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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거짓’의 사회경제적 비용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제주투데이 | 승인 2018.11.08 16:46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유근/ 한국병원과 한마음병원 원장을 역임하시고 지역사회 각종 봉사단체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아라요양병원 원장으로 도내 노인들의 의료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얼마 전 모 중앙일간지에 임우선 기자가 쓴 “50점 널뛰기가 웬말인가, 수능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기고를 읽었다. 임 기자가 수능을 보았을 때 경험을 쓰면서 이번에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을 격려한 글이었다.

임 기자가 수능시험을 시작할 때는 너무 긴장하여 손이 떨려 오른손을 왼손으로 부여잡고 답안지를 마킹할 정도였지만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문제가 쉬워 갈수록 문제풀이에 속도가 붙었고, 그날 밤 채점을 해보니 믿기 힘든 점수가 나와, 학창시절 많은 행복을 포기해야 했던 12년이 고작 이것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에 허망해서 방안에서 꺼이꺼이 울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뒷날 뉴스를 보니 만점자가 수십 명에 달하고 평균 점수는 20점 이상 오를 것이라는 분석들이 쏟아졌고, 실지로 만점을 받고도 서울대에 떨어진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었다. 배불리 욕을 먹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듬해는 시험을 어렵게 내겠다고 했는데, 시험이 너무 어려워 소위 “이해찬 세대”인 다음 수험생들은 시험을 보다가 포기한 학생들이 속출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입시는 풀기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이다.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것은 필기시험만으로 학생을 뽑는 것은 21세기 인재를 선발하는 방법으로 좋은 것이 아니며, 학교생활기록부나 면접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느 방법을 채택하더라도 평가하는 사람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 하는 한 그 평가가 공정하리라고 믿는 국민들은 없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언론에 보도되는 것들을 보면 대학 교수가 아들의 성적을 모두 A+로 주고, 고등학교 교무부장을 맡고 있는 교사는 두 딸에게 시험 문제를 가르쳐 주어 둘 다 전교 수석이 되었다고 한다. 전국 교육청에서 초중고교를 감사해 보니,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상을 중복해서 주거나, 여중생 집단 성폭행에 가담했던 학생에게 봉사를 많이 했다는 추천서를 써 주기도 하고, 무단결석이나 지각을 한 학생들의 학생부에 개근상을 받았다고 기록하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였다고 했다는 것이다. 수행평가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만점을 준 학교가 있는가 하면, 중간시험 문제를 전년도와 똑같이 출제한 교사도 있다고 한다. 공기업에서는 입시 성적이 조작되어 1등이 떨어지고 시험에 떨어졌던 사람이 최종 합격한 사례들이 쏟아지니 누가 그 평가를 올바르다고 할 것인가! 다행히도 교육청들이 감사 결과를 실명공개 하겠다고 하니 점차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교육청의 감사가 공정하게 진행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고등학교의 평가를 대학이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신뢰가 있기 까닭이라고 한다. 만일 평가에 부정이 개입된 것이 들키면 몇 년 동안 그 학교는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니 그런 부정을 저지를 엄두를 내지 못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신뢰의 문제다. 우리 사회가 “거짓말을 숨쉬듯이 하는” 한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신뢰를 받아야 할 기관들의 신뢰도가 매우 낮게 나타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실상이다. 며칠 전 모 방송국의 “명견만리”에서 발표된 국민신뢰도를 보면 그나마 의료기관이 50%를 조금 넘었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야 할 법원이나 언론의 신뢰도가 50%가 되지 않으며, 특히 언론인 경우 겨우 26%라고 하니, 이렇게 되어서야 어찌 사회에 신뢰가 쌓일 수 있을 까!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이 ‘거짓’으로 말미암은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우리 경제를 발목잡고 있는 각종 규제가 ‘거짓’ 때문이며, 필요 이상으로 요구되는 서류들이 이 ‘거짓’을 막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이다. 재판이 많아지는 것도, 감사가 자주 필요한 것도, 곳곳에 CCTV를 설치하는 것도 이 ‘거짓’ 때문이다. ‘김영란 법’으로 사회관계가 서먹해 지는 것이나 선물 하나 하면서 신경을 곤두서야 하는 것들도 따지고 보면 이 ‘거짓’과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특히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는 말할 것도 없다 하겠다.

일찍이 공자께서 설파하신 대로 국가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국방력과 경제 그리고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 하는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야말로 정치 지도자들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새겨야 할 금언이다.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지도자들과 언론이 솔선수범하여 거짓을 몰아내지 않는 한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거짓말도 잘 하면 외삼촌보다 낫다.’라는 말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 통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내로남불’의 풍조도 더 이상 발붙이지 못 하도록 우리 모두 지혜와 힘을 모아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힘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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