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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제2공항 주민 자해·후보 폭행 소동, 언론과 정치인의 책임은?
김재훈 기자 | 승인 2018.05.17 02:03
제주지사 후보 초청 토론회장에 난입한 제2공항 예정 지역 주민 김경배 씨가 원희룡 후보에게 달걀을 던지는 등 폭행을 가하고 과도로 자신의 팔목을 그은 뒤 제지당한 상태로 몸부림 치고 있다.(사진=제주투데이)

지난 14일 개최된 제주지사 후보 토론회장에서 제2공항 예정지 주민 김경배 씨가 원희룡 후보를 향해 달려들어 계란을 던지는 등의 폭행을 가하고 자해를 한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 경찰은 공직선거법 제82조 1항(언론기관 토론회), 제104조(연설회장에서의 소란행위 등의 금지), 제237조(선거의 자유방해죄), 제245조2항(투표소 등에서의 무기휴대죄) 등 4개 조항의 위반 여부를 두고 김경배 씨를 조사할 예정이다. 

비슷한 법 적용 사례로 2006년 ‘박근혜 커터칼 피습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범행을 자행한 지모 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상해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을 최종 선고 받았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겁게 다뤄진다. 중형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법조인들의 전망이 따른다. 법과 절차에 따라 사법 기관에서 처리하면 될 일이고 김경배 씨도 또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처벌은 각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더이상 논하지 않는다.

◎언론, 정당성 판단하는 '재판관' 노릇 전에 사안에 대한 총체적 분석 선행해야

이 문제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거의 모든 언론 매체가 김 씨의 행동을 일제히 비난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력 보수매체는 물론 진보적 매체로 알려진 한겨레신문도 지난 15일 <폭력·자해…, 극단의 정치적 의사표시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김 씨의 행동을 비판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커터칼 테러’ 같은 극단적 상황을 목도했다. 그 충격파가 얼마나 컸는지 익히 알고 있다.”며 “의사표현 주체가 의도한 메시지는 가려지고, 오직 혐오와 증오를 부추길 뿐이다. 되레 여론을 왜곡하는 걸림돌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원칙론적 문제의식에 기반한 이와 같은 결론은 제2공항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으로부터 이번 사건을 칼로 무 자르듯 분리해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종이 신문 매체들이 일제히 김경배 씨의 행동을 비판하는 사설을 쏟아냈다. '외로운 늑대형 정치테러'라는 등의 과장된 수사를 사용한 매체도 보인다.(다음 검색 화면 캡쳐)

원칙론에 입각해 ‘박근혜 커터칼 피습 사건’, ‘김성태 폭행 사건’과 이번 사건의 차이를 부러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사건의 충격 그 자체를 소모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은지, 기계적 원칙론을 내세우기 전에 우선적으로 검토해야할 마땅한 지점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언론들이 반성해야 한다는 비판이 따른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결과’가 아닌 ‘원인’ 즉, 김 씨가 왜 극단적인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들여다보고 구조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국가폭력에 내몰린 이들의 극단적 선택은 다시금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타인으로부터 폭력을 당하지 않아야 할 권리인 신체적 자기결정권과 국가폭력 앞에 놓인 주민의 생존권 중 어느 쪽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언론매체들은 국가폭력에 위협받고 있는 주민의 생존권을 정치인의 신체적 자기결정권의 뒤로 미뤄둔 모양새다. 이 우선순위가 늘 자명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두 가지 권리는 비교될 수 없다. 성숙한 민주 사회라면 마땅히 지켜져야만 하는 권리들이기 때문이다. ‘닭과 달걀 중 무엇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듯 서툰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어떤 이유로 국민들이 이런 어이없는 질문 앞에 서게 되었는지를 총제적으로 분석해 설명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다.

14일 토론회에서 난동이 벌어진 뒤 제주지사 후보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사진=제주투데이)

◎제2공항 피해지역 주민 대변하는 정치인 “단 한 명도 없어”

늦었지만 지역 정치인들이 제2공항을 둘러싼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의무를 지켰는지 물어봐야 한다.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이 가장 극단적으로 치달았던 작년 10월로 돌아가 본다.

당시 김 씨는 제주도청 앞에서 42일 동안 단식 투쟁을 이어갔다. 자기 자신을 대변해주는 정치인을 곁에 두고 있지 않은 주민들은 결국 자신들의 생존권을 요구하기 위해 스스로 곡기를 끊는 단식 농성을 택해야 했다. 천막 농성장을 함께 지키던 주민들은 피해지역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정치인이 없다고 아쉬워 했다. 강원보 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 위원장은 “제주 지역 정치인 중 제2공항 피해지역 주민들을 대변해 주었다고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이 누가 있나. 단 한 명도 없다.”고 단언한다. 

