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도 끝을 향해 달린다.

햇빛 쨍쨍하던 날씨는 교래리를 지나면서 가는 빗줄기는 장대비로

물이 많은 마을 수망리에 있는 '물보라길'로 안내한다.

물보라는 물(水)+바라다(望)란 뜻으로

수망촌(물보라마을), 수망천(물보랏내)이란 이름으로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위치해 있다.

수망리 마을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남쪽에 위치하고

동쪽으로는 신흥2리, 남쪽으로는 의귀리, 서남쪽으로는 한남리와 인접하고 있다.

남원읍에서는 지리적으로 가장 높은 해발 160m에 분포하고 있고

남원과 제주시를 잇는 남조로가 마을 내를 통과하고 있다.

다른 마을에 비해 경작면적이 좁은 편이고 광활한 야초지대로 구성되었다.

수망(水望)은 '물영아리오름'의 옛 이름인 '물보라오름'의 한자차용표기이고

물영아리오름 앞에 마을이 형성되었다 하여

'수망리'라 붙여진 이름이다.

(안내 표지판 설명을 인용)

다행히 내린던 비는 주춤하고

칙칙폭폭 기차가 지날 것 같은 기찻길 산책로는 편안한 길로 안내한다.

길 위에는 빨갛게 잘 익은 꾸지뽕나무 열매가 널브러져

이곳도 강풍과 폭우를 빗겨가지 못했다.

헛꽃이 아름다운 '산수국'

하늘 높이 치켜 올렸던 헛꽃은 수분이 끝나 뒤집어져 땅을 쳐다보고

빗물을 머금은 꽃무리가 아름다운 '사위질빵'

꽃잎을 활짝 연 하얀빛깔 '참으아리'

암수딴그루 '단풍마'

오월에 피었던 꽃은 팥만한 열매로 흔적을 남긴 '가막살나무'

가던 길도 되돌아오게 하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2006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물영아리오름 둘레길은

4.8km로 2시간 정도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물보라길'이다.

원시 그대로의 자연하천과 오름,

목축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잣성과 비경까지

여러가지 테마가 있는 아름다운 길은

물영아리오름을 중심으로 물보랏내(수망천)

자연하천길~소몰이길~푸른목장초원길~오솔길~삼나무숲길~잣성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드기 구제장은 방목하는 소를 한곳에 모아

소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진드기를 적정한 약품을 가축에 살포하여 진드기를 죽이는 장소이다.

수망리는 달리 부르는 목장(4곳)마다 진드기 구제장을 설치하여 이용하고 있다.

넓게 펼쳐진 초록바다를 연상하는 푸른목장 초원의길

영화 '늑대소년'에서 소년과 소녀의 애틋한 사랑이 보이는 듯

아름다운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열매가 탐스런 '으름'

아직은 덜 익어 코 끝에 닿는 열매가 상큼한 '비자나무'

빨갛게 익어가는 아름다운 루비를 단 정열적인 '비목나무'

넓고 큰 잎이 마주나는 '등골나물'

열매가 쥐꼬리처럼 길어져 붙여진 보잘것 없는 풀 '쥐꼬리망초'

가느다란 꽃대지만 야생에서만 볼 수 있는 '무릇'

억새 아래에는 종모양을 한 담배대더부살이 '야고'도 보이고

살짝 건드리면 방울소리가 딸랑딸랑 소리를 낼 듯 새침한 '방울꽃'

비를 흠뻑 맞은 가을의 왕자 '수크령'의 당당한 모습까지

물보라길은 운무가 짙게 깔리다가

갑작스레 내린 장대비, 잠시 주춤하며 운치있는 길로 안내한다.

물영아리오름은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위치한

'물이 있는 신령이 깃든 산'이란 뜻을 가진 오름으로

해발 508m, 형태는 기생화산구의 원형이다.

수령산(水靈山)으로 불리는 물영아리오름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소화산체로

분화구 내의 습지를 중심으로 보전 가치가 뛰어나

전국에서 최초로 습지보호지역으로 2000년에 지정되었다.

독특한 지리학적 특성과 생태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2006년도에 등록되어

보호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시야를 가렸던 안개는 잠시 걷히고  

사슴을 닮았다는 큰사슴이오름~족은사슴이오름으로 이어지는 오름군,

광활한 목장 너머로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쑥쑥 자라 쑥대낭

하늘을 가린 수직의 정원 삼나무가 울창한 숲은

강풍과 폭우를 이겨내지 못하고 가지가 꺾인 채 널브러지고

그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버섯의 신비로움에 감탄하면서

태풍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수망리의 목축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잣성길~

물보라길의 마지막인 잣성길을 빠져 나오니 오름 들머리가 보인다.

쓰러진 안내판...

이곳도 태풍의 흔적은 남아 있어 씁쓸하기만 하다.

 

주춤한 빗줄기에 소떼도 산책나왔다.

안개에 휩싸인 물영아리오름이 더욱 신비로워 보인다.

봄이 들려주는 초록바다,

여름을 알려주는 습지정원,

가을이 익어가는 노란들녘,

겨울 눈 덮힌 하얀연못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제주물영아리오름습지'

오르지 못한 아쉬움에 다음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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