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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훈] 글쓰기가 밥 먹여 준다?이 훈/ 목포대 국문학과 교수
제주투데이 | 승인 2018.12.02 05:26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 훈/ 제주출신으로 제주일고와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목포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글쓰기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얼른, 좋은 대학에 가자면 이른바 논술을 잘 해야 한다는 점을 떠올릴 것이다. 사실 이런 측면은 부차적인 것이고, 사회가 민주화되고 투명해질수록 글쓰기가 필수적인 요구 사항이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학연이나 지연을 대신하여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 글쓰기 능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글이 밥을 먹여 준다는 말도 나오게도 생겼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오바마를 대통령이 되게 한 힘 가운데 하나가 그의 글쓰기 실력이라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맺는다.

글쓰기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공부가 아니라 대학 졸업 이후의 인생 전반에서 유용하게 써먹을 기회가 많기 때문에 배워야 한다. 글쓰기는 개인의 문화자산이자,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결정적으로 높일 수 있는 핵심 노동이라는 인식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글쓰기가 밥 먹여주는 세상이 된 것이다. ‘글쓰기 지수’(WO: Writing Quotient)는 머지않은 장래에 사회적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김창석, 「글쓰기가 밥 먹여준다」, 󰡔아하! 한겨레󰡕 104호, 2009. 10.19-25.)

맞는 말이다. 특히 대학에 들어가려고 해서가 아니라 인생 전반에 유용해서 글쓰기를 배워야 한다는 말이 그렇다.

그런데 좀 지나치게 앞서고 있다는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예로 든 사람들―저 글에서는 오바마뿐만 아니라 마키아벨리, 정재승, 󰡔이중나선󰡕의 저자 왓슨을 거론하고 있다―은 너무 뛰어나서 우리 같은 보통 사람과는 격이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글이 밥이 된 것이 분명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행복이다. 보통 사람에게 저런 경지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글을 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와는 정반대로 외려 쓸 엄두가 안 나게 만들어 버릴 것만 같다. 이런 느낌을 따라가다 보면 글쓰기가 인생 전반에 유용하다고 강조하는 것이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글쓰기를 공부해야 한다는 태도와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도 이르게 된다. 둘 다 써먹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그게 그거 아닌가!

그래서 나는 글쓰기의 외부적인 효용성 대신에 글을 쓰면서 얻게 되는 즐거움을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다. 글을 쓰면 뭔가 달라진다. 생각도 하고 그러다 보면 저절로 반성도 하게 된다. 글쓰기는 즐겁게 더 넓고 깊은 인간으로 성숙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것도 효용성이 아니냐고 반문하면 할 말이 없지만 직접적으로 써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질이 다른 것은 분명하다.

글쓰기의 효용성보다는 즐거움을 강조하게 되면 위의 글이 그렇게 됐듯이 굳이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는 이점도 있다. 잘 알다시피 가장 즐거운 것이 놀이인데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은 실력과 관계 없이 다 즐겁다. 몰론 잘 놀면 그 즐거움이 크겠지만 그것은 자꾸 놀아 버릇하면서 채워 나가면 된다. 글도 꼭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되든 안 되는 열심히 쓰다 보면 어떤 경지에 이른다. 뭐 그렇게 안 되더라도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즐겁다는 것은 내 체험으로 보아 확실하다.

글쓰기가 즐겁다고? 대답하기 전에 나도 물어 보자. 가까운 이와 얘기하면 어떤가? 사람이란 다 다르니 어떤 이는 이런 일에 시큰둥해할 수도 있지만 아마 대부분은 즐거울 것이다. 살다 보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특히 나쁜 일일수록 안에 쌓아놓기만 하면 병이 나므로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친구는 이럴 때 필요하다. 그에게 내 일을 다 털어놓고 나면 시원해진다. 이른바 카타르시스가 되는 것이다.

글쓰기의 즐거움도 이와 똑같다. 그런데 우리는 공부와 마찬가지로 워낙 글쓰기를 억지로 해 온 터라 말과 글을 다르게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서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말은 잘하면서도 글을 쓰자고만 하면 머리와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친구에게 말하듯이 쓰면 된다. 글 쓴다고 괜히 평소에 쓰지 않는 말 동원할 필요 없다. 문장력은 자꾸 쓰다 보면 저절로 는다. 연습이 더 좋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부터 걷는 아이는 없다.

글을 써 보자. 그러면 즐거워진다. 내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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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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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근 2018-12-03 10:50:25

    "행복해지려면 하루 한 가지 착한 일을 하고, 열 사람을 만나며, 백 자를 쓰고, 천 자를 읽으며, 만보를 걸으라."라는 말이 있다. 말로 하면 장황하게 되는데 글로 쓰면 요약하게 되니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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