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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들꽃 이야기] 설악산 '대청봉' 가는 길~
고은희 기자 | 승인 2018.07.01 08:25

밤나무 꽃이 피는 유월~

용대리로 향하는 차 창 밖으로 산 기슭마다 노란빛이 감도는 하얀색으로

나무 전체를 흐드러지게 감싸안은 모습의 밤나무 수꽃

밤나무 특유의 향이 멀리서도 느껴진다.

꽉 막힌 고속도로

용대리에서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 백담사에 도착한 시간은

입산금지 시간이 지난 오후 2시를 훨씬 넘겼다.

인제는 설악산을 끼고 있어 곳곳이 절경을 이루고

백담계곡은 내설악의 대표계곡으로

시원한 계곡물과 기암괴석,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있어 뛰어난 경관은 숨을 멎게 하고

흰자갈과 바닥이 휜히 드러난 맑고 깨끗한 물로 유명하다.

백담계곡을 따라 영시암 방향으로 향한다.

[영시암]

백담사에서 오세암까지는 6km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영시암까지 3.5km는 편안한 길이지만

오세암까지 2.5km는 깔딱고개가 기다리고 있어 조금 힘든 구간이다.

땅만 보고 걷다 보면 오세암으로 가는

안내표지판을 놓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봄을 노래하던 노루귀, 숲개별꽃, 피나물 등 봄꽃들은

봄바람 타고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버리고 여름꽃들은 아직이다.

숨이 넘어갈 만큼 능선 하나를 넘나드는 깔딱고개

헉헉거리는 숨소리는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경사진 능선에 힘이 부칠 쯤 산기슭 돌 틈 위로 초롱불을 닮은

'초롱꽃'이 전설 속 누나의 마음인 듯 위안을 준다.

[박쥐나무]
[초롱꽃]
[삿갓나물]

오세암가는 고즈넉하고 한적한 인연의 길은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푹신거리는 낙엽밟는 소리까지 아름답게 들린다.

내설악 심장부에 자리한 오세암(해발 800m)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세암]

'오세암'은 설악산 만경대(해발 922m)에 있는 절로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에 속하는 백담사(百潭寺)의 부속 암자이다.

설악산 깊은 곳에 자리한 암자는 제일 아늑하며 오래된 고찰로

수선도량(修禪道場)인 동시에 유명한 기도도량으로 손꼽힌다.

 

저녁 공양과 예불로 이어지는 지친 하루였지만

밤하늘 초승달과 빛나는 별들은 벌써 대청봉으로 향하게 한다.

오세암에서 봉정암까지는 4km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가야교]

된비알(아주 험하고 거친 비탈)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하고

0.6km 거리의 깔딱고개 산 능선을 따라 벼랑 바위 틈에는

설악의 강풍에 흐트러짐없이 이어달리기를 하듯

은은한 향기로 길을 가로막는 '개다래'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한국특산식물 '금마타리'가

힘든 나에게 작은 기쁨이 되어준다.

[개다래]
[금마타리]

능선을 오르고 나면 또 다른 능선이 기다리고

깔딱고개 능선 하나를 넘을 때 마다 바위틈에서 위안이 되어주던 꽃동무

밧줄에 의지하며 미끄러지지 않도록 산길과 바위를 기어 오르고 보니 

기가 막힌 설악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공룡능선의 하단부를 따라 넘나드는 길이라 했던가!

공룡능선과 마주하는 용아장성, 가야동계곡, 오세암 등 설악의 비경에

힘에 부쳤던 깔딱고개는 잠시 잊게 하고

중청봉과 소청봉 아래 봉정암이 눈에 들어온다.

[살아 생전에 꼭 한번 참배해야 할 '불뇌사리보탑(佛腦舍利寶塔)']
[적멸보궁]

설악산 적멸보궁 '봉정암(鳳頂庵)'은

강원도 인제군 설악산 소청봉 서북쪽 해발 1,244m에 위치하고

내설악 백담사의 부속 암자로 기암절벽 아래 자리한

백담사에서 대청봉까지 내설악에 최고의 절경을 이룬 용아장성 기암괴석군 속에 있다.

선덕여왕 13년(644년)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되었고

봉황이 부처님의 이마로 사라졌다 하여 '봉정암(鳳頂庵)'이라 이름지었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로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전각을 말한다.

 

잠깐 꿀잠에 빠져있는 동안

대청봉을 오를 불자들에게는 점심공양을 일찍 시작한다는 말에

화들짝...

작년 봉정암을 찾았을 때

1km를 더 오르면 소청봉~중청봉~대청봉에 이르지만

5월 중순까지 정상 통제라는 안내글의 야속함은 잊어버리고

대청봉을 향하여 다시 깔딱고개를 넘어간다.

