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26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관함식을 빌미로 강정주민들에게 또 다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철회를 요구했다.(사진=김재훈 기자)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26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관함식을 빌미로 강정주민들에게 또 다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동균·조경철 전 강정마을 회장, 지난 10여년 간 강정마을을 이끌어온 강정마을회 집행부들이 다수 참가했다. 강동균·조경철 전 강정마을회장은 수 차례 이어져 온 행정대집행에 강력 대항하며 해군기지 투쟁을 이끌어온 이들이다.

강동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어제 청와대가 대변인을 통해 강정마을에서 개최하는 국제관함식에 대해 청와대가 관여한 바 없고 강정마을 주민들의 결정에 따르겠다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정마을은 3월 30일 마을총회에서 의사결정을 했다. 해군은 강정마을에서 찬반을 결정해주시고 거부의사가 있다면 부산으로 국제관함식을 옮겨가겠다고 확실히 얘기했다.”고 밝혔다.

국제관함식이 추진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앞바다. 범섬 옆으로 군함이 지나가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그는 “민주사회에는 민주주의 원칙이 있다. 결정을 한 번 한 것을 또 한다. 이게 말이 됩니까? 청와대가 국제관함식에 관해 관여한 바 없다고? 이런 새빨간 거짓말이 어디있나.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사결정은 뒤로 한 채 수차례 비서관들을 회유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조경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장도 “갈등이 11년째다. 주민들이 원해서 이 갈등이 생긴 건 아니라고 본다. 누군가가 집단 이기주의, 누군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우리나라를 갈등으로 몰아넣었다. 그 주체는 정부다. 노무현 대통령부터 시작해 이명박, 박근혜까지 쭉 이어왔다.”며 지난 세월 긴 갈등을 되짚었다.

이어 조경철 주민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도록 가만히 뒀으면 11년 전 같은 갈등이 없었을 텐데, 문재인 정부가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는 것 같다. 우리마을 주민들끼리 피터지게 싸우고 언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갈등이 일어지게 한 정부와 해군을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강정마을 김성규 전 감사, 주민 김미량 씨가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26일) 저녁 열리는 마을총회에 개입한 바 없다고 말했다”며 “그렇다면 7월 9일, 13일, 18일 22일 네 차례나 청와대 비서실과 행정관 안보실 보좌관이 방문했던 것은 무엇인가?”라고 자문했다. 청와대 이용선 수석의 강정 방문을 통한 개입과 요구에 대해 비판했다.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이 직접 강정마을을 방문하여 대통령이 참석하는 관함식 행사를 강정마을이 유치 결정할 경우, 대통령의 메시지가 강정마을 현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기조를 강조하며 재결정을 종용함으로써 찬반 갈등이 노골적으로 격화되었던 사실을 감추려하는가? 촛불대통령, 정의로운 국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입지선정 과정과 추진과정에서 정의롭지 못했던 해군의 책임을 묻기는커녕, 관함식을 통해 상생과 화합을 하겠다는 행보는 해군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 강정주민들이 관함식에 참여해서 박수라도 쳐야 명예회복과 공동체 회복사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찌 이렇게도 잔인한 요구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26일 저녁에 열리는 임시총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들은 “마을총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온다 하더라도 강정마을은 갈등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주민갈등을 결코 원하지 않기에 오늘 총회에 조직적 참여를 하지 않을 것이며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한 번 마을이 찢겨지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정부와 제주도정, 제주도의회에 끝까지 책임을 물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반대주민회는 이번 임시총회 소집에 대해 절차적으로 내용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는 3월 30일 임시총회의 결정사항을 번복하기 위해 집행부가 마을향약을 악용하는 사례라고 판단했다. 일사부재의의 원칙을 깰 만한 사유가 없다는 것. 반대주민회는 이번 임시 총회의 부당성을 말하며 추후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들은 “서로가 총회로 뒤집고 뒤집는다면 마을이 산산조각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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