제주공항인프라 확충 범도민 추진협의회 명단 일부,

지역 정치인들은 농성장에 잠시 들러 안부를 묻고 제주도와 정부 사이에서 중재하겠다는 말을 전하곤 했다. 그러나 과연 그 '중재의 노력'의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재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하던 정치인들 중 일부가 제주권공항인프라 확충 범도민 추진협의회에 소속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이 명단에는 도내 언론사들도 포함되어 있다.) 2017년 겨울 이 위원회 명의로 제2공항 건설을 희망하는 언론 광고가 도내 언론사들을 통해 나온 바 있다. 정치인들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주민들을 중재해왔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단식농성이 진행 중이던 당시 천막농성장을 찾아온 이광희 경남 김해시의원이 남긴 발언은 유의미하다. 그는 “제주도 정치인들은 강정마을을 분명히 보지 않았나? 보고도 배운 게 없나? 제주에 1~2년 살 것도 아니고, 계속 살아야 할 사람들이 제주도의 자연환경이나 생활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개발논리에 빠져 제2공항 건설에 동조하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상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이광희 김해시의원 '강정 겪은 제주 정치인들 제2공항 동조? 이상한 사람들' 비판) 제주 지역 정치인들에게 외면 받은 피해지역 주민들을 김해시의 정치인이 위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정은 김 씨가 42일 동안 단식 투쟁을 한 뒤에야 제2공항성산읍반대위와 간신히 합의안을 만들었다. 42일 동안의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만 최소한의 요구를 들어주는 도정을 바라보며 주민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도정과의 소통 가능성일까, 아니면 현 정치 시스템에 대한 극도의 불신일까. 이번 사건을 통해 분명히 나타났듯이 그 답은 물론 후자다. 그 불신을 초래한 당사자는 누구인가. 김 씨가 던진 계란은 결과적으로 원희룡 후보만이 아닌 제주의 모든 정치인들을 향했다.

◎제2공항 반대 42일 단식 농성 중앙언론 외면, KBS·MBC 파업으로 보도되지 않아... JTBC마저도

김 씨의 42일 동안 단식 투쟁 기간 동안 제2공항 문제를 중앙언론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주민들은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할 의무가 있는 언론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다. 무엇보다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의 파업 장기화로 인한 영향이 컸다. 두 공영방송은 언론적폐 청산을 위해 파업을 하고 있는 기간이었다. 두 방송사의 경우 제 코가 석자인 격이었다. YTN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편 당시 JTBC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최순실 관련 보도 등 ‘촛불혁명’으로 기여한 바 있는 JTBC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았는지 모른다. 제2공항 단식 농성 천막은 제주도청, 제주도의회, 제주지방경찰청, 제주교육청 등이 밀집한 도로 옆에 설치돼 있었지만 JTBC 기자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농성천막이 설치된 곳은 관청들이 밀집된 지역이다. JTBC 로고를 새긴 차량이 그 앞을 자주 지나다녔다.

그러나 무슨 까닭인지 JTBC는 김 씨의 단식 농성 시작부터 종료까지 제2공항 반대 주민들의 목소리를 단 한 번도 담지 않았다. 강원보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장은 “JTBC 기자들을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JTBC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봐도 사전타당성 재검토가 결정된 뒤에야 비로소 단신으로 정부가 사업지 선정 타당성을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는 결과를 단신으로 다룬 기사가 유일하다. 물론 42일 동안의 단식 농성에 나선 주민들에 대한 취재도 없었고 갈등 이유에 대한 분석도 없었다.

JTBC에서는 2017년 42일 동안 단식 농성을 이어간 김경배 씨와 제2공항 피해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기사를 찾아볼 수 없다. '김경배'로 검색한 결과 최근 토론회장 난동을 제외하면 2015년 12월 11일자 기사가 확인될 뿐이다.(JTBC 홈페이지 화면 캡쳐)

주민들의 기대에 JTBC는 부응하지 못했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유독 제주 지역 최대 현안인 제2공항 갈등을 전하지 않는 주요 언론들에 대한 실망을 금치 못했다. 지역언론 등이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 한계는 분명했다. 공영방송의 파업과 중앙언론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피해 주민들은 고립됐다.

이번 김 씨가 벌인 사건에 대해 중앙일보는 ‘외로운 늑대형 정치테러’라고 과장하는 사설을 썼다. 과장된 비유에 대한 비판은 뒤로 미루더라도 주민을 ‘외롭게’ 만든 데 대한 책임 규명을 하는 데 언론이 극히 게으르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해당 언론들 역시 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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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기자  humidtext@gmail.com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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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언론 2018-05-17 13:24:12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을 중앙언론이 못잡아 내면 지역언론이 해주는거죠.
    그게 순기능 아닌가 생각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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