[매발톱]
[하늘매발톱]

소청대피소를 지나면서 한라산의 구상나무와

구별이 어려운 설악산 '분비나무'가 보이기 시작하고

향기나는 산골짜기 여인의 수줍은 하얀 함박웃음 '함박꽃나무'

연분홍 꽃모자를 뒤집어쓴 봄을 노래하던 개꽃 '철쭉'

자잘한 꽃구름송이는 은은한 향기로 코 끝을 자극하는 만개한 '정향나무'

등산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고산식물 '꽃개회나무'의 꽃 터널이 길게 이어지고

제주에서 만날 수 없었던 강인한 고산식물 '눈개승마'

안개가 많은 고산지대 음지 바위틈에서 자라는

설악산 '산솜다리'를 만났다.

[함박꽃나무]
[백당나무]
[철쭉]
[세잎종덩굴]
[인가목]
[정향나무]
[꽃개회나무]
[산꿩의다리]
[눈개승마]
[산솜다리]
[두루미꽃]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수려하고 빼어난 경관

무수히 많은 바위와 암봉으로 이루어진 골짜기

천하의 절경을 한데 모아 놓은 듯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산악미의 극치는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착각을 일으킨다.

좁은 등반로 양 옆으로 '눈개승마'가 길을 열어주고 

대청봉으로 가는 길목에는 한라산 '선작지왓'의 눈향나무와 시로미처럼

설악산에도 기후변화와 관련있는 듯

눈잣나무 종자 채취용을 보호망으로 감싸고 관리 중이다.

보존된 씨앗은 훼손지 복원에 힘쓰리라...

[눈잣나무]

눈잣나무는 '누워서 자란다'는 뜻을 가져

'누운잣나무'를 줄여 붙여진 이름으로 대청봉 일원이 유일한 자생지이다.

대청봉의 눈잣나무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남한에서는 영원히 볼 수 없을 수 있고

눈잣나무 열매를 먹고 사는 고산지대에 사는 잣까마귀의 생명까지도

위험할 수 있다는 안내글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분비나무]
[산앵도나무]

천상의 화원으로 가는 험한 돌길

고산지대가 고향일까?

언땅을 뚫고 변산바람꽃으로 시작된 봄

세바람꽃이 한라산 구석구석을 하얗게 수놓더니

설악의 '바람꽃'은 거센 바람을 견뎌내며 강한 모습으로

꽃망울을 터트리며 순백의 하얀 속살을 보여준다.

꽃 모양이 독특한 한국특산식물 '등대시호'

첫 만남, 노란물결의 주인공 '만주송이풀'이 눈을 트이게 하며

천상의 화원은 벌써 여름이 시작되었다.

[바람꽃]
[등대시호]
[만주송이풀]
[붉은병꽃나무]

드디어 도착한 1,708m 설악산의 최고봉

백담사에서 대청봉 정상까지 12.9km

우리나라 제1의 명산으로 손색이 없는 인제8경 중 제1경으로

동해바다와 다양한 형상의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설악산은 희귀한 자연자원의 분포,

험한 백두대간의 허리부분에 솟아 지형이 험준하고 다채로운 경관을 연출하는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국민적인 휴식처이다.

설악의 시원하고도 맑은 기운

선명한 날씨 탓에 속초 시내가 내려다 보이고

고봉의 기암괴석들을 휘어감는 물결치듯 환상적인 운해

동해의 바닷바람 타고 대청봉 정상에서 파도타기를 하듯 하앟게 물결치는 '범꼬리'

왔노라! 보았노라! 느꼈노라!

설악이 품은 초여름의 호사를...

[범꼬리]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을 한 길지중의 길지'

석가봉(부처님 모습을 닮은 바위)을 중심으로

가섭, 아난, 할미, 산신, 독성바위 등 좌우에 병풍처럼 둘려진 일곱 개의 바위가

봉정암 법당을 외호하면서 참배객들을 맞이한다.

 

동 트기 전 새벽공기를 마시며 백담사로 향한다.

봉정암에서 백담사까지 등산길은 10.6km이다.

하산하면서 시작되는 직각에 가까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깔딱고개

500m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것도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관음폭포]

해를 등지고 걷는 동안 아침의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맑고 고운 새소리, 평화로움이 묻어나는 바람소리, 시원함이 느껴지는 시냇물 소리

유월의 신부 부케를 닮았을까? 밀원식물 '참조팝나무'

잎이 신발 모양을 하고 있어 신발에 깔아 쓰기에 좋았다 하여 유래된

'신갈나무'의 푸르름이 수고했다고 도닥인다.

[참조팝나무]
[신갈나무]

밑바닥이 훤히 드러난 맑고 투명한 계곡물 위로 아침해가 비친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계곡 물에 발을 담궜더니

발 아래로 전해지는 차가움은 피로가 씻기는 듯 하다.

구름모자 쓴 한라산이 반긴다.

제주를 출발하여 백담사~영시암~오세암~봉정암~대청봉으로 이어진

2박3일 동안의 길고도 짧았던 여정을 마무리한다.

 

설악산 내려오는 길에 눈에 들어왔던 글귀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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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희 기자  koni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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