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관덕정 일대에서 진행된 기마경찰 행진 퍼포먼스. (사진=독자 제공)
지난달 관덕정 일대에서 진행된 기마경찰 행진 퍼포먼스. (사진=독자 제공)

제주 관덕정과 기마경찰. 제주 사람들이라면 이 두 단어를 보면 쉽게 떠올리는 사건이 있다. 바로 1947년 3월1일 오후 경찰의 총탄에 주민들이 숨진 ‘3·1 발포사건’. 

최근 이를 연상하게 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돼 논란이 됐으나 주관 부서가 이를 방문객 증가 요소로 홍보하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본부장 변덕승)는 지난달 말 기준 올해 방문객이 32% 증가했다며 그 배경으로 다양한 자체 행사 추진을 들고 있다. 이 중엔 올해 11차례 진행한 수문장 교대식도 포함됐다. 

수문장 교대식은 조선시대 성문을 지키던 무관들이 교대하는 의식을 재연하는 행사로 지난 5월과 지난 9월말부터 10월까지 매주 일요일 제주 관덕정 인근에서 진행됐다. 

문제는 교대식에 제주도 자치경찰단 기마대가 등장했다는 것. 이를 지켜보던 관중 중에는 어린아이들도 다수 있었다. ‘3·1 발포사건’을 촉발한 사건이 경찰이 탄 말의 발굽에 어린아이가 치였던 사고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현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소름이 끼쳤다. 그 장소는 제주도민들에겐 트라우마가 있는 곳 아닌가”라며 “관덕정에 기마대가 나타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멋모르고 박수를 치는데 간담이 서늘해졌다”고 떠올렸다. 

이어 “기마경찰단 퍼포먼스는 북초등학교(옛 북국민학교)까지 이어졌다”며 “북국민학교 역시 3·1 발포사건과 연관이 깊은 곳 아니냐. 이런 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의 몰역사적인 인식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고 한탄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의회에서도 지적이 있었다. 지난달 26일 홍인숙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아라동갑)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아픈 기억이 있는 장소에서 어떤 행사를 할 땐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퍼포먼스에 직접 참여한 도 자치경찰단은 “세계유산본부가 행사 협조 요청이 와서 참여했다. 기마경찰대 퍼포먼스가 거기(3·1발포사건)까지 연결이 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며 “처음 기획할 땐 조선시대 전통 복장도 검토했으나 안전성의 문제 때문에 지금의 경찰복장을 입게 됐다. 다음에도 행사를 하게 된다면 복장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행사를 주최한 도 세계유산본부는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며 “퍼포먼스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따로 논의한 바는 없고 내년 수문장 교대식 행사를 기획할 때 어떻게 할지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4·3 관련 부서 관계자는 “다른 부서의 행사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이번 행사는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 4·3을 연관시키는 퍼포먼스를 할 땐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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