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사진=박소희 기자)

국내 영리병원 1호가 될 뻔했던 녹지국제병원. 제주도가 녹지병원 개설을 허가해주면서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내건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행정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15일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의 소'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제주도 승소 판결을 내렸다.

또 이 사건 허가 조건의 취소를 구하는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고, 이 사건 개설허가의 취소를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각하했다.

이는 내국인 진료 제한을 허가 조건으로 내건 것은 위법하다는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번 소송은 2018년 12월 5일 제주도가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하면서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을 내건 것이 적법한지 따지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이뤄진 1심에서는 소송을 제기한 녹지 측이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영리병원 개설 허가가 요건이 충족되면 법에 따라 그대로 처분해야 하는 이른바 '기속재량행위'로 봤다. 기속재량행위는 상위 계획에 부합하지 않는 등 관련 문제가 있더라도 법률에 위반되지 않으면 행정 기관에서 허가해야 하는 행위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제주도가 개설허가를 하면서 별도의 근거 규정이 없어도 조건을 달 수 있다는 것이다.

녹지국제병원 전경. (사진=제주투데이DB)
녹지국제병원 전경. (사진=제주투데이DB)

재판부는 제주도가 조건을 내건 것을 재량행위로 봤다. 행정부의 재량적 판단은 아주 비합리적이거나,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이상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만약 제주도가 외국의료기관 개설을 허가해준다면 향후 보건.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예측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제주도 스스로의 판단으로 불확실한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 및 대비를 해야하는 입장이기에 폭넓은 재량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제주특별법에 따른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강학상 특허'다.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에 대해 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제한을 받지 않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권리를 설정해 주는 것"라면서 "이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의 내용도 별다른 하자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조건은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 위배되지 않고, 영업의 자유나 평등권 등을 과도하게 침해해 행전 처분의 본질적 효력을 떨어뜨렸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행정의 공적 견해 표현 등 신뢰보호원칙과 관련해서도 허가 당시 도지사가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한편, 녹지 측과 제주도는 이와 별개로 병원개설 허가 취소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가 병원 개설을 조건부로 허가했지만, 녹지 측이 반발하며 개원 시한이 지나도록 문을 열지 않아 허가는 취소된 바 있다. 녹지 측은 제주도의 이같은 취소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과 3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개설 허가가 유효해진 것이다.

제주도는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6월 녹지병원의 개설허가를 또다시 취소했다. 외국인 투자비율과 의료장비 멸실 등 '제주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 제17조에서 명시하는 개설 허가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녹지 측은 두번째 개설허가 취소가 이뤄지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또다시 제기했다. 해당 법정 다툼은 오는 3월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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