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체육회관 세미나실에서 23일 2시부터 진행한 제2공항 기본계획 관련 공청회가 파행됐다. 3일 전인 20일에야 공청회 개최 사실이 알려진 이번 공청회에는 공무원 수십 명과 부동산 중개업자 등 제2공항 건설로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는 이들이 대거 참가했다.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정보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상당수 공청회장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투데이에서 물어보니 심지어는 부산에서 내려온 이들도 몇 있었다.
공청회의 부당함을 토로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단상으로 올라갔다. 이들은 도민의 목소리를 듣는 도민 공청회를 열겠다면서 정작 공무원들을 동원해 배석시킨 데 대해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다.
단상 앞 4줄 가량의 좌석을 모두 차지하고 있던 공무원들은 시민들의 거센 항의 끝에 상부의 지시가 떨어진 뒤에야 한 줄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자리는 부동산 중개업자와 제2공항이 건설되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제2공항 예정부지 주변 마을 상인 등으로 채워졌다.
이들은 공청회를 기습적으로 개최하는 데 대해 제주도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빨갱이냐’는 둥 인신공격성 발언을 여러 차례 내뱉었다. 몸싸움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한 남성은, '기만적인 공청회 당장 집어치워라'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제주도 당국에 항의하는 윤모씨를 잡아당겨 넘어뜨리기도 했다.
평일 낮 2시. 도민들이 일반적으로 자신의 현업에 종사하고 있을 시간으로 어지간해서는 공청회 참가가 불가능함에도 공청회를 강행하는 데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도민의 의견을 듣는다면서 도민들의 참여가 어려운 시간대를 고른 저의가 무엇이냐는 것. 또 공청회 개최 사실을 3일 전에야 알린 데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이런 와중에도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은 공청회를 억지로 진행했다. 양측 간 소동으로 아무 발언도 제대로 들을 수 없던 상황. 공청회는 결국 오후 2시 47분께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