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내기와 나눠 내기"

지난 11일 <(사)민족문학작가회의 제주도지회) 주최로 열린 <재일 제주작가와의 만남>에 참가했다.

일본에서 시인 김시종 선생님과 소설가 김계자씨 김창생씨 원수일씨와 필자가 제주도를 방문했다.

제주시 학생문화원에서 열린 그 내용은 오는 12월 발행하는 <제주작가>에 자세히 실린다니 생략하겠다.

우선 어려운 재정 상태에도 불구하고 저희 다섯 분을 초청해 주신 작가회의 오영호 회장님 실무 책임을 빈틈없이 처리해 주신 이종형 사무국장님 김경훈 선생님과 심포지엄 좌장 역할을 깔끔하게 진행하고 <돌공원>까지 안내해 주신 허영선 부회장님을 비롯한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면서 경의를 표합니다.

12일 저녁 이틀간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저녁 식사회를 갖기로 했다.

일본에서 온 일행 중 원수일씨는 개인 사정으로 먼저 출국했기 때문에 남은 네 사람이 작가회의 분들을 초청해서 모시기로 했다.

저와 중고등학교 동기생이며 친구인 고봉식 도의원의 가족이 경영하는 <비경>에서 만나기로 했다.

고봉식 의원과도 연락을 해서 또 다른 친구 두 사람도 함께 참가했다.

이렇게 해서 모인 분들이 모두 15명을 넘었는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일본에 있는 저희들을 초청해 주시고 많은 배려 속에 무사히 행사를 마칠 수 있어서 감사드리면서 이 자리는 저희들이 마련했습니다. 즐거운 식사회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김시종 선생님의 인사와 함께 두시간을 넘는 식사회를 갖을 수 있었다.

그런데 끝날 무렵 식사값을 지불할 때 잊지 못할 다툼이 일어났다.

당연히 일본에서 간 우리 일행이 지불해야 하는데 고봉식 의원이 한사코 반대했다.

필자도 물러설 수 없었다.

<시간이 없는데 참석해 준것만도 고맙고 우리가 전부 오시라고 해서 모인 자리이며 김 선생님이 아시면 펄쩍 뛴다>고 맞섰지만 고의원은 막무가내였다.

<그러면 내가 지불했다는 얘기 여기서하지 말고 일본 가서 얘기하라. 그리고 내가 일본가면 길호는 식사 한끼도 안 사줄 셈인가>

이러한 다툼을 알게 된 이종형 사무국장께서는 <두 분이 친구 관계이시니까 두 분이 알아서 하십시오>라면서 발뺌을 했다.

참 난처했지만 결국 필자가 물러섰다.

<내가 일본가면 식사 한끼도 안 사줄 셈인가>의 항변이 귓전을 맴돌았다.

고의원께 너무 부담을 주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김시종 선생님은 정말 펄쩍 뛰었다.

아무리 절친한 친구 사이라 해도 염치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랬다.

나눠 내기(와리캉)의 일본 생활에 익숙한 우리들은 고봉식 의원이 혼자 부담(혼자 내기)이 무척 마음에 걸리고 죄송했다.

그것도 한도가 있는 것이다.

일본에 돌아와서 아는 사람에게 이 말을 했더니,

<사적인 자리라고는 하지만 <재일 제주작가와의 만남>으로 제주가서 그 행사를 집행한 분들과의 식사회에 참가한 고봉식 의원은 도의원으로서 이 문화적인 행사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했을지 모름다. 그런데 그러한 생색 내기 발언 한마디없이 지불했다는 사실이 신선하고 상쾌하다>는 말이 있었다.

이 식사회에 참가하신 분들은 일본에서 간 우리들이 지불한 줄 알고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필자는 솔직히 쓰고 싶었다.

김시종 선생님은 앞으로도 필자한테 이 얘기만 나오면 <염치없는 친구>로 불리울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고봉식 의원의 깊은 우정에 가슴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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