가 이미 땅으로 스며든 가축분뇨는 확인할 방법도 없어 물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경찰단 직원이 양돈농가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자료제공 제주도 자치경찰단

자치경찰단의 한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조사를 벌인 결과 배출양이 정확하지 않고 처리량 조사도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아 다시 조사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구속과 형사입건 수가 늘어나면서 수사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양돈농가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몇몇 농가에서는 "똑같이 불법으로 버렸는데 누구는 구속이고 누구는 불구속이냐"며 수사 과정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다른 농가를 고발하는 사태도 일어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양돈농가에 펴져있는 모럴 해저드다. 양돈농가의 불법배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80~90년대부터 지적돼왔던 일이었다. 하지만 1차산업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도정에서 제대로 된 처벌이 없어 "해도 아무 문제 없는 일"로 인식돼왔다. 이제서야 칼을 빼든 제주도정에 불만이 쌓인 상태.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1월 29일 제주도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고시할 예정이었지만, 양돈가 단체들의 '조직적인' 민원으로 두 차례나 연기한 상태다.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달라"는 해명이지만, 도민 여론은 양돈가의 신뢰를 이미 내버린 상태다. 따라서 도정도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양돈가에 유하게 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단 자치경찰단은 오는 4월 중 정밀조사를 마무리짓고 그간 진행상황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도내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이라는 점도 밝혔다. 따라서 이번 정밀수사의 결과를 통해 그간 나타난 문제점이 무엇인지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