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10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초고령사회 대비 제주의료원 진료 수준 향상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제주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10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초고령사회 대비 제주의료원 진료 수준 향상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제주의료원이 일반병원 기능을 잃고 적자 악순환과 ‘노인요양병원’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차별화를 위해서는 인력 확보와 건물 증축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제주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지난 10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초고령사회 대비 제주의료원 진료 수준 향상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성태 아라종합복지관 관장, 오상원 제주의료공공성강화 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 조수진 제주인터넷신문기자협회 협회장, 오경생 제주의료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노광호 제주의료원 진료부장과 남태우 제주의료원 노조위원장 등 현장의 최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무자들도 참석해 생생한 목소리를 냈다.

발제자인 박형근 제주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노인 전문 치료를 위한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35년 기준 65세 이상 도내 인구 수가 전체의 26.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초고령사회가 코앞인 만큼, 단계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노인(요양) 병상 확충 ▲재활치료 인프라 확충 및 역량 강화 ▲혈액투석센터 신설 ▲건강검진센터 확충 및 운영 ▲아급성기 노인전문 병동 운영 ▲지역사회 노인 건강관리 서비스 전문화 ▲노인전문병원 집중화를 위한 정신병동 폐쇄 등을 제안했다. 

제주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10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초고령사회 대비 제주의료원 진료 수준 향상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제주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10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초고령사회 대비 제주의료원 진료 수준 향상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하지만 실무자들은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광호 부장은 차별성·전문성을 위한 의료기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정 공간이 필요하지만, 제주의료원에는 확보되지 못한 점을 짚었다. 

2012년 제주의료원에 입사한 노 부장은 "왕옥구 전 원장 재직 당시 250병상에서 400병상로 늘리면 적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실행해보니 기존에 있던 여러 공간이 모두 개조돼 남은 공간이 없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병상을 줄이자니 CT촬영장치는 200병상 이상인 곳에만 유치할 수 있다. 병상을 줄이면 CT장치를 포기해야 하니 그 이하로는 줄일 수가 없는 등 다른 사업에 제약이 생긴다"면서 "현 인력으로는 공공의료를 추진하기에도 벅차다. 현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치매안심병동, 정신병동, 고압산소치료센터 등도 모두 적자인 상태이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노 부장은 앞서 제안된 다양한 센터 유치와 관련, 건물 증축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실현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입지도 산 속에 있어 외래진료 환자 유치를 중점으로 두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건물 증축이 되지 않는다면 더이상 발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남태우 위원장은 의료원의 경영난 문제와 관련, 장기입원 환자가 많아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제주도가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 위원장 "실질적으로 모든 병원의 시스템은 의료법에 따라 입원기간이 최장 3개월, 일부 환자는 6개월로 기간이 정해져 있다"면서 "환자나 보호자는 좋은 환경이 갖춰진 병원에서의 장기입원을 원하지만, 이로 인해 제주의료원에만 환자가 몰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력 충원과 임금 체계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낮은 임금은 물론, 인력이 도내 타 병원에 비해 현저히 부족해 시간외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노 위원장은 "제주도내 간호사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노동강도는 높다. 제주의료원의 4년차 간호사 임금을 노무사에게 보여주니 간호조무사의 월급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면서 "안전사고도 빈번하다. 많은 간호사들이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10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초고령사회 대비 제주의료원 진료 수준 향상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제주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10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초고령사회 대비 제주의료원 진료 수준 향상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제주의료원 적자, '공익적' 인식 필요"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주의료원의 적자에 대해 '공익적 적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따라 도내 타 출자출연기관 및 공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도 중단되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오상원 제주의료공공성강화 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지방의료원은 '돈먹는 하마', '적자기관'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도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공공의료기관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를 만들어서 파는 제주에너지공사, 삼다수를 파는 제주개발공사 등과 제주의료원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면 당연히 등급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럼 의료원은 환자들에게 비싼 비용을 물리거나,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등의 해결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의료원 수익.적자 타령은 응급실 폐쇄나 일반병상 및 진료과 축소 등 공공의료약화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면 폐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인력과 기능 보강을 위해 국비 및 지방비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 의료기관 아닌 공공기관 ... 인사 방식 개선 필요"

제주의료원은 일반 의료기관이 아닌 공공기관인 만큼 기관장 인사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수진 제주인터넷신문기자협회 협회장은 "특히 의료기관은 조직의 책임자가 매우 중요하다. 도민의 생명과 건강권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한정된 예산과 자원으로 일관성 있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한데, 지금의 인사 시스템은 도지사의 의중에 따라 사업 추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제주의료원은 원장 측과 노조와의 극심한 갈등을 겪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었던 경험이 있다"면서 "기관장의 의료 전문성 뿐만 아니라 개인적 자질 등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그러면서 현 인사 방식 대신, 범도민적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현재는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모집하고, 임원 추천위원회의 서류 면접 심사를 거쳐 추천하게 돼 있다. 여기서 임원 추천위는 의료원 이사회를 비롯해 도지사와 도의회가 추천하는 인물로 구성된다.

그는 "제주의 경우 과거부터 영리병원 문제에 따라 공공의료 관련 시민사회단체 및 기관이 탄탄하게 구성돼 있다. 이런 분들이 추천위에 참여할 수 있다면 적임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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