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무등이왓 터에서 조농사를 짓는 것은 70여년 전 그날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제주민예총과 탐라미술인협회는 지난 16일 서귀포시 동광리 무등이왓에서 '2022 예술로 제주탐닉 :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을 열었다.·
약 130여 가구가 들어선 무등이왓은 동광리 5개 부락 중 규모가 가장 컸던 마을이었다. 제주의 대표 수공예품 주산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1948년 11월 토벌대가 무등이왓 마을에 진입, 주민 10여명을 총살하고, 마을을 불태웠다. 이후 재건되지 못한 집터자리에는 대나무 숲만 무성히 꾸려졌고, 올레길.돌담 등만 남아있다.
이 단체들은 지난해 7월 이곳에서 동광리 주민과 함께 조를 심어 키우고, 같은해 10월 곡식을 수확해 술을 빚었다.
12월엔 4.3 당시 동광리 주민들이 몸을 숨겼던 '큰넓궤'에 술을 50일간 저장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술은 올해 3월 4.3추념식 위령주로 사용되도록 제주4.3평화재단에 전달됐다.
이는 동광리 주민 이만봉씨가 무등이왓 내 4.3 당시 집터를 내어준 덕이다.
민예총과 탐라미술인협회는 올해도 이곳에서 조농사를 짓고, 술을 빚어 다음해 4.3때 3만명의 희생자의 넋을 기릴 예정이다.
이날 땅살림코사와 파종을 시작으로 초불·두불 검질매기, 조와 당신을 위한 작은 음악회, 추수, 고소리술 만들기, 큰넓궤 술들이기 등이 오는 12월까지 동광리 무등이왓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동현 민예총 이사장은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은 아픈 역사의 사실을 과거의 일로 놓아두지 않고,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희망을 만들어가기 위한 예술행동이자 공동체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