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청중학교 '시가 있는 아침' 수업 모습. (사진=저청중학교 제공)
저청중학교 '시가 있는 아침' 수업 모습. (사진=저청중학교 제공)

“수업 시간에는 / 필통이 열리며 / 학용품들이 출근한다 / (중략) / 수업 시간에 학용품들이 가끔 탈출을 해서 길을 잃고 / 돌아오지 못한 경우도 있다 / (중략)”
-김지우(1학년) ‘멋진 필통 속 학용품’ 중에서

제주형 자율학교인 다ᄒᆞᆫ디 배움학교인 저청중학교에서 지난 1년간 학생들이 시와 함께 한 시간을 시집 ‘오늘 뭐핸?’으로 묶었다. 

시집에는 1학년 학생 14명의 시 42편, 2학년 학생 11명의 시 33편, 3학년 학생 9명의 시 27 등 모두 102편의 시가 실렸다. 표지와 삽화도 학생들이 직접 꾸몄다. 

시집은 학생들이 오늘 하루의 기록을 자유롭게 풀어낸 시들로 구성됐다. 김지우 학생(1학년)은 ‘멋진 필통 속 학용품’에서 ‘필통’을 집으로, ‘학용품’을 학생이나 직장인으로 표현해 출근부터 퇴근까지 일과를 재미있게 그렸다. 

김민영 학생(2학년)은 ‘3일만 말할 수 있다면’에서 친구들과는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도 정작 가족끼리 나누는 대화가 짧은 일상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화자인 ‘나’가 먼저 아빠와 엄마에게 말을 걸었던 날이 “제일 기분 좋은 하루였다”는 마지막 문단을 읽으면 저절로 마음이 훈훈해진다. 

시집 '오늘 뭐 핸?' 표지. (사진=저청중학교 제공)
시집 '오늘 뭐 핸?' 표지. (사진=저청중학교 제공)

저청중학교에선 매주 아침 ‘시가 있는 아침’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시를 필사하고 암송했다. 또 무명천 할머니와 알뜨르 비행장, 동백꽃 이야기 등 다양한 현장 체험학습을 통해 느낀 점을 시로 표현하는 시간도 가졌다. 

동아리 프로그램 ‘인문학과 문화예술의 만남’을 통해서 시인을 초대해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국어 시간과 연계해 학생들의 시 창작을 도와주기도 했다. 

‘시가 있는 아침’ 지도 선생님이자 이번 시집을 엮은 김세윤·홍죽희 교사는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편의 시를 암송하면서 수십 편의 시를 가슴에 품고 산다면 정말 아름다운 일”이라며 “학생들에게 나도 시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내가 쓴 시가 활자가 돼 책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었다”며 발간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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