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여행허가제(이하 ETA)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제주도 간의 논쟁이 심해지고 있다.

법무부는 오는 2020년까지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빠르면 2021년 말부터 전국에 ETA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런 계획에 따라서 2020년 하반기부터 제주도에 ETA를 시범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에서 계획하고 있는 ETA의 경우, 외국인이 비자 없이 한국을 방문하려고 할 때는 입국 예정 72시간 전까지 전용 홈페이지에 방문해 사전여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허가 신청에는 여권사항 등 기본정보, 본국 거주지 및 취업(고용)정보와 국내 숙소, 연락처, 여행경로 및 경비 등의 정보를 입력하고 사전여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법무부는 지난 5월 17일과 6월 27일 등 두 차례 제주도를 방문해 ETA 설계를 위해 논의를 가졌다.

그러나 제주도는 당장 이 제도를 도입하기 곤란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관광의 침체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관광산업이 어려운 상태에서 지금 이 제도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제주도는 지난 2002년부터 비자 없이 제주도를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무사증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제도 덕분에 제주도는 그간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이익을 얻어왔다. 그런데 ETA가 도입되면 사실상 무사증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에 관광 침체마저 우려된다.

하지만 ETA 도입은 제주도가 요구했었다. 지난 2017년 1월 도는 관광분야 5대 역점 정책을 발표하면서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을 법무부에 건의한 바있다. 

당시 이 제도를 건의했던 가장 큰 이유는 불법체류 외국인 문제였다. 무사증 제도가 제주 관광에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불법체류자들도 덩달아서 증가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285명이었던 불법체류자는 2018년 1만3,450명이나 증가했다. 5년 사이에 무려 10배 이상이나 급증한 것이다. 

그래서 제주지방경찰청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기 위해 합동운영반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를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ETA 도입을 반대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이유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터지고 나서다.

2017년 중반기부터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제주 관광은 여전히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인 개별관광객이 늘면서 조금씩 관광산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ETA가 도입되면 이런 흐름이 다시금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ETA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작년에 예멘 난민들이 대거 유입한 이후, 한국을 들어오는 외국인을 한번 거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법무부는 "제주도청을 지속적으로설득해 나갈 계획이며, 제주도내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제주도의회 방문 설명, 제주도민 공청회 등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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