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민호 군이 지난해 11월 14일 세상을 거둔지 140일이다. 공장 프레스기에 목이 끼어서 사망에 이른 충격적인 사고였고 전국의 관심사였지만, 이후 조치사항들은 모두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현장실습고등학생사망에따른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8일 오후 4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대책위는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진행해온 특별감독 과정과 결과를 알렸으며, 지난 1월부터 재가동이 시작된 제이크리에이션 공장 현장의 내용도 전했다.

▲현장실습고등학생사망에따른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8일 오후 4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제주투데이

◎민호 군의 죽음으로 시작한 거창한 시작, 분불명한 뒷마무리

이민호 군은 지난해 11월 9일 용암해수단지 내 생수업체 제이크리에이션의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고장난 프레스기에 목이 끼는 사고를 입었다. 중태에 빠진 이 군은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11월 19일 숨을 거뒀다.

이후 이 군의 사망재해 소식이 전국에 퍼지면서 제주도교육감과 제주도지사는 물론 국회의원들과 교육부 총리까지 이 사고에 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에 나섰다. 급기야 이 사고는 전국의 현장실습 제도의 대대적인 수술을 촉발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29일 제주도교육청은 2020년까지 추진하려던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 폐지를 올해부터 추진하고 학습중심과 취업준비 중심의 현장실습제도로 전면 전환키로 결정했다. 곧바로 교육부도 이 제도를 실시하면서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은 전국적으로 폐지됐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관계자들은 이 군의 재해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철저한 원인규명과 대책 방안을 약속했다. 이후 12월 6일 이 군의 장례식은 제주도교육감장으로 치러졌다. 

▲지난 12월 6일 서귀포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이 군의 장례식 모습@자료사진 제주투데이

그런데 올해 2월부터 심상치 않은 이야기들이 대책위를 통해 들려왔다. 철저한 원인규명 전까지 재가동을 보류할 것으로 여겨졌던 제이크리에이션이 지난 1월부터 재가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족이나 대책위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으며, 고용노동부에 문의한 결과 "굳이 이야기를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답을 받았다. 당시 특별감사를 맡았던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1달 동안 보완요구를 했고 철저한 심의를 거친 결과 내린 결정"이라며 "대책위에게 참관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법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이 유족도 모르고 언론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정부의 판단만으로 일단락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책위와 유족들은 지난 2월부터 고용노동부와 제주도교육청과 이 문제로 논의를 시작했다. 또한, 지난 3월 7일에는 서울로 올라가 청와대에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국회의원들을 만나는 등 제이크리에이션 공장 재가동 현황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지난 3월 20일 유족들과 대책위는 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할 수 있었다.

▲현장실습대책위가 도민의 방에서 제이크리에이션 현장 방문과 당국과의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원인규명 제대로 안하고, 재가동심의 회의록은 전무?

공장을 방문한 대책위는 "경악스러웠다"고 현장 상황의 소감을 표현했다. 이민호 군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프레스기가 고용노동부의 안전점검은 물론 고장의 원인규명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가동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제이크리에이션 측에서는 이 군이 사고를 당했던 당시 기계가 고장이 일어난 이유를 생수 완제품을 포장하기 위해 제품 위치를 잡아주는 ‘파레트’라는 플라스틱 판자가 제 위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장에서는 이 기계에 방호조치만 취했을 뿐, 기계의 결함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국의 태도였다. 대책위는 고용노동부에서 원인규명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 기계는 공단이나 고용노동부가 조사할 수 없는 것이라는 답했다는 것. 게다가 대책위는 공장재가동을 위해 심의를 했던 회의록과 회의결과 열람을 요구했지만, "회의 결과록은 없으며 회의자료도 별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당시 공장 재가동과 특별감독 사후조치 문제를 전담했던 김혜선 노무사는 "이 기계가 이전부터 결함이 많았다는 것은 이 군의 문자를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며 "단순히 방호조치나 형식적인 조치를 했다고 끝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원인규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에 유족들과 대책위는 특별근로감독이 부실하게 진행된 원인을 밝히고 미비점을 당장 보완할 것으로 요구했다. 또한 당시 작업중지심의위원회를 맡았던 심의위원의 문책과 이후 진행되는 심의위에 유족과 대책위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라고 촉구했다.

◎유족들, "대통령 직접 만나고 싶다"...손편지 청와대에 전달

한편 대책위는 오는 30일 교육청 주관으로 열리는 '직업계고 안전한 현장실습을 위한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한, 오는 4월 3일 4·3추념식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만나기를 희망하는 이 군의 부친의 편지도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날 대책위는 "정부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재해의 경우 국민이 참여하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구조적 문제까지 도출시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대책을 발표하게 했었다"며 "그러나 노동행정은 과거의 모습 그대로 강압적인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부디 민호의 죽음을 헛되이 하게 하지 말아달라"며 "학생을 죽음으로 내모는 현장실습제도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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