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째 단식농성중인 김경배씨가 다시 차가운 길바닥으로 내몰렸다.
원희룡 제주 도정은 7일 오후 1시께 도청 앞 단식 농성장의 천막과 텐트 4동을 강제 철거했다.
시민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로 보호받아야 할 시설물이라며 철거에 맞섰다. 그러나 도는 도로법을 이유로 들며 철거를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특히 김경배씨가 누워있는 천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위험한 장면들이 노출됐다. 천막이 주저앉으면서 천막을 지지하는 철골조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던 상황.
천막 외부에 있는 시민들은 강제 철거를 저지하며 공무원 등과 몸싸움을 벌였고, 천막 내부에서는 “여기 사람 있어요. 여기 사람 있다고요”라고 외치며 김경배씨를 보호했다.
위태로운 상황에서 강제철거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김경배씨의 다리가 천막의 철골조에 끼이는 등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제주도 공무원들과 경찰은 제주도청 현관에서 철야농성을 이어가던 시민들도 도청 밖으로 끌어냈다. 여성들의 옷이 일부 벗겨지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며 시민들은 공무원들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천막 강제철거가 끝난 뒤 거리에 주저앉은 제2공항 반대 시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김경배씨는 제주도청 정문 앞에 누워있고, 시민들이 그 옆에 연좌한 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천막이 철거됐지만 도청 앞 행동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고은영 녹색당 운영위원은 “우리는 다시 이 자리에서 피켓을 들고 불통으로 일관하는 원희룡 도정과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도청 앞 천막 농성을 40일 이상 이어갔던 지난 겨울 단식농성 때와는 다르게 제주도가 농성천막 설치 20일만에 행정대집행에 나선 데 대해 원 지사가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제2공항, 영리병원 개설 허가, 비자림로 확장 건설 등을 추진하며 불통 행정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불통-구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덧붙여지고 있는 상황.
이러한 시선을 타개하고자 원 지사는 제주의 진보적 인사로 주목받던 민주당 소속 고희범 제주시장을 임명했으나, 고희범 시장 역시 갈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시민사회로부터 기대 이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희룡 도정이 공권력을 동원해 당장 도청 앞에 보이는 제2공항 반대 농성천막을 강제 철거했으나 이번 강제철거가 원희룡 지사를 규탄하는 도민들의 분노를 결집시키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따른다.
한편 녹색당은 천막 강제 철거에 대해 원희룡 지사와 고희범 제주시장 등을 8일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